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문학 거장 르 클레지오
프랑스 문학 거장 르 클레지오 방한
칸영화제 의뢰 영화 관련 책 집필 계획
박찬욱·이창동·이정향 감독 만나 대화
“참여문학 활발한 점 배울 만하다” 평가 프랑스 문학의 거장 장 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67)가 한국을 찾았다. 〈조서〉 〈홍수〉 〈황금 물고기〉 등의 작품으로 국내에도 많은 독자를 거느리고 있는 그의 방한은 이번이 네 번째다. 르 클레지오의 이번 방한 목적은 일차적으로는 한국 영화 취재에 있다. 올해로 60돌을 맞는 칸영화제 쪽에서 그에게 영화 관련 책의 집필을 의뢰했고, 그는 그 책에서 평소 관심 있게 지켜본 한국 영화를 다루고자 이창동, 박찬욱, 이정향 세 감독을 인터뷰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달 26일 방한해 세 감독 인터뷰를 마친 르 클레지오는 5일 낮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들과 만나 방한 목적과 문학과 영화의 관계 등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칸영화제 쪽의 주문은 영화 전반에 관한 책을 써 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이 책에서 문학과 영화의 관계를 중점적으로 다루려 한다. 나는 특히 그 책의 일부를 평소 내가 흥미롭게 보았던 한국 영화에 할애하고 싶었고, 박찬욱 이창동 이정향 세 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한국영화가 상업적으로 성공했으면서 동시에 예술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며 “특히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는 할리우드 영화에 못지않은 재원과 기술을 동원하면서도 역시 한국을 배경으로 한데다 예술성을 살렸다는 점이 좋았고, 이정향 감독의 〈집으로〉 역시 그 어떤 영화와도 다른 독특한 개성을 지니고 있는 정말 훌륭한 영화”라고 평했다. 르 클레지오는 7일 오후 3시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 빌딩 10층 강당에서 ‘기억과 상상’을 주제로 낭독회를 겸한 공개강연회를 연다. “프루스트는 작가에게 상상이란 없으며 단지 기억으로 글을 쓸 뿐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나 역시 그에 공감한다. 흔히 작가란 상상으로 글을 쓴다고 말을 하지만, 자세히 보면 사람들이 상상이라고 말하는 것 역시 넓은 의미의 기억인 경우가 많다. 직접 체험한 것만이 아니라 책이나 예술, 문화 전반의 기억 말이다. 내 생각에 작가란 집단의 기억 일부를 표현해 주는 동시에 그 기억에 일부를 보태 주는 존재가 아닐까 한다.” 르 클레지오는 한국 영화만이 아니라 한국문학 역시 독자적인 영역과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가령 프랑스에서는 참여문학이라는 것이 1960년대 이후 사실상 없어졌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여전히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아마도 한국문학은 서구 문학에 비해 좀 더 직접적이고 가시적인 목표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참여문학이 활성화된 것이 아닐까. 문학은 사실 인간의 조건과 현실에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장르인데, 지금 서구 특히 프랑스는 소설의 미학적 관점만을 중시한다. 그런 점에서 서구는 한국문학에서 배울 바가 많을 것이라고 본다.” 한편 그는 이화여대 쪽에서 올 하반기에 한 학기 동안 강의를 요청할 것이라는 소식과 관련해서는 “개인적으로는 희망하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를 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글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사진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박찬욱·이창동·이정향 감독 만나 대화
“참여문학 활발한 점 배울 만하다” 평가 프랑스 문학의 거장 장 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67)가 한국을 찾았다. 〈조서〉 〈홍수〉 〈황금 물고기〉 등의 작품으로 국내에도 많은 독자를 거느리고 있는 그의 방한은 이번이 네 번째다. 르 클레지오의 이번 방한 목적은 일차적으로는 한국 영화 취재에 있다. 올해로 60돌을 맞는 칸영화제 쪽에서 그에게 영화 관련 책의 집필을 의뢰했고, 그는 그 책에서 평소 관심 있게 지켜본 한국 영화를 다루고자 이창동, 박찬욱, 이정향 세 감독을 인터뷰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달 26일 방한해 세 감독 인터뷰를 마친 르 클레지오는 5일 낮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들과 만나 방한 목적과 문학과 영화의 관계 등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칸영화제 쪽의 주문은 영화 전반에 관한 책을 써 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이 책에서 문학과 영화의 관계를 중점적으로 다루려 한다. 나는 특히 그 책의 일부를 평소 내가 흥미롭게 보았던 한국 영화에 할애하고 싶었고, 박찬욱 이창동 이정향 세 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한국영화가 상업적으로 성공했으면서 동시에 예술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며 “특히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는 할리우드 영화에 못지않은 재원과 기술을 동원하면서도 역시 한국을 배경으로 한데다 예술성을 살렸다는 점이 좋았고, 이정향 감독의 〈집으로〉 역시 그 어떤 영화와도 다른 독특한 개성을 지니고 있는 정말 훌륭한 영화”라고 평했다. 르 클레지오는 7일 오후 3시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 빌딩 10층 강당에서 ‘기억과 상상’을 주제로 낭독회를 겸한 공개강연회를 연다. “프루스트는 작가에게 상상이란 없으며 단지 기억으로 글을 쓸 뿐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나 역시 그에 공감한다. 흔히 작가란 상상으로 글을 쓴다고 말을 하지만, 자세히 보면 사람들이 상상이라고 말하는 것 역시 넓은 의미의 기억인 경우가 많다. 직접 체험한 것만이 아니라 책이나 예술, 문화 전반의 기억 말이다. 내 생각에 작가란 집단의 기억 일부를 표현해 주는 동시에 그 기억에 일부를 보태 주는 존재가 아닐까 한다.” 르 클레지오는 한국 영화만이 아니라 한국문학 역시 독자적인 영역과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가령 프랑스에서는 참여문학이라는 것이 1960년대 이후 사실상 없어졌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여전히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아마도 한국문학은 서구 문학에 비해 좀 더 직접적이고 가시적인 목표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참여문학이 활성화된 것이 아닐까. 문학은 사실 인간의 조건과 현실에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장르인데, 지금 서구 특히 프랑스는 소설의 미학적 관점만을 중시한다. 그런 점에서 서구는 한국문학에서 배울 바가 많을 것이라고 본다.” 한편 그는 이화여대 쪽에서 올 하반기에 한 학기 동안 강의를 요청할 것이라는 소식과 관련해서는 “개인적으로는 희망하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를 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글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사진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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