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통 솔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열린 공동체를 지향하는 소울사이어티 멤버들. 왼쪽부터 아민 제이, 김동희, 박정은, 윤재경.
소울사이어티 국내 대중음악계에서 아르앤비(R&B)와 솔이 주류 장르로 자리매김한 지 이미 오래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가수들은 마치 ‘누가 잘 꺾나’를 겨루듯 현란한 가창력을 뽐낸다. 기존의 발라드 멜로디에다 아르앤비에 많이 쓰이는 꺾는 창법을 도입한, 이른바 ‘한국적 아르앤비·솔’이라고 스스로 부른다. 하지만 이런 노래들에선 아르앤비·솔 특유의 진한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이들이 많다. 대체 뭐가 부족한 걸까? 미국 흑인 노예들의 울분을 담은 노동요 블루스에다 잃어버린 아프리카의 리듬을 되찾아 실은 게 바로 리듬 앤 블루스(아르앤비)다. 이런 아르앤비와 비슷하면서도 노래부르는 이의 감정과 영혼을 더 중시한 게 솔인데, 감정을 실어 내지르는 창법이 특징이다. 1980년대 들어 세련된 리듬과 도회적 사운드를 더한 어번 아르앤비가 등장하고, 90년대 중반 이후 정통 솔을 기반으로 재즈·가스펠적 요소를 고급스럽게 버무린 네오 솔이 전면에 나선다. 디안젤로와 맥스웰로부터 시작된 네오 솔의 바람은 2002년 그래미시상식의 신데렐라 알리샤 키스로까지 이어진다. ‘꺾기만 잘한다고 솔이 되나’ 가슴 밑바닥서 끌어올려야지
작곡가 윤재경 중심 열린모임 “우리 정통 솔 한번 해봅시다” 국내에서도 정통 네오 솔을 하겠다고 나선 이들이 있다. 이름하여 ‘소울사이어티(Soulciety)’. ‘솔’과 ‘소사이어티’를 더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들은 멤버가 고정된 밴드가 아니라 솔을 하는 사람들의 열린 모임이다. 박화요비, 제이, 펑키·솔 밴드 지플라 등의 앨범에 작곡가·프로듀서로 참여한 윤재경(29)을 중심으로 8명의 보컬이 현재 참여하고 있다. 미국의 힙합 클랜(같은 성향의 음악을 하는 이들이 뭉친 집단)과 비슷한 솔 클랜을 지향한단다. 대중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던 기존 작업에서 ‘2%’ 부족함을 느낀 윤재경이 정통 흑인음악을 해보고자 이런 모임을 구상했고, 코러스·밴드 활동을 하던 숨은 고수들이 하나둘 모여들면서 모습을 갖췄다. %%990002%%
이들은 주로 홍대앞 클럽가를 돌며 공연하고 홈페이지( www.soulciety.co.kr )를 통해 솔을 사랑하는 이들과 호흡하는 등 밑바닥에서 꾸준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부분 메이저 기획사에 의해 만들어지는 다른 아르앤비·솔 가수와는 달리 스스로 자라나는 인디 뮤지션의 성격이 강하다. “단순히 겉모습만 흉내내는 한국적 아르앤비·솔을 탈피해 한국인이 하는 정통 아르앤비·솔을 들려주고 싶다”는 윤재경은 “더 나아가 백인의 ‘블루 아이드 솔’처럼 동양인만의 솔을 완성하겠다”는 꿈을 드러낸다. 이들의 첫 앨범 <투 컬러즈>를 들어보면, “대체 뭐가 다르길래…” 하는 의구심이 단번에 사라진다. 미디엄 템포의 그루브(가락의 흥겨움) 넘치는 첫곡 ‘텔 미’부터 범상치 않더니, 타이틀곡 ‘미스터 플레이어’에선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끌어올린듯 묵직한 덩어리가 느껴지는 박정은의 목소리가 빛을 발한다. 알리샤 키스의 히트곡 ‘이프 아이 에인트 갓 유’를 연상시키는 3박자 아르앤비곡 ‘유 저스트’, 힙합풍의 ‘아이 캔트 렛 유 고’, 기타와 목소리만으로 애절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내안의 너’ 등 다양한 분위기의 곡들을 듣노라면, ‘현란한 꺽기 창법이 없어도 이런 게 진짜 솔’이라는 느낌이 가슴으로 다가온다. 진하고 달콤쌉싸름한 초컬릿의 바다에 온몸을 푹 담근 느낌…. 이들은 23일 홍대앞 클럽 디지비디에서 단독공연을 한다. 글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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