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창신동 백남준기념관 전시실 안쪽 풍경. 백남준 생전 미국 뉴욕 작업실을 사진과 복제품들로 재현했다. 그 옆 탁자 위에선 백남준의 자전적 글이 인쇄된 책자를 펼쳐 보면서 책장을 넘길 때마다 고인의 미디어아트 영상들이 비쳐 보이는 색다른 감상 경험을 할 수 있다. 노형석 기자
‘백남준을 기억하는 집’이 명맥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미디어아트의 거장 백남준(1932~2006)이 성장기를 보낸 서울 창신동 옛 집터 자리의 백남준기념관이 문 닫을 위기를 넘겼다. 서울시가 문화사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다음달부터 기념관 운영을 접기로 방침을 확정했다는 사실이 한겨레 단독보도(
한겨레 10월5일치 21면)로 알려지면서 문화계 인사들 사이에 우려와 반발이 확산되자 기념관을 운영해온 시 산하 서울시립미술관은 26일 저녁 보도자료를 내어 기념관 운영을 활성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시의 운영 종료 방침을 백지화하고 고인을 기억하는 문화공간으로 계속 운영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미술관 쪽은 “기념관이 작품 전시·연구·교육에 활용되어왔으나 공간이 협소하고 항온·항습이 되지 않는 등 전시에 불리한 환경의 개선이 필요해 활성화에 나서기로 했다”며 기념관 운영 성과와 과정을 기록화해 시립 미술아카이브로 이관하고 미술관 소장 작품과 통합 관리해 작가 연구 기반을 구축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기념관 내부를 신진미술인 창작활동 공간으로 활용하고 어린이·청소년 교육 프로그램과 전문가 초청 강연회 등도 새로 마련하겠다고 했다.
백남준기념관은 고인이 13년간 성장기를 보냈던 창신동 옛 집터(한국전쟁 뒤 전소) 일부에 후대 건립된 한옥을 개조해 2017년 3월 문을 열었다. 그러나 지난 연말 미술관 쪽이 예산 운용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관객도 거의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업을 접는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시켜 시 쪽의 승인을 받았고, 최근에는 11월 운영 종료 방침이 정해져 일부 전시물을 걷어내고 전시 콘텐츠 내용을 미술관 아카이브에 옮기는 작업을 벌이던 중이었다.
글·사진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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