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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타짜들과 만화가가 실제 주식 해봤더니…

등록 2021-05-08 10:45수정 2021-05-08 17:01

[토요판] 주일우의 뒹굴뒹굴 만화
⑪ 주식타짜
허영만의 주식타짜(가디언, 2020)
허영만의 주식타짜(가디언, 2020)

아이에게 물어봤다. “게임이 뭐가 그렇게 재미있니?” 모든 감각을 자극하면서 짜릿함을 선사하는 게임이 재미없을 리 없는데 모른 척 묻는다. 게임 말고 다른 일에 시큰둥해 보이는 녀석을 향해 터뜨리는 불만이다. 그런데, 대답을 듣고는 내가 생각이 많아졌다. “게임은 열심히 시간을 투자하면 아래로 떨어지는 일이 없는데 다른 것들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보장이 없어.” 무엇이라? 뭐라도 게임 말고 다른 것을 열심히 하라는 핀잔에 대한 대답치곤 묵직하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세상일 중에 확실한 것이 어디에 있을까? 무엇이든 열심히 한다는 것도, 하고자 하는 일이 성사될 확률을 높이는 것뿐이긴 하지. 그나마 그 확률도 끼어드는 놈들 탓에 점점 더 낮아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은 끝을 모르고 오르고 결혼이나 출산으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가족의 형태도 변화해 가는 상황까지 생각하면 게임 말고는 마음 붙일 곳이 없다는 이야기도 반박하기가 어렵네.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을 한주도 가져보지 못했던 입장에서 주식과 코인(가상화폐)을 둘러싼 요즘의 광풍을 이해하기 힘들다. 젊은 사람들까지 모두 주식과 코인에 열광하는 분위기가 앞에 이야기한 배경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짐작이 되지만 자세한 사정을 알고 싶었다. 주식 초짜도 안 되는데 <주식 타짜>를 본들 무슨 도움이 될까 싶긴 했지만 마음을 다잡고 두꺼운 책을 잡았다. 작가가 강호의 고수로 알려진 주식 타짜 7명을 인터뷰해서 완성한 만화책이다. 주식 타짜들과 만화가(허영만)가 6000만원을 나눠 들고 실제로 주식시장에 참여하면서 만화를 그리는 과정에서 인터뷰를 해서 연재했다고 한다. 문제는, 실제로 진행했던 투자의 손실이 커서 만화 연재도 덩달아 중단되었다는 김빠지는 이야기.

책은 호기롭게 시작한다. 주식 타짜들의 투자 비법을 배워야 한다. 이것이 부자로 가는 길이다. 그런데, 모든 인터뷰를 보면 배울 수 있는 비법이 없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물론, 주식을 통해서 큰돈을 번 사람들이다. 작은 돈을 들고, 일어섰다 망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절망의 순간에 포기하지 않고 성공을 일궈낸 사람들이다. 그 성공의 길에 이들이 쏟은 노력도 어마어마하다. 대부분의 고수들이 종일 매달려서 신문과 미디어가 쏟아내는 뉴스들 중에서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것들을 뽑고, 그것을 바탕으로 전략과 종목을 짜고 투자를 한다. 다른 일을 하면서 할 수가 없는 일이다. 물론, 인터뷰에 응한 타짜 중 2명은 직장을 갖고 있기는 한데, 그의 일이 뉴스를 정리하는 일이라서 투자의 일부분인 경우이거나 새벽부터 새벽까지 일을 하다 병을 얻었다고 한다. 주식으로 잘된 사람들 중에 피눈물 나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경우는 없다.

시간과 정성을 쏟은, 타짜들의 예측이 보통 사람들의 예측보다 더 나을 것도 없다. 인터뷰 시점이 2019년인 에피소드엔 트럼프의 재집권과 중국의 활황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2020년부터 3년간 엄청나게 좋을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코로나19 같은 돌발 상황이 생겼고 바이든이 당선되었으니 예측은 엇나갔다. 만약에, 그 생각에 맞추어 투자를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 주식시장은 과열 상태이니, 세상을 어떻게 읽었든 성공은 했을까? 책을 읽을수록 주식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 분명해졌다. 자기 할 일을 하면서, 부업으로 주식 해서 용돈을 벌겠다거나, 월급으론 집도 살 수 없고 노후도 보장이 안 되어서 주식을 한다는 것은 너무 낭만적인 생각은 아닐까? 대부분의 돈은 성공한 타짜 몇몇이 독점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타짜들처럼 노력할 생각이 없는데도 주식을 하고 있다면, 남은 것은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는데 운이 좋은 사람은 아주 적다. 타짜들이 주식에 들인 노력만큼 다른 일을 했어도 큰 성공을 거두었을 것이다. 주식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면 자동적으로 레벨업이 되는 게임이 아니다. 가상화폐는 운과 배짱만으로 승부한다는 점에서 도박판의 ‘섰다’라고 할 수 있다. 도박판을 정리할 때 ‘섰다’로 마지막 운을 시험하곤 하는데 그 결과는 참담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화애호가

※격주에 한번, 종이나 디지털로 출판되어 지금도 볼 수 있는 국내외 만화를 소개하고 그에 얽힌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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