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문화일반

청와대 불상 쏙 빼닮은 ‘신라 불상 머리’ 경주 남산서 발견

등록 2020-06-03 08:57수정 2020-06-03 18:19

경주 남산 약수골 계곡서 발견
석조여래좌상 머리로 추정
금박 흔적과 미간 백호의 수정도 확인
땅 속에서 드러난 불두가 햇빛을 받으면서 온화한 얼굴상을 드러내고 있다.
땅 속에서 드러난 불두가 햇빛을 받으면서 온화한 얼굴상을 드러내고 있다.
신라인의 불국토로 꼽히는 경북 경주 남산 계곡에서 당대 불상의 머리(불두)가 처음 세상에 나왔다. 경주에서 출토된 것으로 전해지는 청와대 불상과 모양새가 닮아 눈길을 끈다.

신라문화유산연구원은 경주시 내남면 용장리 산 1-1번지 일대 약수골 4번째 절터를 최근 정비를 위해 발굴조사한 결과, 현장에 머리 없이 방치된 통일신라 시대 석불좌상(높이 109cm)에서 떨어진 것으로 보이는 불상의 머리를 발견했다고 3일 밝혔다.

발굴된 불두에 떨어져 나가 옆에서 발견된 수정을 넣은 모습
발굴된 불두에 떨어져 나가 옆에서 발견된 수정을 넣은 모습
새로 발견된 불두는 높이 50cm, 너비 35cm, 둘레 110cm 정도로, 불상 인근에 있는 큰 바위의 서쪽 영역에서 땅 속에 묻힌 모습으로 확인됐다. 안면 오른쪽 일부와 오른쪽 귀 일부에서는 당시 장인들이 입혔던 금박이 나타났다. 미간 사이의 백호를 장식했던 둥근 수정은 떨어진 채 불두 근처에서 같이 발견됐다. 신라인이 수놓았던 금박과 수정이 불두 옆에서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통일신라 석조불상의 원형을 고증하는데 중요한 근거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불두 주변에서는 소형 청동탑, 소형 탄생불상 등도 함께 출토됐다.

남산 약수골 큰 바위 밑에서 땅에 파묻힌 채 드러난 불두의 모습. 청와대 불상과 용모, 받침대좌 양식이 빼어닮아 주목된다.
남산 약수골 큰 바위 밑에서 땅에 파묻힌 채 드러난 불두의 모습. 청와대 불상과 용모, 받침대좌 양식이 빼어닮아 주목된다.
불두가 발견된 남산 약수골 계곡 전경.
불두가 발견된 남산 약수골 계곡 전경.
이번 조사는 약수골의 석조여래좌상 절터 영역에 방치된 석불좌상을 보수 정비하기에 앞서 석조여래좌상의 원래 자리를 확인하고 주변을 정비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됐다. 머리를 찾게 된 약수골 석조여래좌상은 일제강점기 때 조선총독부에서 펴낸 사진자료집 <경주 남산의 불적>에도 실려있는 유물이다. 자료집의 사진을 보면, 석조여래좌상은 본래 있던 위치(미확인)에서 옮겨진 상태로 반듯하게 놓여 있었으며, 그 옆에 불상의 중대석과 상대석이 불안정한 상태로 노출됐으며, 불상 하대석도 원위치에서 움직여 동남쪽 위에 있는 큰 바위 아래에 바로 놓여 있음을 알 수 있다.

출토된 불두 인근에 있는 석조여래좌상. 이 불상에서 불두가 떨어져나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출토된 불두 인근에 있는 석조여래좌상. 이 불상에서 불두가 떨어져나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석조여래좌상은 통일신라 후기 작품이다. 경주 석굴암 본존불상과 같이 왼손을 펴서 손바닥이 위로 향하게 하고 오른 손은 펴서 무릎 아래로 땅을 가리키는 항마촉지인 도상을 하고 있다. 통일신라 석불좌상의 받침 대좌는 상당수가 팔각형으로 조성된 것과 달리 이 불상은 받침대좌가 사각형(방형)으로 조각된 것도 특징이다. 경주 이거사터 출토품으로 알려진 청와대 안 녹지원 석불좌상도 동일한 방형대좌 형식을 갖고있고, 용모도 흡사하다는 점이 주목된다.

불두와 함께 출토된 청동탑.
불두와 함께 출토된 청동탑.

불두와 함께 출토된 탄생불.
불두와 함께 출토된 탄생불.
조사구역에서는 시기를 달리 하는 두 개의 건물터 층도 위아래가 겹쳐진 채 드러났다.윗층에서는 고려 시대 기와가, 석불좌상과 동시대인 아래층에서는 통일신라 평기와가 주로 출토됐으며, 연꽃보상화문 무늬를 지닌 수막새와 암막새도 함께 확인된다. 주변에서는 통일신라 시대 건물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가공석 등도 나왔다. 연구원 쪽은 “발견한 불두에서 당대 신라인들이 불상에 금칠하는 개금 작업과 채색 흔적이 나타난 것은 석조불상, 마애불상에서는 드문 사례로 추가 조사를 통해 좀더 면밀하게 실상을 파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경주시는 발굴된 불두와 석불좌상을 복원할 계획이다. 불두 등 출토유물들은 오는 10일 일반공개된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신라문화유산연구원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