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사극 무술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사극 무술
<이산> <쾌도 홍길동> <대왕세종> <왕과 나> <비천무>는 현재 지상파 방송 3사가 방영 중인 사극이다. 정통과 퓨전, 멜로와 서사가 각기 다른 드라마들이지만 화려한 발차기, 바람을 가르듯이 매끈하게 뻗어나가는 주먹이 오가는 무술 장면들로 극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는 점은 공통이다. 찍기는 어려워도 재미와 감동을 주는 데 필수적인 무술신.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사극 무술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집중도 높이려면 낮보다 밤…시간은 1분30초 이내로
‘이산’ 부드럽고 섬세하게 ‘왕과 나’는 강한 춤추듯 ■ 칼 뽑는 법부터 다르다=드라마 촬영현장에서는 드라마 피디가 지휘권을 갖지만 무술 장면은 무술 감독이 “액션”과 “컷”을 외친다. 무술 감독은 무술의 합(액션의 순서와 약속)을 짜는 역할 외에도 카메라의 앵글을 잡거나 무술 장면의 편집을 맡아 한다. 쉽게 만들어지는 장면이 아니어서 전문가가 맡는다. <이산>의 김성실 무술 감독은 “드라마의 흐름에 방해되지 않는 액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현재 방영 중인 사극은 각자 보여주는 무술의 특징이 다르다. <이산>이 드라마 색처럼 부드럽고 섬세한 무술을 앞세운다면 내시들의 무예를 보여주는 <왕과 나>는 강하면서 춤을 추듯 유연한 몸놀림인 조치겸(전광렬)의 부채 무술을 선보인다. 정통 사극인 <대왕세종>은 무게감 있게 전투를 벌이고, 퓨전 사극인 <쾌도 홍길동>은 와이어에 묶여 지붕 위를 날아다닌다. 정통 무협서사극을 표방한 <비천무>는 중국 정통 무술로 스케일이 다른 무술 세계를 연다. <태왕사신기> <비천무>를 연출한 윤상호 피디는 “사극이 고증에서 벗어나면 무술도 상상력을 발휘해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고 했다. <대왕세종> <쾌도 홍길동>의 박주천 무술 감독은 “시대 따라, 계급 따라 무술도 다르다”고 말한다. <태사기>에서 도끼를 드는 원시부족과 칼과 조총을 쏘는 <이산>의 무술 장면이 다를 수밖에 없듯이 창을 드는 포졸은 찌르는 무술을, 칼을 드는 장군은 베는 무술을 보여준다. 캐릭터가 분명하면 무술도 쉽게 정해진다. <태사기> <왕과 나>의 양길영 무술 감독은 “호개(윤태영)가 화가 나면 거침없이 칼을 뽑았듯이 칼을 어떻게 뽑느냐도 인물과 감정에 따라 다르다”고 설명했다.
■ 강렬한 눈빛의 호위무사들=사극은 초반에 강렬한 전쟁 장면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웅장한 전쟁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드라마에 대한 호감을 끌어내기 좋다. 지난해 안시성 전투를 선보였던 <연개소문>과 <대조영>이 그 예다. 사극마다 등장하는 호위무사 역은 스타로 가는 지름길이다. <어사 박문수>의 한혜진, <해신>의 김아중, <태사기>에서 담덕(배용준)을 호위하던 각단 역의 이다희가 호위무사로 주목받았다. 현재 방영 중인 사극에서도 어김없이 호위무사가 등장한다. <이산>의 익위사 3인방, <왕과 나>에는 조치겸을 지키는 도금표(한정수), <대왕세종>은 옥환(김명곤)의 호위무사 무비(정의갑), <쾌도 홍길동>에서 창휘(장근석)를 지키는 치수(인성)가 그들이다. 출중한 무술 솜씨와 충직한 마음으로 주인을 섬기는 오른팔인 이들은 여러 마디의 대사보다 눈빛으로 강한 기운을 내뿜는다. 다부진 체격부터 호위무사 역에 제격이란 평을 듣는 한정수는 “연기가 어설퍼 대사가 적은 몫을 맡은 게 아니냐고 볼까봐 걱정도 되지만 매력적인 역할”이라고 말했다.
■ 사극 무술 장면의 법칙=요즘 사극을 보면 싸움은 주로 밤에 벌어진다. 이유가 있는 걸까. <이산>의 김근홍 피디는 “밤이 낮보다 긴장을 극대화시켜 시청자들을 집중하게 만든다. 카메라 앵글을 작게 잡을 수 있어 적은 인원으로도 연출이 쉽고, 낮이 짧은 겨울이란 계절적 요인도 영향을 준다”고 했다. 어느 사극이든 무술 장면만으로 길게 시간을 끌지 않는다. 1분30초를 넘어가면 시청자들의 집중력이 흐려져서다. 5분 정도 지속되는 장면이라면 서사 구조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만들 때 시간과 제작비가 만만치 않다. <주몽>의 경우 해모수(허준호)가 절벽에서 활을 맞는 장면은 밤에만 찍느라 3일이 걸리고, <대왕세종>의 4분짜리 프롤로그는 전북 부안과 서울 종로를 오가며 찍느라 3일치의 제작비가 들었다.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하는 척’만 하는 건 이제 옛날 얘기다. 배우들이 직접 촬영 전에 무술을 익히기도 하고, 컴퓨터 그래픽으로 거친 장면도 보정한다. 그래도 무술에 대한 지적은 날아온다. 사극에서 나오는 우리 무술이 중국과 일본 사무라이 무술의 흔적이 보인다는 불만이다. 이에 대해 무술 감독들은 하나같이 “시대에 맞는 무술의 참고 자료들이 많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또 극의 빠른 전개와 극적 효과를 위해 고유의 정통무술을 보여주는 데 현실적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웃으며 봐줄 수 있는 장면이 있다. 말을 타고 달리는 장군과 뛰어오는 포졸들이 동시에 목적지에 도달하는 모습을 볼 때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이산’ 부드럽고 섬세하게 ‘왕과 나’는 강한 춤추듯 ■ 칼 뽑는 법부터 다르다=드라마 촬영현장에서는 드라마 피디가 지휘권을 갖지만 무술 장면은 무술 감독이 “액션”과 “컷”을 외친다. 무술 감독은 무술의 합(액션의 순서와 약속)을 짜는 역할 외에도 카메라의 앵글을 잡거나 무술 장면의 편집을 맡아 한다. 쉽게 만들어지는 장면이 아니어서 전문가가 맡는다. <이산>의 김성실 무술 감독은 “드라마의 흐름에 방해되지 않는 액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현재 방영 중인 사극은 각자 보여주는 무술의 특징이 다르다. <이산>이 드라마 색처럼 부드럽고 섬세한 무술을 앞세운다면 내시들의 무예를 보여주는 <왕과 나>는 강하면서 춤을 추듯 유연한 몸놀림인 조치겸(전광렬)의 부채 무술을 선보인다. 정통 사극인 <대왕세종>은 무게감 있게 전투를 벌이고, 퓨전 사극인 <쾌도 홍길동>은 와이어에 묶여 지붕 위를 날아다닌다. 정통 무협서사극을 표방한 <비천무>는 중국 정통 무술로 스케일이 다른 무술 세계를 연다. <태왕사신기> <비천무>를 연출한 윤상호 피디는 “사극이 고증에서 벗어나면 무술도 상상력을 발휘해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고 했다. <대왕세종> <쾌도 홍길동>의 박주천 무술 감독은 “시대 따라, 계급 따라 무술도 다르다”고 말한다. <태사기>에서 도끼를 드는 원시부족과 칼과 조총을 쏘는 <이산>의 무술 장면이 다를 수밖에 없듯이 창을 드는 포졸은 찌르는 무술을, 칼을 드는 장군은 베는 무술을 보여준다. 캐릭터가 분명하면 무술도 쉽게 정해진다. <태사기> <왕과 나>의 양길영 무술 감독은 “호개(윤태영)가 화가 나면 거침없이 칼을 뽑았듯이 칼을 어떻게 뽑느냐도 인물과 감정에 따라 다르다”고 설명했다.
쾌도 홍길동 / 비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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