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8일 대만 타이베이 난강전시관에서 열린 세계뉴스미디어총회. ‘생성형 인공지능, 미디어의 구원자인가 실존적 위협인가’를 주제로 대담이 열리고 있다. 세계신문협회(WAN-IFRA) 제공
“이제 인공지능과 인공지능을 먼저 도입한 미디어를 위한 시간이다.”
지난 6월30일 대만 타이베이 난강전시관에서 열린 제74회 세계뉴스미디어총회 마지막 발표자인 후안 세뇨르 ‘이노베이션 미디어 컨설팅 그룹’ 회장이 말했다. 오픈에이아이(OpenAI)가 생성형 인공지능 ‘챗지피티’(ChatGPT)를 출시한 지 6개월가량 지난 지금을 그는 “디지털 전환의 다음 단계”가 아닌 “디지털 그 자체의 전환기”라고 정의했다. 인공지능이 디지털 환경의 격변기를 몰고 왔다는 뜻이다. 그는 “가까운 미래에 많은 이들은 (생성형 인공지능을 통해) 답을 얻고는 그 답이 어디서 왔는지 알 필요가 없게 될 것”이라며 “위키피디아도 초창기엔 사람들이 사실이 아닐 수 있다고 의심했지만 (편집 방법 등을 통해 점차 개선돼) 이젠 위키백과 출처 등에 거의 의문을 제기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제74회 세계뉴스미디어총회에 몰려든 취재진. 세계신문협회(WAN-IFRA) 제공
총회 발표자로 나선 언론인들은 거짓 정보의 범람 등을 경계하면서도 인공지능을 활용할 궁리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20년 북유럽에서 미디어 전문가 300명가량이 참여하는 ‘노르딕 에이아이 저널리즘 네트워크’를 창립한 앙네스 스텐봄 인랩 (IN /LAB) 대표는 “이르면 3년 뒤엔 인공지능이 만든 콘텐츠와 인간이 만든 것이 모두 하나의 브랜드 또는 서로 다른 플랫폼에서 공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네덜란드 공영방송 <엔피오>(NPO) 전략 혁신 이사인 에즈라 에이만도 “인공지능이 생성한 거짓 정보는 현실을 혼란에 빠뜨릴 것”이라면서도 “출처와 신뢰성을 증명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 또는 사람이 생성한 콘텐츠라는 증명서가 도입되면 (인간이 제작한) ‘휴먼 저널리즘’은 앞으로는 프리미엄 제품이나 상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구체적인 설명도 덧붙였다.
지난 6월30일 대만 타이베이 난강전시관에서 ‘뉴스미디어의 혁신’을 주제로 세계뉴스미디어총회의 마지막 발표에 나선 후안 세뇨르 ‘이노베이션 미디어 컨설팅 그룹’ 회장. 세계신문협회(WAN-IFRA) 제공
생성형 인공지능이 뉴스 콘텐츠를 무단으로 학습하는 문제도 화두였다. 후안 세뇨르는 “인공지능의 학습 데이터 30%는 위키피디아와 기업들, 30%는 학계, 30%는 언론”이라며 “저작권자 동의 없는 콘텐츠 이용을 불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즈라 에이만도 “레거시 미디어들은 (인공지능이 복제한) 원천 콘텐츠가 무엇인지 추적하기 위해 입법을 요구하는 등 새로운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제74회 세계뉴스미디어총회에 참석한 언론인들. 세계신문협회(WAN-IFRA) 제공
이 같은 언론인들의 발언에는 더 이상 디지털 환경의 주도권을 거대 플랫폼 업체들한테 뺏길 수 없다는 절박함이 녹아 있다. 후안 세뇨르는 “(2000년대 이후) 뉴스 미디어 업계는 자신의 콘텐츠를 (구글, 페이스북 등) 빅테크 중개인들에게 그냥 넘기면서 ‘검색 엔진 열차’와 ‘모바일 열차’를 모두 놓쳤다. 하지만 같은 방식으로 이번 열차(생성형 인공지능)도 놓칠 여유는 없다”고 했다.
타이베이/김선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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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3 세계뉴스미디어총회 참가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