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문화일반

“평양 중학생들 몰래 찍었더니 ‘민감’…서울과 다를 게 없더라”

등록 2017-11-05 19:36수정 2017-11-06 08:28

[짬] ‘평양 상공 동영상’ 화제 모은 재미언론인 진천규씨

만경대 혁명사적지를 참관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학생들. 진천규씨 제공
만경대 혁명사적지를 참관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학생들. 진천규씨 제공
사진기자 출신 재미언론인 진천규(사진)씨는 지난달 6~14일 8박9일 동안 평양을 취재하고 왔다. 북한과 미국의 긴장관계가 최고조에 이른 시점이었다. 수천장의 사진과 10여시간 분량의 동영상을 촬영해온 진씨는 <한겨레>, <한겨레21>, <에스비에스>(SBS) 등에 ‘폐쇄 사회’ 평양의 일상을 공개해 관심을 모았다. 지난 1일 서울 남산 한옥마을에서 진씨를 만나 방북 취재 배경과 뒷얘기를 자세하게 들어봤다.

재미 언론인 5명 방북취재 준비
트럼프 ‘시민권자 북한여행 금지’
영주권자여서 혼자만 비자 받아

‘김 주석 일가 얼굴 잘리지 않게’
그밖에 다른 촬영제한 조건 없어
“곧 두번째 취재…살림집 보고파”

어떻게 북한에 들어갈 수 있었는지가 가장 궁금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간 남북관계는 꽁꽁 얼어붙었고 방북을 원천 차단했기 때문에 대한민국 여권을 지닌 언론인이 방북한 것은 근래에 없던 일이다. 진씨는 “애초 엘에이(LA)를 중심으로 재미언론인 5명이 평양 취재를 계획했다. 그런데 이른바 ‘웜비어 사망’ 여파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9월 미국 시민권자의 북한 방문을 6개월간 금지하고 행정명령을 내렸다. 위반하면 10년간 여권을 압수한다는 내용이었다. 시민권자인 4명은 방북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영주권자인 나만 가게 됐다. 중국 선양에서 북한 방문 비자를 신청했고 며칠 뒤 비자가 나왔다”고 했다.

그는 ‘단둥~평양 국제열차’를 타고 들어갔다. “신의주에서 2시간가량 세관 검사를 한 것을 빼면 6시간 정도 걸렸다. 침대 열차로 식당칸도 있고 카트를 밀고 다니는 승무원도 있었다. 쌀밥, 생선튀김, 샐러드, 김치 등이 들어 있는 도시락을 사 먹었다. 세관 검사에는 주로 도서출판물이나 시디(CD) 같은 것이 있는지 유심히 봤다. 풍속을 해치는 내용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열차 요금은 한국돈으로 치면 편도 4만5천원쯤이다.”

진씨는 인터뷰 내내 “다를 바가 없다”라는 표현을 여러 차례 썼다. 평양시내 미래과학거리 취재 때 일화를 들려줬다. “빨간색 스카프를 맨 교복 입은 여중생 5명이 지나기에 잽싸게 찍었다. 얘들이 쫓아와 사진을 삭제하라고 실랑이를 벌이자, 안내원이 나 대신 학생들과 20여분 상대하느라 곤욕을 치렀다. 초상권이란 단어는 나오지 않았지만 휴대폰 보급이 급속히 확대되면서 북에서도 영상이나 사진 촬영에 민감해지는 것으로 짐작했다.” 그는 “사실 서울 거리에서도 허락이나 동의 없이 사진을 찍으면 봉변 당할 수도 있고 파출소에 끌려갈 수도 있다. 다를 바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평양 취재 사진과 동영상을 공개해 화제를 모은 재미언론인 진천규씨는 <한겨레> 창간에 참여한 사진기자 출신으로, 지금은 미국 아칸소에 살고 있다.
지난달 평양 취재 사진과 동영상을 공개해 화제를 모은 재미언론인 진천규씨는 <한겨레> 창간에 참여한 사진기자 출신으로, 지금은 미국 아칸소에 살고 있다.

진씨는 8박9일 동안 요금이 조식 포함해서 하루 75달러 정도인 평양호텔에 묵었고 북한 당기관인 ‘해외동포 원호위원회’에서 나온 안내원이 모든 일정을 도와주었다. “감시…, 개념도 없지 않았겠으나 그보다는 내가 평양 지리를 전혀 모르는데 안내원 없이 어떻게 취재를 하나? 어렵사리 평양 취재가 성사되었으니 가능한 한 많이 보고 싶었다. 일정은 내가 짰다. 일반명사를 건넸고 고유명사가 돌아왔다. 무슨 말이냐면 ‘사람 많이 모이는 곳’을 말했더니 미장원·이발소·실내외수영장·음식점·카페 등이 모두 몰려 있는, 우리 식으로 하자면 종합테마공원인 ‘문수물놀이장’이 일정에 들어갔고 같은 식으로 봉수교회, 개선청년공원 등이 들어갔다”고 그는 설명했다. “미장원에서 한 여성이 머리를 미용사에게 맡겨두고 휴대폰으로 수다를 떨면서 ‘그래 맛있게 먹었니?’라고 하는 모습도 봤다. 다를 바가 없다.”

진씨가 최근 북의 정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했더니 김철주사범대학교 정치사회학부 정기풍 교수를 만나게 해주었다고 한다. 그 말고도 북에서 만난 여러 사람의 말은 일맥상통했다. ‘세계 최고 강대국 미국에 먹히지 않으려고 자위의 수단으로 핵무기를 갖게 된 것이다. 북의 핵은 절대 남조선을 향한 것이 아니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은 핵무기를 수천 개씩 갖고 있으면서 왜 다른 나라에는 단 한 개도 허용하지 않는가? 미국은 북을 위협하고 있다.’ 정 교수는 “내 가족을 다른 사람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데 누가 뭐랄 수 있는가?”라고 했다.

진천규씨는 11월 중에 두번째 방북 취재를 계획하고 있다.
진천규씨는 11월 중에 두번째 방북 취재를 계획하고 있다.

취재 경비는 얼마나 들었을까? 혹시 뒷돈을 줘야 한다는 소문은 사실일까? “재미언론인의 자격이라 그런지 여행경비 외엔 아무것도 들지 않았다. 서울~중국 비행기를 비롯해 열차·호텔·식비까지 한국돈으로 모두 300만원가량 들었다.”

진씨는 머잖아 다시 평양 취재를 계획하고 있다. 왜 또 가려는 것일까. “사실 ‘돈’도 안 되는데…. 그렇지만 너무 소중한 기회다. 통일운동 차원에서 남북 이해에 조그마한 밑거름이라도 됐으면 해서 취재 기회를 잡았고 놓치고 싶지 않다. 황석영씨가 ‘사람이 살고 있었네’라고 했듯이 똑같다. 난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을 뿐이다. 북에선 ‘남쪽 사람들이 북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한다. 편견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김일성 주석 일가의 초상을 찍을 때 얼굴이 잘리지 않도록 해달라’는 부탁 외엔 어떤 제약도 하지 않았다. 다음 취재 때는 평양의 보통 사람들 살림집을 들어가보고 싶다.”

글·사진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