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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지나친 자본 논리, 문학의 이름으로 맞서야”

등록 2008-02-24 19:52

최일남 한국작가회의 신임 이사장
최일남 한국작가회의 신임 이사장
최일남 한국작가회의 신임 이사장
“회비도 안내왔던 고문…빚진 마음으로”
‘민족’ 떼낸 새 체제 유연한 변화 기대
새 정부 시장영합적 문화정책 문제제기

“작가회의의 전신인 자실(자유실천문인협의회)이 뜰 때도 저는 겁이 나서 근처에는 얼씬도 안 했습니다. 87년 작가회의로 재출범한 뒤 마포 골목에 단체 사무실이 생겼는데, 저는 게을러서 거의 와 보질 못했습니다. 회비도 안 내는 고문이었지요. 그랬던 터에 이사장이라니 이 무슨 벼락인가 싶습니다. 처음에는 고사도 했지요. 그러나 다행이 사무총장 중심 체제라서 누가 이사장이 돼도 대세에는 지장이 없다고 스스로를 달랬습니다. 그동안 표현의 자유와 인권을 위해 몸을 던진 작가회의의 선배·동료들에게 빚진 마음도 없지 않았구요.”

23일 열린 한국작가회의(작가회의) 임시총회에서 원로 소설가 최일남(76)씨가 이 단체의 제17대 이사장으로 선출되었다. 임기는 2년이다. 부이사장에는 시인 이시영·강형철·김정환씨와 소설가 김영현·윤영수씨가 추대되었다.

최일남 신임 이사장은 총회 뒤 기자들과 만나 “작가회의가 단체 이름에서 ‘민족’을 빼는 것을 놓고 아마도 창립 이래 가장 큰 논란을 겪은 것으로 아는데, 그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 대단히 점잖고 문학적이어서 이 단체가 고품격의 단체임을 새삼 느꼈다”면서 “조직 안팎으로 여러 가지 변화 징후가 있지만, 초심으로 돌아가는 바탕 위에서 지혜롭고 품위있게 바깥으로부터의 질문에 답하고 아울러 문학적 내실을 기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일은 돕겠다”고 말했다. 그는 “작가회의는 태동부터가 특이한 조직”이라며 “표현의 자유와 인간적 삶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 단체이지만, 최근 이름에서 ‘민족’을 지운 데 이어 최 아무개를 이사장으로 앉히면서 좀 더 유연한 변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최근 새 정부 출범에 즈음해 나타나는 몇 가지 ‘이상 징후’에 대해 부드럽지만 단호한 경계의 말을 잊지 않았다. “영어, 좋은 겁니다. 해야 하고 배워야죠. 그런데 돌아가는 판세를 보면 너무 몰입한달까 그야말로 ‘올인’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가 우리의 자랑이고 무기인 모국어가 상대적으로 상처입고, 울 밑에 선 봉선화 신세 되면 어쩌나 하는 글쟁이로서의 걱정이 듭니다. 또, 자본의 논리가 너무 표면에 나와서 그것이 전부인 양하는 것도 걱정됩니다. 물론 먹고사는 것 이상 중요한 일은 없겠지만 그것도 너무 외곬으로 치닫는다면 문학의 이름으로 무슨 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작가회의는 이날 총회에서 ‘최근 문화예술 정책의 과거회귀 경향에 대한 한국작가회의의 입장’이라는 이름의 성명을 채택했다. 성명은 △때 아닌 이념적 편 가르기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정략적 마타도어 난무 △<통일문학> 반입 불허와 총련계 문인 시선집 <치마저고리> 저자 입국 방해에서 나타난 냉전적이고 퇴행적인 문화검열 경향 △시장 영합적 문화정책의 남발 예상 등을 문제로 제기하고 ‘이명박 정부에 과연 문화는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졌다.

이와 관련해 최일남 이사장은 사견임을 전제로 “<통일문학> 반입 불허는 북쪽과 함께 잡지를 내겠다고 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라면서 “북쪽이 워낙 그럴 거(수록 작품에 이념적이거나 체제 선전적인 요소가 담길 것)라고 짐작해야 하겠고, 그렇다고 거기에 대해 국가보안법을 들이대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글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사진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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