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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이권 카르텔” 꺼내며 출판계 길들이기? 도서전 흠집 내는 문체부

등록 2023-08-02 09:00수정 2023-08-02 09:33

올해 6월 열린 서울국제도서전.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올해 6월 열린 서울국제도서전.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장관이 서울국제도서전을 두고 “출판계 이권 카르텔”을 언급하자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 회장이 “장관 해임”으로 받아치는 등 문체부와 출협이 정면충돌한 가운데, 문체부의 ‘출협 때리기’가 부당하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문체부는 앞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주관 세종도서 지원사업, 한국문학번역원 주관 번역지원 사업 등에도 확정되지 않은 내용을 언론에 먼저 알리는 식으로 문제 삼아, ‘출판 산하기관들을 잡도리한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민간단체인 출협은 국고보조(2022년 7억7000만원)를 받아 해마다 서울국제도서전을 열어왔다. 보조금 사용 내역 등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보고해 승인받고, 문체부가 최종 승인한다. 그런데 최근 문체부가 도서전 관련 감사에 착수했고, 박 장관은 지난달 24일 기자간담회에서 “한심한 탈선행위가 발견됐다”고 했다. 입장료, 부스 사용료 등은 반환해야 할 수익금인데 출협이 지난 몇 년간 상세 내역을 누락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반면 출협은 전체 도서전 수입에서 각종 비용을 뺀 나머지가 수익금이며, 문체부가 ‘반환 의무’를 요구한 것도 지난해부터라 주장하고 있다.

이런 견해차가 발생한 근본적인 이유는 보조금 지급 결정을 통보하는 정부 문서 안에서도 모순되는 내용이 담기는 등 문체부가 제대로 ‘교통정리’를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문체부는 2019년 처음으로 ‘교부결정’ 공문에 “보조금 수행에 따라 발생한 입장료, 행사수익금 등의 수익금은 (…) 국가에 반환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그런데 출협에 함께 보낸 ‘교부결정’ 통지서에는 “보조사업자는 교부받은 보조금에 대해 별도의 계정을 설정하고 자체 수입 및 지출과 명백히 구분하여 계리”하라고 했다. 자체 수입·지출은 보조사업과 구분하라는 뜻이다. 또 2021년에는 “수익금을 반환할 수 있다”고 했다가 2022년에는 다시 “반환해야 한다”고 명시하기도 했다.

종합하면, 문체부는 그동안 수익금 반환 의무, 무엇을 수익금으로 볼 지에 대한 규정 등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았다. 2022년에야 본격적으로 수익금 반환을 요구했고, 당시 출협은 “대승적 차원”에서 2억원을 수익금으로 반환했다. 그런데 뒤늦게 감사가 시작되고 박 장관이 확정되지 않은 감사 내용을 근거로 출협의 수익금 누락을 기정사실화하며 “수사의뢰”까지 언론에 언급했다. ‘다른 의도’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문체부는 국고보조사업에 대한 최종 관리·감독 주체로서 이미 2022년까지 회계보고를 승인한 바 있어, ‘누워서 침뱉기’란 지적도 나온다.

공공재정 전문가인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2022년 사업 정산은 올해 3~4월에 끝났는데 그때는 가만히 있다가 뒤늦게 문제 삼는 것도 이상한데다, 감사 중간에 보조사업자의 탈선을 암시하는 발언을 한 것도 이례적”이라며 “정부가 출판계를 길들이기 위한 의도로 실력 행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풀이했다. 서울국제도서전은 국가 대행 행사가 아니라 민간단체 행사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국가보조는 출판산업 활성화를 위해 민간단체의 행사를 지원해주는 성격을 띤다. 따라서 행사 수익금의 일차적 처분 권리는 출협에 있다는 것이 김 위원의 풀이다. 중소기업들이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아 진행하는 ‘일자리 박람회’ 같은 경우에도 입장료 수입을 반환하는 사례가 없다고도 지적했다.

교부결정 공문과 교부결정 통지서 내용이 서로 모순되는 등 문체부가 수익금 관련 내용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데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보조금 지급 조건을 더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는 교부결정 통지서가 공문보다 더 우선한다고 봤다. 법무법인 지향의 이상희 변호사는 “보조사업에서 수입보다 지출이 훨씬 많았는데 수입을 무조건 수익금이라 보고 반환하라고 하면, 민간단체는 단지 보조금을 받았다는 이유로 재정적으로 큰 손실을 감당해야 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출협은 박 장관의 기자간담회 발언에 대해 박 장관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반납했던 수익금에 대해서도 반환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출협 관계자는 “출협 내에서는 이런 식이면 정부 보조금을 받지 않고 도서전을 진행하자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반발이 심하다”고 전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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