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문화일반

“혼외 아들” 보도…언론 권력의 횡포

등록 2013-09-12 19:59수정 2013-09-24 11:07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미디어 전망대
<조선일보>가 지난 6일 채동욱 검찰총장에게 “혼외 아들”이 있다며 터트린 ‘특종 뉴스’는 한국 언론에 심각한 윤리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대다수 원로 언론인들은 조선일보가 확실한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현직 검찰총장에게 “혼외 아들”이 있는 것처럼 보도하고 이해 당사자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조차 하지 않은 것은 기본적인 언론 윤리를 지키지 않은 중대한 탈선이라고 비판한다.

다음으로 제기되는 문제는 뜬금없는 뉴스의 정치적 동기다. 채 총장은 국가정보원의 대통령 선거 개입 사실을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한 최고 결정권자다. 국정원의 선거 개입을 부인하는 청와대·새누리당과의 관계가 원만할 수 없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조선일보가 이때 왜 채 총장에게 불리한 ‘루머’를 보도했겠느냐는 정치적 동기다.

대선 기간 중 조선이 ‘친박근혜’ 보도를 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대통령 선거 사흘을 앞둔 12월16일, 경찰은 예정에 없던 심야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운동의 마지막 쟁점으로 부상한 국정원 직원들의 박근혜 후보에 대한 댓글 문제와 관련해 박 후보에게 유리한 댓글을 단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거짓말이었다. 조선일보는 경찰의 발표를 크게 보도하고, 댓글을 달았다고 비판한 민주당은 책임지라고 호통쳤다. 그러나 검찰은 국정원 직원들을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조선일보와 채 총장의 입장이 맞부딪친다. 채 총장이 보도를 접하자마자 “검찰을 흔들려는 세력”의 소행 같다고 본 것은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어쨌든 “혼외 아들”의 어머니인 임아무개씨가 문제의 아이가 채 총장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조선일보가 11일자 사설에서 지적한 대로 탈선 사실을 인정하고 당사자에게 사과하면 일단락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잘못을 시인하지 않고 이런 루머가 떠돌게 된 책임을 채 총장에게 돌리고 그더러 “혐의” 없음을 입증하라고 반격하고 있다. 마치 5·18 때 북한군이 광주에 왔다고 허위 보도를 하고 공격을 받게 되자 “그러면 북한군이 오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해 보라”고 대든 한 종편 책임자의 후안무치한 행동을 연상시킨다. 조선일보의 오만이다. 조선일보는 이미 1980년대에 김일성이 사망했다는 세계적인 오보를 해놓고도 사과하지 않은 전력이 있다. 국민을 무시하는 언론 권력의 오만이다.

지난여름 <언론의 폭정>이라는 책이 프랑스 파리에서 출판돼 화제다. 언론 권력의 횡포를 비판한 책이다. 미디어가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고 사회를 좀더 민주화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언론 권력이 사회를 통제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저자 장이브 르 갈루의 비판이 매섭다. “미디어는 이제 권력을 비판하는 대항 권력이 아니다. 제4권력이 아니다. 언론은 차츰차츰 제1권력이 됐다. 언론은 우리의 정신에 영향을 미친다. 언론은 더는 두려운 게 없다. 언론은 지식인, 정치권력, 사법권력, 다른 모든 권력을 통제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영국에서 루퍼트 머독은 선거 때 한 정당을 지원한 대가로 그 정당이 집권하면 정책에 영향을 끼치고 실익을 챙겨왔다.

한국의 보수 정치 세력과 조·중·동도 그들이 유착하면 영구 집권이 가능하다고 꿈꾸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보수우익 언론과 권력이 유착하면 일반 국민에게는 진정한 민주주의는 영원히 그림의 떡으로 끝날 수 있다는 공포가 없지 않다. 채 총장의 “혼외 아들” 보도에 대한 조선일보의 오만한 태도를 보면서 언론 문제를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