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군사반란을 그린 영화 ‘서울의 봄’이 개봉 33일째에 1000만 관객을 달성했다.
배급사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는 24일 0시 누적 관객수 1006만533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을 기록했다고 24일 오전 발표했다. 지난 5월 개봉한 ‘범죄도시3’에 이은 올해 두 번째 천만 영화이며 역대 개봉작 전체에서 31번째, 한국영화 가운데는 22번째 천만 영화의 영예를 얻게 됐다.
지난달 22일 개봉한 ‘서울의 봄’은 기존 흥행 공식을 깨며 사회적 신드롬까지 불러일으킨 화제성으로 1000만 달성의 더 각별한 의미를 획득했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12일 저녁 7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전두광(황정민) 무리의 쿠데타 시도와 이를 막으려는 이태신(정우성)과 일부 군인들의 분투를 긴박하게 그렸다. 김성수 감독은 “무거운 역사적 소재인데다 승리한 쿠데타라는 알려진 사실을 다뤄 20~30대 관객이 극장에 올지 영화를 찍는 내내 걱정했다”고 말했다. 또 이 영화가 개봉한 11월은 전통적으로 영화관에 손님이 가장 적은 비수기다. 1000만 달성 영화 가운데 11월 개봉작은 2014년 인터스텔라’가 유일하고 한국 영화는 ‘서울의 봄’이 첫 작품이다. 개봉 전 예매율도 다른 대작들에 비해 크게 높지 않았다.
영화 ‘서울의 봄’.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하지만 개봉 뒤 영화에 대한 관심이 치솟았다. “결말을 알고 봐도 화가 치민다” “너무 화가 나서 눈물이 쏟아졌다” 등 강렬한 몰입감을 보여주는 후기들이 쏟아지면서 개봉 2주차에 흥행 역주행이 펼쳐졌다. 20~30대를 중심으로 소셜미디어 상에서 영화를 본 뒤 분노를 표시하는 ‘밈’들이 쏟아졌고 관람 후 스트레스로 치솟은 심박수를 사진 찍어 올리는 ‘심박수 인증 챌린지’가 유행했다. 신드롬처럼 커진 사회적 관심은 12·12 사태를 전후로 한 한국 현대사에 대한 관심까지 높였고 당시 쿠데타 군과의 총격전에서 생명을 잃은 김오랑 소령, 정선엽 병장의 추모 열기도 달궈졌다. 일부 보수 단체에서 중·고등학교 단체 관람을 문제삼으며 해당 학교장을 고소하는 일도 벌어졌다.
6월 초 징검다리 휴일을 앞두고 개봉한 ‘범죄도시3’은 개봉 1주일 만에 600만명 동원 뒤 급속도로 하향세를 탔지만 ‘서울의 봄’은 이달 20일 ‘노량:죽음의 바다’가 개봉할 때까지 높은 좌석판매율을 유지했다.
‘서울의 봄’ 성공은 갈수록 마케팅 의존도가 커지는 영화시장에서 콘텐츠가 가진 힘의 중요성을 보여준 바람직한 사례가 됐다. ‘서울의 봄’의 관객 평가는 개봉 한달이 지난 지금까지 씨지브이(CGV) 에그지수 99%, 네이버 평점 9.61로 높은 점수를 유지하고 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2011년 이른바 ‘도가니법’을 이끌어낸 영화 ‘도가니’처럼 상업적이면서도 관객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며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무비 저널리즘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평가했다.
영화 ‘서울의 봄’에서 김오랑 소령을 모델로 한 오진호 소령을 연기한 배우 정해인.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서울의 봄’으로 배우 정우성은 1994년 데뷔 이래 처음으로 천만 영화에 이름을 올렸다. ‘비트’ ‘태양은 없다’ ‘무사’ ‘아수라’에 이어 ‘서울의 봄’을 함께 만든 김성수 감독 역시 첫 천만 연출작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특히 올해 62살인 김성수 감독은 많은 감독이 나이 들며 연출 기회를 얻지 못하는 한국 영화계에서 환갑을 넘긴 첫 천만 감독이라는 기록도 남겼다. 정우성은 개봉 이후 서울, 부산, 대전, 광주 등 전국 상영관에서 230차례가 넘는 무대 인사에 나서며 출연배우 무대 인사 최대 참석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지금도 주말 일일 관객 30만명 수준의 흥행을 유지하고 있어 최종 관객수가 어디까지 갈 것인지도 관심사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올해 최고기록이었던 ‘범죄도시3’의 1068만명을 넘어 1100만명은 무난히 달성하고 1200만명 욕심도 내 볼 만하다”고 예상했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영화 ‘서울의 봄’.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