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4관왕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티브이엔 3일 밤 10시30분 방송. 한겨레 자료사진
“집 안에서 꼼짝 못하는 아쉬움 우리가 달래줄게!”
올해 한가위 연휴 티브이 영화들은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맞는 첫 명절 연휴, 예년보다 따끈한 신작이 대거 찾아온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오티티·OTT) 등의 영향으로 명절 티브이 영화의 중요도는 서서히 떨어지고 있지만, 올해만큼은 ‘방콕 분위기’에 방송사들이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
대부분 지난해와 올해 초 개봉작들로, ‘티브이 최초 공개’를 내세우는 작품이 많다. <변신>(티브이엔 30일 수 밤 10시50분)과 <사자>(에스비에스 2일 저녁 8시30분) <신의 한수: 귀수편>(한국방송2 1일 밤 9시20분) <양자물리학>(한국방송2 30일 수 밤 11시10분) 등이다. 올해 1월 개봉한 <해치지 않아>(티브이엔 1일 밤 9시)도 티브이 첫 진출이다. 악마가 가족의 몸으로 들어가면서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모르는 불신이 발생하는 상황을 그린 스릴러(<변신>)부터, 인간이 탈을 쓰고 동물 흉내를 내는 코미디(<해치지 않아>)까지 다양한 장르가 골라보는 재미를 더한다.
최민식·한석규 주연 <천문>. 문화방송 1일 저녁 8시10분 방송. 한겨레 자료사진
특히 <기생충>(티브이엔 3일 밤 10시30분)과 <82년생 김지영>(에스비에스 3일 저녁 8시30분)의 등장은 이번 연휴 티브이 영화의 어깨를 으쓱하게 한다. <기생충>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 등 4관왕을 차지했고, <82년생 김지영>은 대중문화계에 페미니즘 열풍을 몰고 온 대표작이다. 티브이로 다시 한번 보면서 두 작품이 갖는 의미를 되짚어볼 기회로 만들자.
지난해 추석 연휴에 극장 나들이했던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도 티브이에서 첫선을 보인다. 추석 3파전으로 스크린에서 겨뤘던 <천문>(문화방송 1일 저녁 8시10분)과 <나쁜 녀석들: 더 무비>(티브이엔 2일 밤 9시) <힘을 내요 미스터리>(제이티비시 1일 밤 8시50분)다. <천문>은 한석규와 최민식이 호흡을 맞춘 작품으로 세종과 장영실의 이야기를 다뤘다. <나쁜 녀석들>은 ‘더 나쁜 녀석들’을 처단하는 ‘나쁜 녀석들’ 이야기로 동명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고, <힘을 내요 미스터리>는 대구 지하철 참사를 배경으로 철수(차승원)의 부성애를 강조했다. 당시 개봉관 성적표는 <나쁜 녀석들: 더 무비>가 가장 좋았는데, 1년 뒤 티브이에서 다시 맞붙은 결과는 어떨까?
페미니즘 열풍 선봉 <82년생 김지영>. 에스비에스 3일 저녁 8시30분 방송. 한겨레 자료사진
지난해 독립영화 열풍을 이끈 작품도 티브이에서 볼 수 있다. <에스비에스>에서 4일 밤 12시50분에 방영하는 <우리집>이다. 지난해 8월 개봉 당시 관객 5만명을 동원하며 독립영화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윤가은 감독의 섬세한 연출이 호평받았는데, 개인 서사를 세밀한 감성으로 그려낸 영상을 두 눈으로 확인할 기회다. 방송 관계자는 “연휴를 집에서 안전하게 보내자는 의미에서 여느 때보다 작품 선정에 신경을 썼다”며 “코로나19로 잠잠한 극장가를 대신해 티브이에서 충분히 관람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