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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일본 최강 쇼윈도 부부의 ‘남남되기 프로젝트’

등록 2023-08-19 08:00수정 2023-08-20 14:50

[박상혁의 OTT 충전소] 일드 ‘이혼 좀 합시다’

영화 ‘어바웃 타임’ 포스터를 패러디한 것 같은 로맨틱한 분위기가 두 사람의 역설적인 관계를 보여준다. 넷플릭스 제공
영화 ‘어바웃 타임’ 포스터를 패러디한 것 같은 로맨틱한 분위기가 두 사람의 역설적인 관계를 보여준다. 넷플릭스 제공
세상에는 수많은 관계가 존재한다. 미혼이지만 사실혼도 있고 돌싱도 있다. 기혼이지만 별거 중인 사람도 있고 심지어 불륜도 있다. 동성 커플도 있고 비혼식을 하거나 졸혼을 선언한 사람도 있다. 여기 사랑이 식다 못해 완전히 사라진 뒤, 이혼을 합의한 부부가 있다. 헤어질 일만 남았는데 하필 각자 일에 ‘행복한 결혼생활’ 이미지가 꼭 필요하다. 바로 정치인과 배우다. 이 역대 최강 쇼윈도 부부는 무사히 이혼할 수 있을까? 지난 6월 공개한 넷플릭스 일본 드라마 ‘이혼 좀 합시다’이다.

타이시는 3대째 이어져 온 정치 명문가 출신의 지방 국회의원이다. 국민을 위한다는 사명감 따위는 없고 그냥 아버지를 따라다니다 국회의원이 되었다. 그의 아내 유이는 타이시의 지역구에서 찍은 드라마로 국민 스타가 된 배우다. 전혀 공통점이 없는 두 사람은 첫눈에 반했고, 유이가 선거운동을 도우면서 타이시는 당선된다. 그러나 행복은 오래가지 못한다. 타이시와 방송사 아나운서의 불륜이 폭로된다. 유이의 적극적인 대처로 위기를 넘기지만 이미 신뢰는 깨졌다. 타이시는 유이만 주목받는 생활에 신물이 났고 유이는 우유부단하고 사고만 치는 타이시의 행동 하나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각자 잘 살기로 했지만, 법적인 이혼은 쉽지 않다. 타이시 집안은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 이미지를 망친다며 펄쩍 뛰고, 유이의 기획사는 이혼으로 발생할 위약금과 계약 위반을 들먹인다. ‘행복한 이미지’가 필요한 건 부부도 마찬가지다. “왜 빨리 이혼을 진행하지 않느냐!” 소리 높여 싸우다가도 유이가 하는 유튜브 채널의 라이브 방송 시간이 되면 카메라를 켜고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부부를 연기한다. 라이브 방송이 끝나면 다시 싸움을 시작한다. 어쩌면 우리 주변에도 이런 부부들이 많지 않을까?

영화 ‘어바웃 타임’의 포스터를 패러디한 것 같은 로맨틱한 ‘이혼 좀 합시다’의 포스터는 그 자체로 두 사람의 역설적인 관계를 표현한다. 이혼 변호사들 앞에서 자신들의 연애 이야기를 행복한 표정으로 털어놓는 장면은 웃기면서 씁쓸하다.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로맨틱(?) 드라마이지만 일본 정치의 문제점이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편견, 성 역할에 대한 의문 등 다양한 생각할 거리도 던져준다. 유이를 통해 요즘 일본 여성들의 다양한 고민도 엿볼 수 있다. 타이시 역의 마쓰자카 도리는 아베 전 총리의 사학 비리를 고발한 영화 ‘신문기자’에서 우리나라 배우 심은경과 호흡을 맞춰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이번 주말에도 결혼식이 2개나 있다. 아마 신랑 신부는 죽을 때까지 당신만을 사랑할 것이라고 외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3쌍 중 1쌍은 헤어진다고. 그렇다면 당신의 사랑은 아직 안녕한가요?

씨제이이엔엠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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