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색 트레이닝복에 질끈 묶은 회색 머리, 그리고 선글라스. 지난 21일 <한국방송> 공개홀로 들어서던 나훈아의 모습이 포착돼 포털에서 화제를 모았다. 70대에도 여전한 감각과 멋스러운 외모가 눈길을 끌었다. 세월이 흘러도 여전한 건 또 있다. 가수로서 존재감이다. 그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이번 추석 연휴 최대 기대작으로 꼽힌다. <한국방송2>(KBS2)에서 30일 저녁 8시30분에 방송하는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다.
나훈아가 티브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은 15년 만이다. 2006년 <나훈아 스페셜>(문화방송)에 출연한 이후 주로 공연에 매진해왔다. 올해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이들을 위로하고 싶어 <한국방송>과 대규모 티브이 공연을 준비해왔다.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강화되면서 취소 위기를 겪었지만, 그가 언택트 공연에 강한 의지를 밝혔다고 한다. 그는 <한국방송>을 통해 “코로나19 사태 와중이기에 꼭 공연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있으면 후회할 것 같았다”고 전했다. 그래서 출연료도 받지 않고 공연한다.
사연을 받아 온라인 관객 1000명을 초대해 지난 23일 밤 9시30분 녹화를 했다. 미국, 유럽 등 다양한 나라에서 접속했다. 2시간30분 동안 총 28곡을 불렀는데 화려한 퍼포먼스와 오케스트라까지 동원하는 성의가 감동을 줬다는 후문이다. 나훈아는 녹화 당시 “오늘 같은 공연은 태어나서 처음”이라고 감격했다고 한다. 부부가 덩실덩실 춤을 추고, 백발의 할머니가 흐뭇한 미소를 짓는 등 언택트지만 팬들의 뭉클함도 그대로 전해졌단다.
나훈아의 공연은 워낙 철저한 보안 속에 진행되기에 본방송을 놓치면 다시 볼 기회가 없다. <한국방송> 쪽은 “재방송도 하지 않고 다시보기도 제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단 10월3일 밤 10시30분에 미공개 영상이 담긴 스페셜 <나훈아 스페셜―15년 만의 외출>을 내보낸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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