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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담담한 응시·차분한 목소리…‘재난 보도의 품격’ 보여준 CNN

등록 2014-04-25 19:07수정 2014-04-28 14:52

[토요판] 세상의 모든 영상
<시엔엔>(CNN), 세월호에서 건진 학생들의 시신

‘세월호 침몰 사고’ 보도를 놓고 오보와 선정 보도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급기야 유가족들이 한국 언론들의 취재를 거부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런 가운데 미국 뉴스 채널 <시엔엔>(CNN)의 세월호 사건 보도(사진)가 인터넷 공간에서 잔잔한 감동을 던진다.

1분40초짜리 뉴스클립은 지난 20일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학생들의 시신을 운구하는 과정을 담았다. <시엔엔> 카메라는 구급차와 경찰 바리케이드 너머에서 현장을 무미건조할 정도로 응시할 뿐이다. 한국의 방송에서 흔히 보는 것처럼 울부짖는 유가족에게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대신 카메라는 경찰과 소방대원의 얼굴을 잡았다. 그들도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눈물을 흘린다. 보도 영상에서 흔히 쓰이는 현장을 훑는 카메라의 움직임(패닝)이나 클로즈업의 기교도 없다. 마치 정지한 사진처럼 밋밋한 그림을 이어 붙였을 뿐이다. 여기에 시신을 운구하는 경찰들의 발걸음 소리와 희미하게 들리는 유가족들의 흐느낌이 더해진다. 기자의 보도도 더없이 차분하다. 그러나 이 짧은 뉴스클립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누구도 아이를 잃은 (부모의) 목소리에 면역되지 않았다. (중략) 또 누군가의 아이가 텐트로 실려 들어온다. 13명의 아이가 돌아왔다. 200여명은 아직 실종 상태다.”

김도훈 <허핑턴포스트코리아> 공동편집장은 이 영상을 소개하면서 한국의 방송 보도와 어떻게 다른지를 설명했다. “가장 선정적인 장면만을 격앙된 리포터의 목소리와 함께 내보내는 한국 방송사들의 중계와, 그중 가장 비극적인 부분만을 슬픈 음악을 덧붙여 내보내는 ‘인간극장’ 식 특집 프로그램, 그 사이의 어딘가에서 시엔엔의 영상은 ‘진짜’가 무엇인지를 조용히 증명한다.” 박성제 <문화방송>(MBC) 해직기자도 페이스북에 한국 방송사들의 재난 보도 행태에 돌직구를 날렸다. “속보 경쟁 하지 말고 정확한 보도 경쟁을 해라. 잘 모르면 추정된다고 하지 말고 확인 안 됐다고 말해라. 마지막으로 뉴스 중간 타이틀에 음악 좀 넣지 마라. 이건 올림픽이 아니라 재난 방송이잖아!” 유가족들이 언론에 원하는 것은 호들갑이 아니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차분하게 전달하라는 것이다. 그게 한국 언론이 갖추지 못한 재난 보도의 품격이다.

조소영 <한겨레티브이> 피디

azu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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