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운, 타고나진 못했어도 만들 수는 있다!”(책 〈운의 원리〉 중)
간만에 서점에 갔더니 베스트셀러 목록에 어떻게 하면 운이 좋아지는지에 관한 책이 많았다. 자기계발서는 물론 경영·경제 서적들까지 유독 ‘운’에 대한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자기계발서 〈럭키〉를 보면, 작가가 인터뷰한 소득 상위자 상당수가 공통으로 “운이 좋았다”고 말하더란다. 지난해 베스트셀러 〈더 해빙〉부터 올해 나온 〈운의 알고리즘〉 〈그냥 오는 운은 없다〉 〈운의 속성〉 등 성공과 운을 불러오는 법을 알려준다는 책들이 요새 유독 인기를 끄는 이유가 뭘까.
이런 류의 책들은 인생을 좋은 운으로 채우는 방법이 따로 있다고 말한다. 어떤 책은 왜 당신이 운이 없는지 분석해준다고 하고, 잘될 운명으로 가는 메커니즘을 가르쳐 준다고도 한다. 몇년 전만 해도 자기계발서들은 “열심히 노오력하라, 그러면 성공할지어다”라고 했지만, 이젠 아무도 노력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이젠 운 좋은 사람이 잘 풀리고 성공한다고들 한다. 그러면서 운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구체적 지침을 제시한다. 긍정적 마음가짐을 가져라, 생활습관을 가다듬어라, 도움이 되는 사람을 만나라는 식이다. 결국 자리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운이 좋아지기 위해 또다시 ‘노오력’해야 하는 이 아이러니는 뭔가. 개인의 의지와 행동으로 쉽게 바꿀 수 있으면 왜 ‘운’ 이라고 말할까. 대부분 자기 노력으로 해결되지 않는 모든 상황을 통틀어 ‘운’이라고 하지 않는가?
운까지 개인의 힘으로 바꿔보라는 ‘운 계발서’들이 과하다 싶으면서도, 나는 자꾸 눈이 간다. 왜일까. 명리학에서 말하는 운은 결정론에 가깝다. 태아가 엄마 배 속을 나온 그 시각 자연에서 받은 기운이 태아의 미래에 영향을 끼친다는 게 명리학 이론이다. 하지만 요즘 인기를 끄는 ‘운 계발서’들은 인간의 자유의지를 자극한다. 자신의 마음가짐과 행동을 통해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타고난 운과 정해진 운명에 순응하는 삶을 중심으로 하는 고서들보다 현대의 계발서들이 동시대인들에게 더 매력적일 수밖에.
오늘도 나는 운 계발서들을 탐독해본다. 자, 노력하면 좋은 운이 올까? 운명학 공부가 취미인 내 인생의 영원한 주제다.
봄날원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