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지정문화재인 ‘명승’으로 10여년 전 지정됐으나 지정 가치의 적합성을 놓고 논란이 지속됐던 서울 성북동 전통 정원 ‘성락원’이 명승 지위를 잃게 됐다.
문화재청은 24일 열린 문화재위원회 천연기념물분과에서 명승 35호 ‘성락원’을 지정해제하고 ‘서울 성북동 별서’로 이름을 바꿔 명승으로 재지정하는 권고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문화재위 천연기념물분과는 지난해와 올해 계속된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자료 문헌 조사와 전문가 자문회의 검토 결과를 토대로 ‘성락원’ 지정 명칭과 지정 사유 등에서 오류가 일부 인정되므로, 사회적 논란을 걷고 새로이 밝혀진 문화재적 가치를 명확히 하기 위해 명승 지정 해제를 권고했다.
문화재위는 정원 명칭을 바꿔 재지정하는 사유로 역사적·경관적 요인을 들었다. 조선 고종 때 내관 황윤명이 별서로 만들기 전에도 경승지로 널리 쓰였고, 갑신정변 당시 명성황후의 피난처로 사용되는 등 역사적 가치가 확인됐으며, 얼마 남지 않은 조선 시대 민가 정원으로서의 학술적 가치 등도 인정된다는 게 문화재위원회의 설명이라고 문화재청 쪽은 전했다.
성락원은 1992년 국가사적으로 지정됐다가 2008년 명승으로 바뀌어 지정됐다. 문화재청은 사적 및 명승 지정 당시 조선 철종 때 이조판서를 지낸 심상응의 별장이라는 점을 역사적 근거로 들면서 최근까지 누리집 정보에 관련 내용을 표기했다. 그러나 학계 연구자들은 수년 전부터 심상응은 실존 인물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해왔다. 지난해에는 국사편찬위원회가 문헌 조사를 바탕으로 심상응이 허구의 인물이란 사실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쪽에 공식 확인해주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지정 배경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문화재청은 전문가들과 함께 최근까지 성락원의 유래에 대한 자료 문헌 조사를 벌여왔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