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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하면 5만원 벌금’? 근로계약서, 꼭 읽어보고 서명하자

등록 2023-06-29 17:35

김민아 노무사와 ‘함께 푸는’ 노동문제 ⑧ ‘노동계약’ 할 때 주의할 점

※노동자들의 권리 향상과 노동권 교육에 헌신해 온 법무법인 도담의 김민아 공인노무사가 12월7일 별세하셨습니다. 한겨레가 발간하는 서울앤(&)에 <김민아 노무사와 함께 푸는 노동문제>를 연재하며 어려운 노동 정책과 법을 쉽게 풀어 전하기 위해 애쓰셨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새로운 직장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노동자는 사용자와 계약을 체결한다. 이것을 ‘노동계약’이라고 한다. 과거에 근로계약서를 서면(종이)으로 체결해야 할 의무가 없었던 시절에는 노동자가 임금이나 노동시간과 같이 중요한 근로조건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일하게 되면서 억울한 사건이 많이 발생했다. 이런 문제 때문에 근로기준법(제17조)에서는 노동계약을 체결할 때 임금(임금의 구성항목·계산방법·지급방법), 노동시간, 휴일, 연차유급휴가와 같이 중요한 근로조건을 근로계약서에 포함해서 명시하고 교부하도록 정하고 있다.

_______
근로기준법에 ‘근로조건 명시·교부’ 규정

‘일하는 곳’과 ‘계약한 곳’ 다른 경우 주의

‘지각하면 5만원’ 등 황당 규정의 경우

설사 노동자가 동의해도 당연히 무효

이틀 만에 퇴사해도 계약서 안 썼다면

사용자는 500만원 이하 벌금 가능성

프리랜서라면 계약서 내용 더욱 중요

SNS 이용해 ‘보수기준’이라도 저장을

특히 기간제 노동자(계약기간이 정해진 노동자) 또는 단시간 노동자(1주 동안 정해진 노동시간을 비교했을 때 그 사업장에서 같은 종류의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정해진 노동시간에 비해 짧은 노동자)의 경우 휴게시간, 취업 장소와 종사해야 할 업무, 단시간 노동자의 경우에는 근로일과 근로일별 노동시간도 명시해서 교부하도록 기간제법에서 한 번 더 보호하고 있다.

그런데 막상 새로운 직장에서 근로계약서를 받아보았을 때 그 내용을 잘 읽지 않고 서명하는 경우가 많다. 익숙하지 않더라도 서명하기 전에 근로계약서 내용을 꼭 확인하자.(근로계약서를 체결할 때뿐만 아니라 직장 생활을 하면서 어딘가에 서명하는 순간마다 잊지 않았으면 한다. 정확하게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서명한 책임은 서명한 사람에게 있다.)

근로계약서에 1) 계약기간의 시작만 정했는지(계약기간의 정함이 없는 것), 아니면 계약기간의 끝도 정하여 계약기간이 정해졌는지(기간제근로자) 확인한다. 2) 임금의 경우 임금 총액이 얼마인지, 임금 지급일은 매월 며칠인지뿐만 아니라 수당은 무엇이 있는지, 혹시 시급이 최저임금보다 낮은 금액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3) 노동시간 역시 중요하다. 일을 시작하는 시간과 끝내는 시간은 몇 시인지, 일하는 장소는 어디인지(재택근무도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어떤 경우에 하는지)도 중요하다.

그리고 필자는 요즘 ‘계약서의 상대방인 사용자가 원래 다니려 했던 회사 이름과 동일한지, 회사의 사장 이름이 무엇인지’ 꼭 확인하라고 강조한다. 간혹 원래 일하려 했던 회사에서 근무는 하지만 소속은 영세한 파견회사나 용역업체라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근로계약서에 이상한 내용이 적혀 있을 때도 있다. ‘1년 넘게 일해도 퇴직금은 발생하지 않는다’ ‘연차휴가를 공휴일에 대체한다’ ‘갑자기 그만두면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이런 내용은 모두 현행 노동법을 위반하는 것들이다. 이런 위반 내용이 근로계약서에 적혀 있다면 어떨까? 근로기준법(제15조)에서는 ‘이 법에서 정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한정하여 무효로 한다’며 ‘무효로 된 부분은 이 법에서 정한 기준에 따른다’고 정해놓고 있다.

근로계약서에 적혀 있고 아무리 노동자가 그 내용에 동의해서 서명했다 해도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내용은 무효가 되고 근로기준법에서 정해둔 기준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하루 결근하면 일당의 두배 손해배상’ ‘지각하면 5만원 벌금’ ‘남은 음식 먹다가 들키면 10배 배상’ 등 같은 당혹스러운 내용도 근로계약서에서 확인할 때가 있다. 이런 내용 역시 근로기준법 위반이므로 따르지 않아도 된다.

<상담사례>

① 새로운 직장에서 일을 시작한 지 며칠이 지났는데도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근로계약서는 일하면서 슬슬 맞춰보다가 쓰는 계약서가 아니라 일을 시작하기 ‘전에’ 쓰도록 정해져 있다. 혹시 근로계약서 없이 출근 첫날을 보내고 있다면 “우리 회사는 근로계약서를 언제 쓰나요?”라고 물어보고 요구해보자. 혹시 근로계약서에 서명만 받아가고 노동자에게는 주지 않았다면 “근로계약서를 저도 보관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회사에 알려주고 교부해달라고 요구하자.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사용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단 1명만 고용하는 작은 사업장이라도, 아르바이트생을 단기간으로 고용하는 경우라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교부해야 한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더라도 교부하지 않으면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고용노동부는 입사 2일 만에 퇴사한 노동자가 근로계약서 미작성에 대해 신고한 사안에서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확인돼 사용자를 형사처벌(500만원 이하 벌금)했다고 밝힌 바 있다.

② 근로계약서에 중요한 내용은 ‘취업규칙에 따른다’라고 적혀 있던데 취업규칙은 무엇인가요?

노동자 수가 10명이 넘는 회사는 ‘취업규칙’이라는, 직원들에게 통일적으로 적용하는 규정을 만들어야 할 의무가 있다. 취업규칙은 노동자의 복무규율과 근로조건 등에 관한 규칙을 정해놓은 것으로 보통 근로계약서보다 더 자세하게 임금, 노동시간, 휴일/휴가/휴직, 승진/징계, 일하면서 지켜야 할 내용 등 중요한 것들을 정해두고 있다. 규모가 크고 오래된 회사일수록 규정하는 내용이 많고 복잡하다.

취업규칙이 비치된 장소는 사업장마다 다르겠지만, 근로기준법(제14조)에서 ‘취업규칙을 근로자가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는 장소에 항상 게시하거나 갖추어두어 근로자에게 널리 알려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노동자가 취업규칙을 자유롭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하고 사용자가 이를 위반하는 경우 500만원 이하 과태료에 처해질 수 있다.

③ 현행법상 노동자라고 인정받지 못하는 프리랜서/외주용역 계약을 하고 일하는 사람은 보호받을 방법이 없을까요?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라면 계약서 내용이 더 중요하다. 계약서에 작업 내용의 구체적인 수준과 정도까지 명시해서 명시한 업무 외의 업무에 대해서는 별도의 보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작업 기간이 언제까지인지와 작업 기간을 연장하는 경우 합의 방식, 보수금액과 지급기한 등을 정확하게 기재하는 것이 좋다.

만약 계약서를 쓰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전자우편, 문자메시지, 에스엔에스(SNS) 등을 통해 일하는 과정에 따른 보수금액 산정기준, 보수 지급기한과 방법 등에 대한 내용만이라도 잔금을 받기 전까지 반드시 받아서 저장해둘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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