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의 복원 공사를 마치고 오는 20일 공개되는 경복궁 계조당의 정면. 문화재청 제공
조선왕조의 정궁 경복궁 한가운데에 왕세자의 집이 다시 들어섰다. 일제에 의해 사라진 지 100여년 만이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조선 왕세자의 거처이자 집무 공간이던 경복궁 계조당 복원 작업을 5년 만에 마무리하고 20일부터 건물과 권역을 내보인다고 19일 밝혔다.
계조당은 경복궁 동쪽 동궁 권역에 자리잡고 있다. 신하들이 조정에 나아가 왕세자에게 예의를 보이는 조하(朝賀) 예식과 궁중 잔치인 진찬(進饌)이 열려 동궁에서도 고갱이에 해당하는 건축물로 자리매김했다. 조선왕조 5대 임금인 문종(재위 1450∼1452)은 세자 시절 계조당에서 부친인 세종(재위 1418∼1450)을 대신해 정무를 보며 신하들과 현안을 논하기도 했다. 조선왕조의 권위와 왕권 계승의 의미를 보여주는 상징적 건물이었지만, 1910년대 조선총독부가 식민통치 시책을 선전하기 위한 조선물산공진회를 준비하면서 무단철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에 복원된 계조당 권역은 정면 5칸, 측면 3칸 규모의 본당, 의례에 필요한 월대(건물 앞에 넓게 설치한 출입 난간과 축대) 등으로 이뤄져 있다. 현재 전하는 문헌 자료 등을 토대로 전문가 검토를 거쳐 주변부의 행각(건물 앞이나 좌우에 지은 긴 행랑)과 담장, 외곽 담장부의 봉의문 등도 옛 모습을 살렸다.
궁능유적본부 쪽은 “전문 장인이 목재·석재·기와 등의 전통 재료를 직접 생산·가공하고 전통 공법을 최대한 활용해 복원 작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궁능유적본부는 상설 전시회와 교육·체험 프로그램 행사도 11월 중에 펼칠 계획이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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