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반출된 뒤 온전한 상태로 소장되어온 사실이 확인된 백제금동관음보살입상. 구한말인 1907년 충남 부여군 규암리에서 크기가 비슷하고 존명은 같은 다른 한구의 백제 불상(현재 국립부여박물관 소장)과 나란히 출토되었다는 내력이 당시 일본인들의 기록에 전해져온다.
7세기초 백제의 걸작 불상으로, 1920년대 일본인이 사들여 반출한 뒤 90여년 만에 일본에서 소재가 확인된 금동관음보살입상을 둘러싼 정부-소장자 간 환수 협상이 결렬됐다.
문화재청 쪽은 “불상 소장자 쪽이 최근 한국 정부와 협상진행을 더이상 원하지 않는다고 대리인을 통해 통보해왔다”고 9일 밝혔다. 앞서 문화재청은 지난달 초 국립중앙박물관과 세차례 전문가 최종평가회의를 열어 불상의 공식 구매가를 ‘40억원+알파(α)’로 확정했으며, 그 뒤 이런 방침을 소장자쪽에 전달하고 구매 교섭을 타진해왔다. 협의를 맡은 문화재청의 김동영 국제교류협력과장은 “100억원대를 넘는 것으로 알려진 소장자의 요구 금액과 정부쪽 공식 구매가의 간격이 너무 크고, 소장자 쪽이 최근 협상이 진척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모든 연락을 끊어 현재로선 더이상 협의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소장자의 국내 대리인쪽은 <한겨레>의 통화에서 “소장자가 지난 7월 불상을 국립중앙박물관·문화재청 합동 실사단은 물론 충남도 지자체·정치권 국회의원 등에게도 공개하는 성의를 보였지만, 정부의 최종 평가결과를 아직 정식으로 통보받지 못했고, 구체적인 가격 협상도 진척되지 않아 실망감을 드러냈다”면서 “소장자가 내년 상반기 홍콩 등지의 외국 유력 경매에 불상을 출품하겠다는 의향도 전해왔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불상의 환수여부는 사실상 정부의 손을 떠나 민간 차원의 구매 교섭이나 국제경매에서 가격경합으로 판가름 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1907년 충남 부여 규암리에서 출토된 것으로 전해지는 백제금동관음상은 지난해 연말 국내 미술사학계 관계자들이 90년만에 일본에서 실체를 확인했으며, 지난 6월 이런 사실이 <한겨레>보도로 알려지자 문화재청·국립중앙박물관이 현지 실사를 통해 진품임을 확인한 뒤 환수협상을 위한 준비작업을 벌여왔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한국문화유산회복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