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공모에 들어갔던 국립현대미술관의 새 관장 최종 후보로 지난달 21일 김성희 홍익대 미술대학원 교수, 김찬동 기획자(전 수원시립미술관장), 심상용 서울대 미대 교수가 확정된 가운데 이들이 과거 미술계 공직 인선 과정에서 서로 남긴 개운치 않은 인연과 이력들이 다시금 미술인들 입도마에 오르고 있다.
1980년대 미술소그룹 메타복스 작가 출신으로 아르코미술관장과 경기문화재단 뮤지엄 본부장 등을 역임한 김 전 관장과 서울대 미대와 프랑스 파리1대학 박사 출신의 미술인문학자인 심 교수는 이번 공모에서 처음 경쟁하는 사이가 아니다. 2018년 수원시가 운영하는 수원아이파크미술관을 관할하는 관장격인 수원시미술관사업소장 공모에 나란히 응해 이미 관장 후보들로 만난 바 있다. 그해 7월 수원시는 당시 동덕여대에 적을 두고 있던 심상용 교수를 관장으로 선임했으나, 충분한 사전 조율이 되지 않은 탓에 학교 쪽이 관장 재직을 위한 휴직을 불허해 자리를 물려야 했고, 당시 차순위 응모자(차점자)였던 김찬동 기획자가 대신 임명되는 유례 없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당시 사정을 아는 미술계 인사들은 이번에 두번째로 벌어지는 두 사람의 관장 대결에서 누가 승리할지를 주시하는 분위기다. 심 교수는 2021년 대구비엔날레 개막을 다섯달여 앞두고 기존 독일인 감독이 물러나자 급하게 대체 감독으로 들어가 한 상업화랑의 국외 사진가의 코로나 관련 전시 콘텐츠를 상당 부분 거의 그대로 활용했고, 비엔날레 기간 중 출품한 국외 참여 작가들의 작품을 자신이 관장으로 재직 중인 서울대 미술관에 가져가 따로 전시회를 꾸리는 상식 밖의 기획을 벌여 사진계에서 뒷말을 낳기도 했다.
김성희 교수는 2015~2016년 박근혜 정권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문화계 블랙리스트 공작의 주역이었던 김종덕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홍대 재직 시절 동료 교수로서 김 전 장관의 문화기관 장악을 도운 홍대 인맥의 일원이라는 의혹을 받았다.
문체부는 개관을 일곱달 앞둔 2015년 2월 광주 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전시예술감독인 이영철 계원예술대 교수를 갑자기 해임하고 수년 전부터 50억여원을 들여 이 전 감독이 준비해온 개관 전시 프로젝트를 뒤엎은 바 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장관이 김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고 처남 매제 사이인 윤정섭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도 참여한 평가위원회를 구성했다. 평가위는 그 뒤 이 감독의 개관 전시 안이 구체성이 결여됐다는 평가 결과를 내놓았고 문체부는 이를 토대로 전격적으로 이 감독 해임을 단행했다.
전당 안에 이미 콘텐츠 심의위원회를 운영 중이었는데도 문체부 주도로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별도 평가위를 급히 꾸린 배경을 놓고 여러 구설이 오갔다. 이영철 교수는 실제로 당시 언론에 “김종덕 장관이 김성희 교수 등 자신의 홍익대 인맥을 요직에 기용하고, 그동안 기획해온 전시 내용을 모두 뒤엎는 문화적 테러를 가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임무효소송을 걸어 수년간의 소송 끝에 2017년 해고가 적법하지 않다는 판결을 받아 내며 승소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이영철 교수는 지난 2021년 국립현대미술관장 공모 때 윤범모 전 관장과 경쟁했던 최종후보이기도 했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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