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발랄한 명리학
6. 코로나 부적 만들기
6. 코로나 부적 만들기
올해 4월 대전의 한 경찰서에 초등학생 두명이 찾아왔다. 두 아이의 손에는 부적이 들려 있었다. 전염병 예방 부적이라며 흰 바탕에 빨간 크레파스로 ‘NO! 코로나19 물럿거랏!’ 글씨를 쓴 것인데, 코로나로 노고가 많은 동네 경찰관에게 어린이들이 부적을 만들어 선물한 것이다. 올여름 부산광역시도 시민들에게 힘을 주고자 부적을 만들어 페이스북에 올렸다. ‘코로나19 훠이훠이 물렀거라 부적’이다. 민간에서 부적을 만들어 더위를 이겨내던 세시풍속을 빌려 코로나를 이겨내보자는 깜찍한 발상이다. 나도 몇달 전 한 쇼핑몰에서 코로나 부적 양말을 사 신어보았다. 정말 예방이 되긴 되는 걸까.
경자년 일년이 다 가고 있다. 올해는 매일 아침 코로나 감염자 수를 체크하다 한해가 훌쩍 갔다. 코로나 국면을 생각하면 할수록 사주를 본다는 건 무엇인가 고민에 빠진다. 지난 연말연시 2020년 신년 운수를 예측하는 온갖 글과 영상이 쏟아져 나왔는데, 그중 단 한명도 대규모 전염병을 예측한 사람이 없었다. 올해 초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신점을 보는 무당이 출연해 “새해에는 병원에 사람이 많을 것 같다”고 한 말이 ‘코로나 예언’이랍시고 인터넷에서 높은 조회수를 올리고 있지만, 영상 전체를 다시 보면 화재로 인한 재난을 뜻하는 것일 뿐 코로나 예측과는 거리가 멀다.
온라인상에서 설을 풀고 있는 사주명리학자들은 코로나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시중에 떠도는 웬만한 사주 콘텐츠는 다 찾아보았다. 나라가 크게 한번 들썩이고 나서야 뒤늦게 갑론을박이 오갔다. 환자가 이미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난 뒤 언제 종식될지를 두고 맞히기 경쟁을 했다. 어떤 이는 끊고 잘라내는 에너지가 강한 금의 기운이 왕성한 시기인 지난 8월 갑신월(甲申月), 9월 을유월(乙酉月)이 되면 잠잠해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로 그때 가을 2차 대유행이 오면서 예상은 어김없이 빗나갔다. 또다른 어떤 이는 경자년(庚子年)이 쥐띠해이므로 (박)쥐를 통한 감염병이 왔다며 쥐의 해에서 소의 해로 넘어가는 내년 신축년(辛丑年)이 되면 잠잠해질 것이라고 했다. 그야말로 믿거나 말거나다.
이쯤 되면 사주로 미래를 가늠해본다는 게 의미가 있을까 회의감에 빠진다. 차라리 허심탄회한 말이 공감 간다. 사주 관련 책을 여럿 쓴 경찰관 출신 사주 유튜버 최제현씨는 자신의 영상에서 말했다. “코로나 언제 종식될지는 과학기술의 영역이지 사주로는 알 수 없어요.”
옛날 임금님들은 언제 역병이 돌아 백성들의 목숨을 위협할지 노심초사했을 거다. 조선시대 때는 명리학을 연구하는 관청(관상감)까지 뒀고 과거시험에서 명리학 전공자를 따로 뽑아 천문, 지리, 역학 등을 연구하게 했다. 그 시기 명리학으로 치명적인 역병을 예측해보려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명리학과 관련된 많은 역사서가 일제강점기에 소실됐다고 한다. 명리학을 삶의 지혜에 활용했다는 선조들의 기록은 여러 책에 남아 있지만, 명리학으로 역병을 다스린 기록은 별달리 찾아볼 수 없다.
이쯤 되면 재앙을 물리치기 위해 소망하는 바를 종이에 적어 몸에 지니던 세시풍속이 지금의 암울한 시대를 넘기는 몇 안 되는 엔터테인먼트가 아닐까 싶다. ‘코로나19 박멸소멸’ 같은 문구가 적힌 코로나 부적이 인터넷에 떠도는 이유다. 이참에 코로나 부적 제조법을 공부해보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소개된 부적 쓰는 법에는 오랫동안 우리나라 민속문화를 연구한 최인학 인하대 명예교수(민속학)와 부적 수집가 김민기 화백이 전수하는 부적의 모든 것이 나온다.
직접 코로나 부적 만들기에 도전해봤다. 부적을 쓸 땐 바라는 바를 간절히 염원하는 마음으로 준비한 종이에 일정한 법칙에 따라 붉은색으로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린다. 단, 주의사항이 있다. 일정 기간 몸과 마음을 청정하게 하고 술이나 육식을 삼가며 절대 금기를 범하면 안 된다. 망언도 하면 안 되며 늘 깨끗한 옷을 입고 선행을 해야 한다고 한다. 직접 자가 부적을 쓰려면 적어도 1개월은 목욕재계를 해야지 안 그러면 효험이 없다고 한다.
봄날원숭이
부산광역시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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