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석의 종횡사해
김지석의 종횡사해 /
우주가 정보를 보존하지 않는다면 물리법칙도 성립할 수 없다. 물리법칙은 각종 정보들과의 관계를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우리 우주가 태어난 150억년 전부터 지금까지 동일한 물리법칙이 적용된다는 사실은 놀랍다. 하지만 우주는 애초부터 안정적이었던 게 아니라 많은 우연 속에서 만들어졌다. <여섯 개의 수>(사이언스북스 펴냄)는 이 우연을 여섯 개의 수로 압축한다. 이들 수가 조금만 달랐더라도 생명체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중 둘은 기본 힘과 관련이 있다. 하나는 원자들을 결합시키는 전자기력의 세기를 원자들 사이의 중력으로 나눈 값으로, 10의 36제곱이라는 엄청나게 큰 수치다. 다른 하나는 핵융합 반응의 효율성을 나타내는 수(0.007 또는 0.7%)다. 양성자 둘과 중성자 둘이 결합해 헬륨 원자핵을 만들 때 0.7%의 질량이 열로 방출되는데, 이 비율이 우주 생성의 근본이 된다.
우주의 기본 힘에 상응하는 인간 사회의 힘은 무엇일까? 곧 어느 생명체도 따라오지 못할 놀라운 생명력을 인간 사회에 부여한 핵심 동력은 무엇일까? 개체 수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삶의 의지와 지력이 아닐까 한다. 다른 생명체는 본능 수준에서 삶의 의지를 발현한다면 인간은 자신의 뜻에 따라 이 의지를 무한정 확장할 수 있다. 인간의 지력 또한 발전 가능성 측면에서 볼 때 끝이 없다. 이 둘은 인간 개체 사이의 관계를 규정하는 기본 원리이자 세계와 관계를 맺는 핵심 수단이 된다.
다른 두 수는 우주의 밀도와 반중력의 크기로, 우주의 크기·구조 및 운명과 관련이 있다. 인간 사회에서 이에 해당하는 원리는 확장과 균형이라 할 수 있다. 인간 사회는 공간적으로, 질적으로 계속 확장돼 왔다. 삶의 영역도 그만큼 커지고 복잡해졌다. 그러면서도 균형을 잡는 힘이 동시에 작용해 전체 체제의 붕괴를 막는다. 앞으로 인간 사회가 얼마나 확장될지는 모르지만, 우주가 최대로 팽창하면 다시 수축하듯이 인간 사회 또한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
여섯 개의 수에서 나머지 둘은 우주의 성질을 결정한다. 하나는 우주의 형태를 일정하게 유지시키는 일종의 ‘우주 곡률’로 10만분의 1이다. 마지막 수는 우리 세계의 공간 차원으로 3이다. 생명체는 3차원 공간에만 존재한다.
이에 비견되는 인간 사회의 성질로는 다양성과 통합성을 꼽을 수 있을 법하다. 다양성은 사회를 발전시키는 핵심 동력이다. 사회가 얼마나 다양한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지가 바로 진화의 수준을 재는 잣대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다양성을 꿰는 통합성이 없으면 사회는 유지될 수 없다. 사회의 질은 양쪽 사이 긴장에 따라 결정된다.
우리 우주의 탄생이 그렇듯이, 인간 사회가 지금까지 진화해 온 것 자체가 기적이다. 그러나 인간 사회는 갈수록 의식적 노력과 깊이 결부된다는 점에서 우주와 다르다. 우주는 우연히 생겨나 우연히 없어질지 모르지만 인간 사회는 그렇지 않다. 구성원들이 기본 원리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키워나가느냐에 따라 인간 사회의 모습은 크게 달라진다. 인간이 인간인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우리 우주의 탄생이 그렇듯이, 인간 사회가 지금까지 진화해 온 것 자체가 기적이다. 그러나 인간 사회는 갈수록 의식적 노력과 깊이 결부된다는 점에서 우주와 다르다. 우주는 우연히 생겨나 우연히 없어질지 모르지만 인간 사회는 그렇지 않다. 구성원들이 기본 원리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키워나가느냐에 따라 인간 사회의 모습은 크게 달라진다. 인간이 인간인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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