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혁의 OTT 충전소] 아마존 프라임 ‘러브 트랜짓’
드라마·영화·음악까지는 아니지만, 전세계에서 케이(K) 예능도 활약 중이다. <복면가왕>(MBC)은 세계 각국에서 엄청난 규모로 제작되었고, <런닝맨>(SBS)도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만들어졌다. <꽃보다 할배>(tvN) 미국판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이 일본의 문을 두드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일본은 자신들의 독특한 예능 문법이 있고 자국 콘텐츠에 자부심도 강하다. 그런데 이번에 한국 예능 프로그램 <환승연애>(티빙)가 일본에서 리메이크됐다. 일본 내 가입자 1위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아마존 프라임에서 방영 중인 <러브 트랜짓>이다.
2주 전 <환승연애> 기획자 자격으로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작발표회 현장에 다녀왔다. 신주쿠, 시부야 등 도쿄의 거리 광고판과 지하철역은 <러브 트랜짓> 홍보물로 도배되어 있었다. “반가움에 속지 않을 거야”(<환승연애> 출연자가 한 말) 다짐했지만, 반가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시부야 한 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는 프로그램 진행자 기자회견과 함께 일본 가수가 출연해 배경음악(OST)도 불렀다. ‘헤어진 연인을 다시 만날 의향이 있는지’, ‘그가 행복하길 바라는지’ 같은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점도 인상적이었다.
일본에는 <아이노리> <테라스하우스> 같은 연애 프로가 많다. <러브 트랜짓>은 <환승연애>와 얼마나 비슷하고 또 다를까.
전 연인을 지칭하는 ‘엑스’(X)를 다시 만나면서 겪는 출연자의 감정 변화는 우리와 놀랄 만큼 닮았다. 전체적인 구성도 같다. 누가 엑스인지 추리하게 만드는 사전 만남, 엑스가 써준 자기소개서를 읽고 눈물 흘리는 출연자들, ‘당신의 엑스는 당신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에 채팅룸까지 <환승연애> 애청자였다면 반가울 요소들이 많다. 보다 보면 일본 출연자들에게서 시즌2에 나온 희두와 나연, 해은과 규민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시즌1의 코코와 보현, 현규도 있다. “내일 봬요. 누나”에 버금가는 ‘역대급 멘트’도 있다.
촬영 장소가 호텔이고, 각자 개인 방이 있는 점은 다르다. 룸메이트와 주고받는 이야기가 줄어든 것은 아쉽지만, 다른 사람과 있을 때 밝기만 하던 출연자가 자신의 방에 들어오는 순간 오열하는 장면은 <러브 트랜짓>만의 묘미다.
우리는 낯선 사람을 만나면 나와 다른 점을 먼저 찾는다. 쉽게 말한다. “남자는 이렇고 여자는 저렇지.“ “일본인은 우리와 이런 점이 다르지.” 살펴보면 차이점보다 공통점이 더 많을 때도 있다. 누군가와 사랑하고 헤어지고, 다시 그리워하는 감정 역시 나라가 바뀐다고 다르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우리는 지난 사랑을 통해 성장했고 지금 ‘나’라는 사람은 어쩌면 지난 사랑과 함께 만든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서도 프라임 비디오 앱을 내려받으면 <러브 트랜짓>을 볼 수 있다. 일주일 무료체험 서비스도 있으니 활용해도 된다. 한글 자막도 잘 되어 있다. 50분 남짓 8부작으로, 지난 목요일 마지막 회까지 모두 공개됐다.
씨제이이엔엠 피디
일본판 ‘환승연애’.
<러브 트랜짓>은 헤어진 연인과 관련한 설문 조사 결과를 공개해 관심을 끌었다. 필자 제공
한국 연애 프로그램 중 화제를 모았던 <환승연애> 시즌2의 한 장면. 티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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