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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예술인들에게 최소한 4대보험 보장해야”

등록 2011-05-01 20:10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오는 6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서울 종로구 와룡동 문화부 청사 3층 장관실에서 지난 4월26일 <한겨레>와 만난 정 장관은 문화행정의 사회통합적 기능을 강조했다. 어린아이들에게 문화체험 기회를 늘려주는 것을 정책의 우선순위로 삼겠다고도 했다.  김봉규 기자 <A href="mailto:bong9@hani.co.kr">bong9@hani.co.kr</A>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오는 6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서울 종로구 와룡동 문화부 청사 3층 장관실에서 지난 4월26일 <한겨레>와 만난 정 장관은 문화행정의 사회통합적 기능을 강조했다. 어린아이들에게 문화체험 기회를 늘려주는 것을 정책의 우선순위로 삼겠다고도 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한겨레가 만난 사람] 취임 100일 앞둔 정병국 문화부장관
지난 3년 문화체육관광부 하면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아쉽게도 문화가 아니었다. 편가름과 다툼이었다. 전 정권이 임명한 기관장들을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쫓아냈다. 내 편이라는 이유만으로 낙점한 인사는 또다른 편가름과 다툼을 낳았다. 문화예술인의 절망은 깊어만 갔다. 문화가 꽃피기엔 척박한 토양이었다. 그리고 유인촌 장관이 물러났다. 후임자는 3선인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이었다. 10년 이상 문화 관련 상임위에서 일했다. 이명박 정부 초기 한나라당 미디어산업발전특위 위원장을 맡아 지금의 ‘조중동매 종편’을 탄생시키는 미디어정책의 밑그림을 만드는 데 한몫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에서 어느 순간 ‘공정사회·친서민’을 들고나온 이명박 대통령의 보기도 있지만, 정 장관은 취임 이후 표나게 ‘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전임 장관이 덧낸 상처를 치유하려는 게 소임이라도 되는 것처럼. 문화 현장의 종사자들을 부지런히 만나고 진지하게 그들의 견해를 듣고 있다. 그래서일까, 아직까지는 ‘진정성’을 의심하는 시선보다는 기대감이 더 높은 것 같다.

오는 6일 취임 100일을 맞는 정 장관을 지난 4월26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실에서 만났다. 내년 총선 때문에 1년짜리 장관이란 냉소도 있지만 의욕은 충만했다. 지금 장관실 티브이모니터에 360개가량의 추진업무 진척상황도를 띄워놓고 있다고 했다. 의원 시절 말만 앞세우는 관리들을 너무 많이 봤기 때문이란다. 장관 그만둔 뒤엔 업무수행 백서를 만들 생각이다. 현안을 설명할 때는 자신감이 넘쳤다. 짧은 시간에 서둘러 많은 일을 하고 싶어하는 욕망이 어른거렸다. 천생 정치인이기 때문일까?

인터뷰/강성만 문화부장 sungman@hani.co.kr


-정치인으로서 평소 문화에 관심이 많았나?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서울에 와서 자취를 했다. 그때 월요일에 학교에 가면 주말에 영화를 봤다는 친구들이 한두 명 있었다. 그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벽 같은 것을 느꼈다. 그러다 중학교 2학년 때 학교에서 단체로 명동국립극장(현 명동예술극장)에 연극을 보러 갔다. 학교가 안암동에 있었는데 거의 촌이었다. 명동에 나가니까 분위기가 다르고 명동국립극장의 규모에 놀랐다. 연극 <무녀도>를 봤는데 무녀 역의 주연배우가 전양자씨였다. 티브이로 보던 사람을 직접 보고 충격을 받았다. ‘여기서 소외되면 낙오자 되겠구나’ 싶었다. 다른 친구들이 영화나 연극을 보고 와서 이야기하면 나도 이야기하면서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뒤떨어지지 않으려고 했다. 그렇게 해서 자연스레 관심을 가졌고 그게 지속이 된 거다.”

여야 공감 이룬 복지법, 국회서 진행해야
프랑스·독일에 준하면 큰돈 안들이고 가능
문화 편가름은 잘못…사회통합 역할 필요


-그때 경험이 지금껏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이야기인가?

“그렇다. 그 경험이 국회의원이 되어서도 이어진 거다. 정치를 하면서 민주화 과정에도 참여했는데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고 나니 ‘이제 내 할 일이 뭔가’를 찾다가 선진화로 가는 데 가장 필요하고 부족한 게 문화예술 분야라고 판단했다.”

-이제 문화행정의 최고 책임자가 됐다. 매우 행복할 것 같다. 장관 되기 전 무엇을 가장 해보고 싶었나?

“근자에 제일 중요하게 느낀 것은 ‘왜 문화예술 본연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못 만드는가’이다. 정책적으로 지원한다고 하면서 왜 왜곡하는가, 편가름을 하고. 그런 의문이 있었다. 17대 때부터 그런 생각을 갖게 됐고 그 부분에 대해 국회에서도 계속 문제제기를 했다. ‘꼭 그게 정권에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고, ‘바로잡아 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는데 마침 기회가 왔다. 장관에 취임을 하면서 ‘문화예술의 사회적 통합 기능’을 실천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문화란 말은 범람하고 있으나 실제로 충분히 문화를 향유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다를 것 같다. 한국의 문화지수는 어느 정도라 보나?

“일단, 우리 사회의 갈등요인이 많다. 산업화·민주화 과정이 짧은 기간에 압축적으로 이뤄졌기에 갈등요인이 많다. 지금 25%를 복지예산으로 쓰고 있다. 복지 중에서도 진짜 중요한 게 문화복지다. 문화적 차이는 상당한 상대적 박탈감을 준다. 내가 초등학교 때 느껴본, 거기서 주는 충격, 자극이다. 어딘가에서 강연할 때도 말하는데, 그 자극이 오늘날 저를 장관으로 만들었다 생각한다. 그래서 어린아이들에게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게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문화를 어릴 때부터 접해본 사람이 예술을 하게 돼 있다. 나이 들어서 갑자기 ‘돈 있으니 영화 보러 갈까 미술 보러 갈까’ 이런 게 안 된다. ”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문화적 체험 기회를 늘려주어야 할 텐데, 복안이 있다면?

“어린아이들에게 기회를 많이 만들어줘야 한다. 국립 예술단, 오페라단 등이 지금까진 국내에서 지역 순회공연을 해서 고르게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했는데 나는 그걸 줄이라고 했다. 왜냐면 예술이라는 게 어느 공간에서 공연하느냐에 따라 천양지차다. 내가 국립극장에서 연극을 보고 충격을 받았듯, 그 연극이 국립극장을 떠나 다른 데서 공연하면 영 다른 분위기, 다른 공연이 된다. 그래서 어쩔 수 없는 지역에는 순회를 가되, 가능하면 국립단체 공연은 서울의 공간에서 하고 1년에 1회 이상은 지역 사람들에게 할애하자는 거다. 신청을 받아서 그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거다. 학생 대상의 캠프도 하려고 한다. 국립단원들을 열 군데에 배치해서 고품격 캠프를 해보려고 한다. 성과가 좋으면 내년에 확대하려고 한다. 재능 나눔을 하는 것이다. 정경화씨라든지 세계적 톱클래스 예술가들이 해주겠다고 한다. 원포인트로 순회해준다고 하면, 그런 사람들 지도를 받아 최고의 음악가가 나올 수 있다.”

-전 장관 때 해임된 진보 계열 인사 세 분에 대해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화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진행이 되는 건 따로 없다. 법적으로 대립되던 부분은 다 정리를 했다. 김정헌 전 문화예술위 위원장은 찾아서 만나뵙고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유감의 뜻을 전했다. 국가적 행위로 불이익을 받았다면 그것에 대해 책임자로서 유감을 표한다고 전했다. 김윤수(전 국립현대미술관장) 선생은 뵈려고 했더니 건강이 안 좋다고 하더라. 원하지 않는 것 같더라. 몇 번 접촉을 시도했는데 나중에 하자고 해서 안 만났다. 황지우(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씨는 외국에 나가 있어서 뵐 수 없었다.”

-전 장관 때 일을 수습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소회가 있을 것 같다.

“좀더 진실하게 대화하면 서로가 쉽게 풀 수 있는 것들인데 안타깝게 생각한다.”

-정치권에 있을 때도 그런 생각을 했나?

“그런 이야기를 분명히 했다. 유인촌 장관이 첫 상임위에 나왔을 때 공개적으로 ‘우리는 그동안 선거 과정에서 과거 정권을 좌파 정권 10년이라고 규정을 했다. 왜냐면 문화예술계를 우리 쪽에서 보면 그분들이 편가름했고 편향적으로 했기 때문에 이쪽의 소외된 사람들이 불평불만을 가졌던 거다. 이제 정권이 바뀌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불편부당하게 일을 집행하는 거다’라고 이야기를 했다.”

-최고은 작가 사건 이후에 ‘예술인 복지법’이 이야기되다가 중단된 상태다.

“중단된 게 아니라 국회에서 진행했으면 좋겠는데 안 한다. 2년 전에 바로 내가 예술인 복지법을 냈다. 그때 내가 상임위원장이었는데도 안 됐다. 이번에는 최고은 작가 사건 이후 여야가 합의까지 봤는데도 진행이 안 되고 있다. 국회에서 진행을 해줘야 정부에서도 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 등 부처간 협의를 할 수 있다. 노동부와는 예술인의 범위를, 기재부에선 예산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나는 최소한의 틀이라도, 4대 보험이라도 해결될 수 있게끔 하자는 생각이다. 프랑스나 독일에 준해서 하면 큰돈을 안 들여도 예술인 복지의 문을 열 수 있다.”

-국가가 국민에게 문화향유의 기회를 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선진국에서 잘하는 게 기업의 메세나(기업들의 문화후원) 활동이다.

“메세나법은 정말 필요한데 국회 소위에서 논의가 안 되고 있으니까 안타깝다. 기업이 기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우리 세법은 잘 안 돼 있다. 예컨대 내가 갖고 있는 그림을 기부하면 세액공제를 해주는 제도가 있어야 한다. 외국 국공립 미술관에선 소장품의 상당수가 기업 기증품이다.”

-어릴 때 연극을 보고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했는데, 연극계가 너무 열악하다. 실질적인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대학로에 극장이 220~240개라고 하던데, 대관료가 너무 비싸다. 그동안엔 직접 지원비를 댔는데 많은 사람에게 혜택이 안 돌아가서 간접지원으로 극장을 정부에서 장기임대를 한다. 그래서 싸게 하고 있지 않나. 대학로만 임대극장이 대여섯개가 있다. 더 늘려야 한다.”

-일부 국립예술단체의 법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국립극단은 단원제에서 오디션제로 바꿨고 대성공을 했다. 그동안 유료관객이 30%도 안 됐는데 80%가 되고 표가 매진되다시피 하고 있다. 그건 잘됐다고 본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법인화는 정부 기구냐 아니면 별도 법인이냐 하는 차이다. 별도 법인으로 운영하면 기업이나 일반인들이 기부하는 데도 편하다. 현재는 기금 운용하는 데 탄력적이지 못하고, 그림을 사는 데도 규정대로 해야 하니까 좋은 그림을 못 산다. 법이 이미 제출돼서 국회 계류 중인데 야당이 반대해서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돌아온 외규장각 도서 외 다른 약탈 문화재들의 추가 협상에 관한 전망은?

“외규장각 도서가 5월27일 다 들어온 다음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으면 한다. 다 들어온 다음 앞으로의 일정도 이야기하고 싶다. 지금 시점에서 이러쿵저러쿵해서 상대방을 자극하고 싶지 않다.”

-학원 스포츠 활성화에 대해 어떤 정책을 가지고 있나?

“엘리트체육이 학습을 외면한다고 해서 제도를 이미 바꿨다. 주말 리그제로 바꿨고 평일엔 경기가 없다. 중·고교 선수들이 옛날엔 주중에도 경기를 했는데 지금은 주말에만 하도록 해서 학습권을 보장하려는 것이다. 이것만 가지곤 안 되기 때문에 (학교) 클럽체육을 활성화하려 한다. 클럽 대항 대회를 만들려고 한다. 거기서 얻은 성적을 대학 입시에 반영해주는 거다. 입학사정관제에서 그런 부분이 가점이 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안을 만들고 있다.”

-신문·방송 겸영 확대 정책 추진을 주도했다. 이런 노력이 ‘무더기 종편’ 도입으로 이어졌다. 종편 출범 이후 미디어 지형의 변화를 어떻게 보나?

“전제가 잘못됐다. 신방 겸영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방송통신 융합시대에 칸막이가 의미가 없기 때문에 걷어내자고 한 것이다. 내가 종편 하자 해놓고 지금 와서 딴소리한다는 이야기도 왜곡된 거다. 아이피티브이나 스마트티브이 시대에 채널이 무슨 의미가 있나. 단적으로 얘기하면 이런 거다. 과거 못살던 때는 종합선물세트를 받으면 좋아했는데 지금은 먹을 게 너무 많아서 종합선물세트가 없다. 과거에 케이비에스, 엠비시만 있을 땐 종합선물세트 주면 좋은 건데 지금 종편은 시대착오적인 거다.”

중학생때 연극보고 문화충격 받은뒤 관심
어린아이들 위한 체험기회 많이 만들 것
학교 클럽체육 활성화해 대입 반영 추진

-종편이 미디어 지형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란 얘기인가?

“조금은 변화가 있을 수 있으나 근본적으론 의미 없다는 말이다. 지상파 3사도 경쟁사가 생기는 거니까. 시장이 더 빨리 해체가 되겠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가 언론의 다양성이다. 현 정부 미디어정책의 우선순위 등을 보면 신문엔 큰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신문은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지금처럼 양으로, 부수 경쟁으로 가선 안 된다. 과거 에이비시(ABC: 신문·잡지의 실제 발행 부수를 조사해 공개하는 것)제도 시행 전에는 뻥튀기도 하고 했는데 이제는 의미가 없다. 스스로 줄이기도 하고,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그게 좀더 빨리 일어났으면 이런 변화의 시대에 그렇게 출혈해 가면서 겪는 고통이 적었을 거다. 신문사들이 둔하게 대응을 했다고 본다. 종편 하는 신문사들이, 그것도 늦은 대응이지만 돌파구라도 찾으려는 것 같은데. 한 단계 뛰어넘어야 한다.” 정리 정상영 박보미 기자

■ 정병국은

문화예술 관심 큰 3선의원…베스트드레서 뽑히기도

정병국 문화부장관
정병국 문화부장관
정병국(53·사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문화·미디어 분야 전문가다. 16~18대 국회의원으로 국회 문화체육관광 관련 상임위에서 11년간 활동했다. 2005년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환, 2009년 ‘예술인 복지 지원법’ 발의를 주도했다. 평소 공연장과 전시장을 즐겨 찾으며 문화유산 답사에도 참여하는 등 문화예술 분야에 남다른 애정과 식견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말 ‘베스트드레서’를 뽑는 한 시상식에서 정치인 부문 상을 타기도 했다. 지난 2월 장관에 취임한 뒤로는 각 분야 문화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파격적인 형식의 대국민 현장보고회를 잇따라 열어 눈길을 모았다. 성균관대 사회학과 78학번으로, 학생운동을 하다 1980년대 말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비서로 정계에 입문했다. 2000년 16대 총선부터 경기 가평·양평에서 3선에 성공했다. 한나라당에서는 2004년 소장파 의원 모임인 ‘새정치수요모임’ 대표를 맡았고 이후 원내부총무, 사무총장 등을 지냈다.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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