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리 가수 제이슨 알딘의 ‘트라이 댓 인 어 스몰 타운’ 뮤직비디오 장면. 유튜브 갈무리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정국이 ‘세븐’으로 미국 빌보드 차트 ‘핫 100’ 1위로 직행한 가운데, 그 경쟁자들에게도 관심이 쏠린다. ‘핫 100’ 2위와 3위를 차지한 두 노래가 미국 보수파의 맹렬한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세븐’과 근소한 차로 2위를 차지한 노래는 컨트리 가수 제이슨 알딘의 ‘트라이 댓 인 어 스몰 타운’이다. 이는 지난 5월에 발매된 곡이다. 이전까진 별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다 갑자기 판매량이 급증하며 2위까지 치솟았다. 여기엔 지난 14일(현지시각) 공개한 뮤직비디오의 영향이 작용했다.
해당 뮤직비디오는 미국 테네시주 법원에서 촬영했다. 테네시주 법원은 1927년 18살 흑인 소년이 백인 소녀를 공격하려 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앞둔 상황에서 백인 폭도들에게 집단 린치를 당해 숨진 사건이 일어난 곳이다. 당시 백인들은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다. 알딘이 성조기가 걸린 테네시주 법원 앞에서 노래하는 장면 사이사이로 과격한 시위·약탈 장면이 이어진다. 노랫말은 내 작은 마을에서 이런 행동을 하면 응징하겠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이를 두고 인종차별적이며 총기 사용을 장려하는 내용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알딘은 부인했지만, 컨트리 음악을 주로 다루는 미국 케이블 방송마저 이 뮤직비디오를 보이콧했다. 그러자 컨트리 음악을 즐겨듣는 보수적인 백인들 사이에서 반발이 일어났다. 보수파는 이 노래를 스트리밍·다운로드하고 음반을 구매하면서 지지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보수 정치인들까지 나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컨트리 가수 모건 월렌. 에스엔에스(SNS) 갈무리
3위를 차지한 노래는 모건 월렌의 ‘라스트 나잇’이다. 바로 전 주 1위였으며, 무려 14주나 정상을 지킨 강자다. 다른 노래에 정상을 내줬다가도 재탈환하는 뚝심을 보여줬다. 가사 내용은 특별할 것 없는 사랑과 이별 노래다. 하지만 월렌의 과거 인종차별 발언이 이 노래에도 영향을 끼쳤다.
2021년 월렌이 자신의 집에 가다 흑인을 비하하는 용어인 ‘엔(N)-워드’를 내뱉는 영상이 공개됐다. 월렌은 곧바로 사과했지만 비판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라디오 방송국과 스트리밍 업체들은 플레이리스트에서 그의 노래를 없앴다. 컨트리음악협회는 연례 시상 후보에서 제외하겠다고 발표했고, 소속사는 계약 중단을 선언했다.
그러자 컨트리 음악을 즐겨듣는 보수적인 백인들이 음반을 집중 구매하며 월렌 지키기에 나섰다. 그 덕에 판매량이 급증했고, 이후에도 보수파는 월렌의 든든한 지원군을 자처했다. 이런 움직임이 이번 ‘라스트 나잇’ 열풍에도 영향을 끼쳤다.
이처럼 정치적 목적을 띤 보수파들의 강력한 지지를 등에 업은 두 노래를 정국의 ‘세븐’이 넘어선 것은 그래서 더 뜻깊다. 인종차별 논란과 연관된 두 노래를 딛고 아시아 가수의 노래가 정상을 차지했다는 그 자체만으로 상징적이기 때문이다. 당장 다음주 차트가 어떻게 바뀔진 모르지만,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대중음악사에 남을 만한 의미를 새기는 듯하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