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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제2의 ‘워낭소리’ ‘장기하’ 낳을 뿌리 빈약

등록 2009-07-02 19:21수정 2009-07-02 21:05

올 상반기 인디음악과 독립영화 열풍을 몰고 온 인디밴드 ‘장기하와 얼굴들’. <한겨레> 자료사진
올 상반기 인디음악과 독립영화 열풍을 몰고 온 인디밴드 ‘장기하와 얼굴들’. <한겨레> 자료사진
독립영화·인디음악 빛과 그늘
흥행 열풍으로 가능성 확인
정부 지원은 헛발질·뒷걸음질
온라인 플랫폼 등 자구노력에
유통 경로 ‘미디어 역할론’ 고개

독립영화 <워낭소리>와 인디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의 열풍으로 후끈했던 2009년 상반기. 두 줄기 거대한 바람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엔 뭐가 남았을까? 두 ‘스타’가 가져다준 빛과 그 뒤 숨은 그림자, 그리고 돌파구를 짚어본다.

■ 봄볕 든 인디 문화 300만명 가까운 관객을 모은 <워낭소리> 신화가 가져온 가장 긍정적인 효과는 독립영화의 존재감과 가능성을 널리 알린 것이다. 관객들은 주류 상업영화 말고도 재미있고 볼만한 독립영화들이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실제로 <똥파리>(12만2000명), <소명>(6만5000명), <낮술>(2만5000명) 등이 잇따라 관객몰이에 성공했다.

3만5000장의 앨범 판매고를 올린 ‘장기하와 얼굴들’ 신드롬도 희망의 빛을 쏘았다. 인디음악에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언론들이 앞다퉈 주목하기 시작했고, 대중의 관심도 높아졌다. 언니네 이발관(3만장), 브로콜리 너마저(2만장), 검정치마(1만장) 등이 인디밴드로선 제법 높은 앨범 판매고를 기록했다. 문화방송의 <음악여행 라라라> 같은 텔레비전 음악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치는 인디밴드도 부쩍 늘었다.


제2의 ‘워낭소리’ ‘장기하’ 낳을 뿌리 빈약
제2의 ‘워낭소리’ ‘장기하’ 낳을 뿌리 빈약
■ 뒷걸음질 치는 지원책 <워낭소리> 신화 뒤에는 여전히 외면받는 독립영화들이 수두룩하다. 개봉이라도 하면 다행이다. 만들어진 뒤 빛도 못 보고 사라지는 사례는 이루 꼽기도 힘들다. 사정이 이런데도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는 연간 5억원 규모의 독립영화 개봉·마케팅 지원 제도를 올해 들어 폐지했다. 독립 다큐 전문 배급사 ‘시네마달’의 이상엽 프로듀서는 “<워낭소리> <낮술> 등 9편이 지난해 영진위 지원을 받아 올 상반기 개봉할 수 있었는데, 하반기에는 지원이 끊겨 극장에서 독립영화를 찾아보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디음악 쪽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상당수 음반은 1000장도 채 팔리지 않는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은 재능은 있지만 가난한 인디 음악인에게 음반 제작비를 지원해오던 ‘인디레이블 육성지원사업’을 지난해 없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주류와 인디를 두루 평가·시상하는 한국대중음악상 지원마저 올 들어 중단했다. 대신 올 초 인디음악 페스티벌 활성화, 전용 공연장 설립 등의 정책을 발표했지만, 정작 인디 음악인들의 반응은 차갑다. 한국대중음악상을 여러 차례 수상한 인디밴드 허클베리핀의 이기용씨는 “우리의 상당수 앨범은 ‘인디레이블 육성지원사업’ 때문에 제작이 가능했다”며 “긴 시간을 두고 지켜봐줘야 하는 게 창작인데, 정부가 눈앞의 성적표만 보고 가치를 따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 인디 음악인은 “페스티벌이나 공연장이 없어서 공연을 못 하는 게 아닌데, 정부가 엉뚱한 데 헛심을 쓰는 것 같다”고 했다.

■ 밑바닥의 자구 노력 열악한 환경 속에서 독립영화·인디음악 당사자들이 자구책을 모색하기도 한다. 독립영화계에선 극장 개봉 위주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다른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워낭소리>의 고영재 프로듀서는 “지역이나 단체로 찾아가는 공동체 상영과 비용이 덜 들고 문턱이 낮은 온라인 상영 방식을 적극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독립영화 온라인 플랫폼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시네마달도 하반기에는 공동체 상영, 온라인 상영, 소규모 지역 영화제 참가 등 대안 상영에 치중할 계획이다.


인디밴드들은 지방 공연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밴드들이 음악 좀 한다 하면 무조건 서울로 올라오는 탓에 지방은 문화 불모지나 다름없다. 이런 가운데 최근 몇몇 인디레이블을 중심으로 지방 공연을 활성화하고 있는 현상은 고무적이다. 장기하와 얼굴들, 김창완 밴드, 크라잉넛 등은 오는 4일부터 두 달 동안 전국을 돌며 합동 공연을 펼친다. 외국 진출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검정치마, 갤럭시 익스프레스 등이 소속된 인디레이블 루비살롱의 리규영 대표는 “밴드들이 실력에 비해 제대로 대접을 못 받는다는 생각이 들어 해외 진출을 돌파구로 삼으려 한다”고 말했다. 헤비메탈·하드코어 전문 레이블 도프엔터테인먼트의 김윤중 대표도 “국내 시장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일본과 유럽 시장에 본격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펑크록 밴드 껌엑스는 2003년 일본에 진출해 지금껏 상당한 인지도를 쌓았다.


다큐 <워낭소리>. <한겨레> 자료사진
다큐 <워낭소리>. <한겨레> 자료사진
■ 이참에 굳건한 토대 다져야 자구 노력도 좋지만 이참에 독립영화·인디음악의 토대를 탄탄하게 다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안정적인 제작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소한의 제작비 지원과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네마달의 이상엽 프로듀서는 “다양한 독립영화들이 꾸준히 나와야 한다는 전사회적 공감대를 거쳐 제작비와 인프라 지원책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디포럼작가회의 의장인 이송희일 감독은 “독립영화는 한국 영화의 뿌리에 해당하는 만큼 정부뿐 아니라 메이저 제작사 등 영화계 내부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대중과 접촉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때문에 독립영화와 인디음악이 대중과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일도 시급하다고 현장에서는 입을 모은다. 대표적인 것이 미디어 역할론이다. 김혜준 창조산업연구원 대표는 “독립영화 제작 지원은 비교적 활발한 편이지만 다양한 유통 경로는 부족한 형편”이라며 “독립영화를 취급하는 문화예술 채널을 만들고 지역 미디어센터를 독립영화 소통 창구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인디레이블 일렉트릭뮤즈의 김민규 대표는 “인디음악에 대중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토대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공연장을 직접 만들기보다는 인디음악을 제대로 알리는 매체·미디어를 지원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김학선 객원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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