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9일 대만 타이베이 난강전시관에서 열린 세계뉴스미디어총회에 참석한 언론인들이 발표에 집중하고 있다. 세계신문협회(WAN-IFRA) 제공
“수많은 독자와 저널리즘 사이의 연결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
지난 6월28일 대만 타이베이 난강전시관에서 열린 제74회 세계뉴스미디어총회 기조연설자로 나선 라스무스 클레이스 닐센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장이 말했다. 전세계적으로 뉴스를 기피하고 언론을 불신하며 소셜미디어 플랫폼으로 흩어져 있는 독자들을 염두에 둔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언론 환경에서도 엠제트(MZ) 세대들을 ‘자신들의 울타리(플랫폼)’로 불러들인 혁신적인 언론들이 있었다. 이들의 이야기는 이번 총회에 참가한 58개국 참가자 950여명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지난 2년간 매우 극적으로 우리 디지털 독자의 평균 나이가 45살에서 38살로 낮아졌다.” 지난 6월29일, 스웨덴 남부 베름란드주 칼스타드에서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을 위해 젊은 독자에게 집중하기’를 주제로 화상 발표에 나선 파트릭 함슈 <엔더블유티>(NWT) 부국장은 첫머리에 ‘나이 얘기’를 꺼냈다. 디지털 유료 구독자 중 18~29살을 목적의식적으로 확대한 결과다. 디지털 구독자 가운데 그 나이대가 12%(2021년 5월)에서 2년 만에 38%까지 늘었다. 그새 ‘종이신문-디지털 구독’ 수익 비율도 ‘95%-5%’에서 ‘70%-30%’로 변했다.
지난 6월28~30일 대만 타이베이 난강전시관에서 열린 제74회 세계뉴스미디어총회에 참석한 언론인들. 세계신문협회(WAN-IFRA) 제공
스웨덴 신문사 <엔더블유티>는 1837년 1월 창간했다. 베름란드주 등 3개 주에서 일간지, 웹사이트, 모바일앱을 통해 뉴스를 제공한다. 186살 신문사에 지난 2년간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함슈는 “150년 넘도록 신문을 인쇄했는데, 우리 구독자들은 점점 고령화되고 있었고 특히 45살 미만 독자와의 연결은 정말 끊어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신문 구독자 수는 2020년 4월 11만282명에서 2023년 6월 8만4362명으로 3년여 만에 23.5% 줄었다. “더 큰 문제는 뉴스룸은 구독 전략과는 동떨어져 굴러가고, 뉴스룸, 마케팅, 제품 개발, 데이터 부서 사이에 함께하는 목표와 활동 없이 각자의 창고에서 일했다는 점”(함슈)이다.
<엔더블유티>는 2021년 10~11월 독자 수요 조사 등을 거쳐 다음과 같은 ‘도전 선언문’을 내놨다. ‘젊은 구독자 수를 획기적으로 늘리고 45살 이하를 위한 최고의 디지털 브랜드로서 <엔더블유티>와 지역 독립 저널리즘의 미래를 사수하겠다.’ 이어 단계별 과제를 정했다. △젊은 독자의 필요, 관심, 열정에 대해 배울 것 △바로 그 시간, 채널, 사람에게 맞춤한 콘텐츠를 생산할 것 △직원 교육과 신규 채용 과정에 이 과제를 반영할 것 △매주 젊은 독자에 관한 명확한 목표를 세울 것 △매일 뉴스룸과 마케팅 부서가 긴밀히 협업할 것 △뉴스룸, 마케팅, 제품 개발, 데이터 부서 등이 포함된 새로운 조직을 만들 것. 지난 2년간 <엔더블유티>가 밟아온 여섯 개의 계단이다.
지난 6월29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제74회 세계뉴스미디어총회에서 발표하고 있는 앙네스 스텐봄 <인랩> 대표. 세계신문협회(WAN-IFRA) 제공
미래의 뉴스 형식을 제트(Z)세대와 함께 실험하는 북유럽 언론도 있다. 노르웨이 미디어 그룹 십스테드(Schibsted)와 티니우스 트러스트(Tinius Trust)가 지난해 공동 출자해 설립한 벤처 미디어 <인랩>(IN/LAB)이다. 총회 둘째 날 발표에 나선 앙네스 스텐봄 <인랩> 대표는 “우리는 현재 (뉴스를 기피하는) 뉴스 ‘아웃사이더’들을 위한 뉴스의 미래를 탐색한다”며 “뉴스 업계 외부에 있는 사람들, 특히 젊은 독자들은 뉴스를 우리와 같은 방식으로 보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들과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랩>이 16~19살 청년 10명과 10주간 미래 뉴스 경험을 미리 설계해보는 ‘체인지 메이커’ 프로그램을 운영한 이유다. 청년 10명은 ‘뉴스가 음악이면 어떨까’라는 원초적인 질문을 던졌다. 아이디어는 실현됐다. 글로 쓴 기사를 인공지능이 생성한 음악으로 변환하는 ‘음악으로서의 뉴스’(News as music)가 북유럽 최대 신문사 <아프톤블라데트>(Aftonbladet) 웹사이트를 통해 시범 출시됐다. 가장 인기 있는 뉴스 음악은 ‘비욘세의 스톡홀름 방문에 관한 랩’이었다.
인도네시아 <아이디엔 미디어>의 윈스턴 우토모 대표. 제74회 세계뉴스미디어총회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세계신문협회(WAN-IFRA) 제공
젊은 독자들에게 공을 들이는 건 북유럽 언론들만은 아니다. 인도네시아 <아이디엔(IDN) 미디어>의 윈스턴 우토모 대표는 같은 날 총회에서 “대부분의 인터넷 콘텐츠가 수도 자카르타 중심이어서 지역 정보 격차를 줄이고, 7천만명 이상의 인도네시아 엠제트 세대를 위한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아이디엔 미디어>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2014년 6월 설립된 <아이디엔 미디어>는 국내외 주요 뉴스와 함께 젊은 세대들이 관심 많은 패션·뷰티, 육아, 요리, 비즈니스, 게임 콘텐츠를 다루는 플랫폼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총 6개 플랫폼에 유입되는 월간 순 방문자 수는 7천만명이 넘는다고 우토모는 밝혔다. 우토모는 “우리의 이용자 90% 이상이 엠제트 세대”라며 “최근엔 자체 실시간 라이브 방송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3년 대만 독립 언론으로 시작해 홍콩, 일본 등으로 진출한 <티엔엘>(TNL) 미디어 그룹도 동아시아 엠제트 세대를 타깃 독자로 삼고 있다. 이번 총회에 참석한 조이 정 <티엔엘> 미디어 그룹 대표는 “엠제트 세대는 국제적인 감각이 있는데다 구매력도 있다”며 “미래 결정권자인 그들과 계속 함께 갈 것”이라고 말했다.
타이베이/김선식 기자
kss@hani.co.kr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3 세계뉴스미디어총회 참가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