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천사터 지광국사탑. 해체 수리 전인 지난 2016년 서울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 뒤뜰에 있을 때의 모습이다. 문화재청 제공
마침내 판가름났다. 가장 아름다운 고려시대 불탑으로 이름높은 원주 법천사터 지광국사탑(국보)의 새 안식처는 100여년 전 떠나야했던 고향 절터의 전시관 안으로 정해졌다.
문화재청은 최근 열린 문화재위원회 건축분과 심의회의에서 지광국사탑의 최종 복원 장소를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 법천사터 경내 절터 유적전시관으로 결정했다고 28일 발표했다. 앞서 문화재위원회에서는 지난 2019년 탑의 원래 자리인 원주 이전이 확정된 이래 탑의 복원위치를 두고 원래 자리였던 절터의 승탑원 자리에 보호각을 세우고 그 안에 복원하는 방안과 절터 안에 세워진 유적전시관에 두는 방안을 놓고 논의를 거듭해왔다. 이날 낸 문화재청 보도자료를 보면, 문화재위원회는 승탑원 자리가 땅의 연약한 지반 얼개 때문에 24t에 달하는 탑의 무게를 견디기 어려우며 보호각을 따로 세워야 하는 환경적 측면도 감안했다면서 지진을 견디는 내진구조로 설계됐고 탑의 하중도 지탱할 수 있는 ‘유적전시관’을 최종 결정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 법천사터 경역 안에 있는 유적 전시관. 이 전시관 안에 복원된 지광국사탑이 들어서게 된다. 문화재청 제공
지광국사탑은 고려시대 ‘국사(國師)’로 추앙받은 고승 해린(海麟, 984-1070)의 사리와 유골이 봉안된 11세기의 승탑이다. 평면 사각의 전각 구조로 조각과 장식의 조형미가 단연 뛰어나 이 땅의 역대 승탑들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화려한 명작으로 꼽히고 있다. 일제강점기인 1912년 뜯겨 일본 오사카로 반출됐다가 서울 경복궁 경내로 들어왔으나 궁 안에서도 여기저기 옮겨지는 유랑을 거듭했고, 한국전쟁 중에는 폭격으로 몸체가 동강 나는 등 오랜 수난을 겪어온 문화유산으로 유명하다.
원주 법천사터의 탑이 있던 원래 자리와 국보 탑비를 내려다 본 모습. 지반이 연약해 탑의 하중을 견디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최종 복원대상지가 되지 못했다. 문화재청 제공
2016년 경복궁 경내 국립고궁박물관 뒤뜰에 있던 탑을 전면 해체하여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원 문화재보존과학센터로 이송한 뒤 2020년까지 과학적 조사와 보존처리를 했다. 올해 8월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한 옥개석과 탑신석을 제외한 31개 부재를 탑의 고향인 원주 법천사터 유적전시관으로 이송해 112년 만의 귀향 기념식을 열었고, 그 뒤 부재들은 유적전시관에서 전시 중이다.
문화재보존과학센터에서 맡게 될 탑 부재의 재조립·복원 작업은 내년 초부터 진행된다. 지진에 대비한 안전장치인 면진대 설치로 시작돼 이후 상층 기단의 갑석을 쌓고 옥개석과 탑신석을 옮겨 와 단계적으로 탑을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내년 안에 제 모습을 갖춘 탑을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문화재청 쪽은 내다봤다.
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문화재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