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이 14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소감을 이야기하고 있다. 문학동네 제공
“프랑스 독자들에게 제주의 역사적 사건에 추가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없었어요.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감각을 통해 끝끝내 작별하지 않는 마음에 닿게 하고 싶었습니다.”
제주 4·3을 소재로 한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로 최근 프랑스의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은 이렇게 말했다. 이 작품이 석달 전 처음 번역소개된 국가가 프랑스다.
14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 마련된 기자간담회에서 한강(53)은 “상패도, 선정평도 없이 식당에서 샴페인 마시고 사진 찍은 게 다였다. 어떤 시상식과도 다른 자유로운 분위기라 좋았다”며 “완성까지 7년 걸쳐 2021년 9월 출간되었는데 지금까지도 아주 가깝게 느껴지는 소설이라 수상소식에 더 기뻤다”고 말했다. 작가가 당시 준비한 수상 소감조차 밝힐 겨를 없었지만, 작가에게 어떤 상도 “소설을 완성했던 때”만큼 기쁘지 못한, “주변적인 것”일 뿐이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지난 8월 최경란, 피에르 비지우의 번역으로 프랑스에서 처음 출간(출판사 그라세)됐다. 한강은 그간 소설 ‘바람이 분다, 가라’(번역출간 2014), ‘채식주의자’(2015), ‘소년이 온다’(2016), ‘희랍어 시간’(2017), ‘흰’(2019)으로 프랑스 독자와 만나왔다.
메디치상은 1958년 신설된 프랑스 국내 문학상으로 1970년 외국문학상 부문이 추가됐다. 그간 밀란 쿤데라(1973), 도리스 레싱(1976), 움베르토 에코(1982), 필립 로스(2002), 오르한 파묵(2005) 등이 받았다. 한국 작가로는 첫 수상이고, 아시아에서도 1990년 인도의 아미타브 고시가 받은 게 유일했다.
최근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이 14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학동네 제공
‘작별하지 않는다’(2021)에서 소설가 경하가 제주 친구 인선의 부탁으로 빈집의 새를 보살피러 눈보라를 뚫고 갔다가, 죽은 인선의 어머니(강정심)와 만난다. 꿈을 통해서다. 이어 드러나는바, 강정심은 4·3 학살의 피해자이자 생존자로 당시 실종된 자신의 오빠를 찾다 생을 마쳤다. 정심의 마음이 바로 제목이고, 한강은 그것을 두고 “작별을 고하지 않고, 작별하지 않은 상태”라고 말한다. 작중 인물도, 작가 한강도 ‘악몽’을 통해 정심의 여정에 들어선다. 외국 서평에 “환상” “환각” 따위 단어가 등장하는 이유지만, 악몽은 우연이 아닌 애도의 마음이고, 결국 고통으로 연결된 마음의 가장 명징한 증거에 가까워 보인다.
5·18 광주 소재의 ‘소년이 온다’ 후인 2014년 작가가 실제 꾼 악몽이 계기가 되어 새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작가가 메모한 노트만 10권이 넘는다. 2018년 겨울 남긴 메모의 한 구절이 “눈이 내렸다. 작별하지 않는다”다.
한강은 2016년 ‘채식주의자’로 부커상(인터내셔널 부문)을 받았고, ‘흰’으로 2018년 같은 상 최종후보에 다시 오른 바 있다. 한강은 이날 “9년에 걸쳐 쓴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가 하나의 짝인 셈인데, 너무 추웠다. 겨울에서 이젠 봄으로 들어가고 싶다. 역사적 소설은 그만 쓰겠다”며 “좀더 개인적인, 생명에 대한 소설을 쓰려고 한다”고 말했다.
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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