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 송 라이터 ‘권우유’. 사진/트위스터 뮤직 제공
착한콘서트 ‘두드림’ <24> 권우유
돼지꼬리 수염이 얼굴에…혹시 노홍철 동생?
슈트대신 빨강·초록 형형색색 ‘음악 디자인’
돼지꼬리 수염이 얼굴에…혹시 노홍철 동생?
슈트대신 빨강·초록 형형색색 ‘음악 디자인’
이름 권우유. 행정명은 권용민.
어느 날, ‘절친’의 제안으로 ‘권우유’가 됐다. 최근에 ‘탁주’가 더 어울리는 것 같다는 의견이 그의 누리집을 통해 와글와글 번졌다. 그는 “탁주든, 두유든, 모유든, 우유든 뭐든 좋다”며 “우유빛깔 ‘권우유’를 가장 선호한다”고 말한다.
그의 첫인상은 ‘돌+아이’ 노홍철의 동생이 아닌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그 다음엔 ‘진짜가 아닐 것 같은’ 수염에 호기심이 갔다.
곁눈질 시작! 귀밑에서 턱까지 부드럽게 솟은 수염에 눈길이 갔다. 코와 윗입술 사이 오목하게 골진 곳에도 숭숭 자란 수염이 보인다. 한참 관찰하다가 물었다. 진짜 수염 맞아요?
“아∼ 아∼” 손가락으로 얼굴에 난 수염을 잡아당기면서 진짜 수염임을 ‘확인사살’한다. “수염이 없을 때보다 있는 게 더 괜찮다고 해서 20대 초반부터 길렀어요.”
■ 가수 나얼 쌍둥이 동생 영화에 출연…10년 수염 ‘싹둑’
최근에는 수염도 밀고, 머리도 빡빡 밀고 독립영화 ‘더 브라스 퀸텟(The Brass Quintet)’에 출연했다. 이 영화에 출연하기까지 10년간 정성스럽게 길러온 수염을 밀어야 하는 대단한 각오가 필요했다.
“군악대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음악영화에요. 군대판 브레멘 음악대(버림받은 동물들이 음악단을 꾸려 음악 여행을 떠나는 독일의 애니메이션)라고나 할까요.” (웃음) 이 영화를 연출한 유대얼 감독과 실제 군생활을 함께했다. 유대얼 감독은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보컬 나얼의 쌍둥이 동생으로도 유명하다.
“군생활 시작할 때부터 제가 정말 좋아하는 형이었어요. 캐스팅됐을 때, 바로 좋다고 말했는데 얘기하고 나서 살짝 고민했죠. 수염 때문에.” (웃음) 언제, 어디서, 어떻게 영화를 볼 수 있는지 친절한 설명도 잊지 않았다.
“미쟝센 영화제 본선에 진출한 작품이고요. 25일부터 30일까지 압구정 씨지브이(CGV)에서 상영합니다. 많이 보러오세요.” (키득키득 웃음이 끊이지 않는 유쾌한 작품이다. 잃어버린 웃음을 되찾을 수도 있으니 꼭 한 번 보시길 바란다.)
■ 의리파 친구들이 앨범 녹음부터 뮤직비디오 제작, 홍보까지
“사나이의 의리죠!” 그가 자신의 음악 소개보다 영화 소개를 먼저 한 이유다. ‘의리파’ 권우유에겐 친구가 참 많다.
권우유의 첫 앨범 ‘위대한 항해’를 프로듀싱한 이상헌씨(밴드 ‘여행하는 사람들’ 보컬)는 “권우유의 음악을 이 세상에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앨범을 내자고 우유를 꼬드겼다.”라고 말했다. 또 “날라리 락스타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고민했던 김다영씨도 “권우유의 섹시한 에너지에 이끌려 뉴욕까지 건너가 프리키스(Free Kiss) 캠페인을 벌인 영상을 뮤직 비디오로 제작했다”고 말했다. 팬으로 그와 인연이 시작된 박현정씨는 앨범 자켓 디자인을 맡았고, “권우유의 인간적인 매력에 끌렸다”는 오세헌(밴드 뇌태풍 보컬)씨도 유통과 홍보를 도맡았다. 권씨는 앨범을 손에 들고 스스로 “기적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친구들의 열정적인 노고를 소개하면서 그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권우유의 첫 앨범 ‘위대한 항해’의 모토는 한 마디로 ‘위로’다.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많았던 시절에 만든 곡도 있고, 뼛속까지 아팠던 마음을 회복한 다음에 만든 곡도 앨범에 담았어요. 아팠던 사람이 다른 사람의 아픔을 더 잘 헤아릴 수 있는 법이거든요. 제게 힘을 줬던 노래들이 여러분께 힘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아래에 그가 직접 소개한 ‘이럴 땐, 이런 음악’을 통해 권우유 항해단의 ‘위로’를 직접 받아보시길 바란다. 팍팍!)
■ 겨우 드럼치나 했더니…병원 신세 후임병 때문에 계속 수자폰
“원래 계획대로라면 빨간색 슈트, 녹색 슈트, 주황색 슈트를 디자인하는 슈트 디자이너가 됐을 거에요.”
운명의 장난인지 그는 예상했던 삶의 방향과 전혀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 “드러머로 군악대에 들어갔는데, 보직이 변경되는 바람에 수자폰(대형 금관 악기)을 연주했죠. 전 그 악기가 너무 싫었어요. 악기가 정말 커요. 무겁기도 하고, 드러머로 군악대에 들어갔으니까, 드럼을 잘 치고 싶었죠.” (웃음)
참다못해 군악대장에게 ‘소원수리’를 냈고, 후임병이 들어오면 보직을 변경해주겠다는 약속도 받아냈다. “ 드디어 보직이 변경되는구나 했죠. 그러던 어느 날, 후임병이 허리 디스크로 병원에 실려가는 바람에 결국 군생활 내내 수자폰을 연주했어요.” (웃음)
제대 뒤, 밴드 ‘블랙테트라’의 드러머로 활동하다가 2007년부터는 스카 밴드 ‘넘버원 코리안’에서 노래하고, 트럼펫을 연주했다. ‘넘버원 코리안’에서 이미 4장의 앨범을 냈고, 일본 무대에 진출해 활발하게 활동했다. 이번 솔로 앨범을 통해 무대를 꽉 채우던 멤버들 없이 홀로서기를 했다. “제 인생을 예측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예측할 수 없기에 더 용기를 내서 이 길을 걷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프다고 말하는 대신 함께 여행을 떠나자고 말하는 권우유의 소박한 속삭임이 깊은 위로가 된다.
영상·글 박수진 피디 jjinpd@hani.co.kr 사진 손명기(bluetias@naver.com) 제공
싱어 송 라이터 ‘권우유’가 와 인터뷰를 하고있다. 손명기 제공
싱어 송 라이터 ‘권우유’. 사진/트위스터 뮤직 제공
싱어 송 라이터 ‘권우유’가 트럼펫을 불고 있다. 손명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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