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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일지매 왔는데 매화 언제 피나

등록 2009-02-16 14:30수정 2009-02-17 16:02

MBC ‘돌아온 일지매’
MBC ‘돌아온 일지매’
스타 군단 출동에도 분위기 안 떠
내레이션·느린 극 전개 “몰입 방해”
“빼어난 영상미·파격 형식” 극찬도
남녘에선 벌써 매화 꽃내음이 봄을 재촉한다. 하지만 텔레비전 속 매화는 꽃망울을 터뜨리지 못했다. 영상미의 대가 황인뢰 피디가 연출한 작품으로 관심을 모은 문화방송 수목드라마 <돌아온 일지매>는 아직 충분한 빛을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지매>의 시청률(티엔에스미디어코리아 집계)은 지난달 21일 첫 방송 때의 18.5%를 정점으로 12일 방송된 8회 13.1%에 이르기까지 줄곧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4일 첫 전파를 탄 한국방송 <미워도 다시 한 번>에 추월당한 데 이어, 18일 막이 오르는 에스비에스 <카인과 아벨>까지 가세하면 더 밀려날 가능성도 있다.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궁> 등으로 스타 연출자 반열에 오른 황 피디의 명성에, 정일우·윤진서·김민종·정혜영 등의 눈길을 끄는 출연진까지 놓고 보면, 기대치에 한참 모자란다. 대체 무엇 때문일까?

먼저 극 흐름이 느리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드라마는 고우영의 만화 <일지매>가 원작이다. 1975년부터 2년여 동안 <일간스포츠>에 연재된 작품이다. <…일지매>는 원작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 충실하다. 황 피디가 “고 화백에 대한 오마주”라고 설명할 정도다.

긴 호흡의 만화를 그대로 옮기다 보니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 24부작 가운데 7부까지도 일지매 캐릭터가 완성되지 않았다. 에스비에스 <아내의 유혹> 같은 ‘초고속’ 드라마에 길들여진 시청자들에겐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대중문화 평론가 차우진씨는 “전개가 느리고 극적 긴장감을 주는 요소가 적어 시청자들이 재미를 못 느낄 수 있다”며 “만화를 그대로 재현한다는 형식에 집착한 나머지 대중성을 놓친 듯하다”고 지적했다.

일부 시청자들은 ‘책녀’(책 읽어주는 여자)로 불리는 전지적 작가 시점의 내레이션에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원작 만화에 자주 등장하는 작가의 해설처럼 드라마에도 상황과 인물 감정을 설명해주는 내레이션이 사이사이 나오는데, 이게 되레 몰입을 방해한다는 것. 드라마 게시판에서 한 시청자는 “계몽 드라마도 아닌데 내레이션으로 무슨 효과를 보겠느냐”며 “인물과 상황에 대한 평가는 시청자가 하게 놔두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반면, 이런 점들을 고스란히 장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국식 이야기꾼의 스토리텔링을 구현했다는 것이다. 대중문화 평론가 강명석씨는 “원작 만화가 그랬던 것처럼 드라마도 한 인물 이야기에 깊숙하게 들어갔다가 빠져나온 뒤 다른 인물의 이야기로 옮겨가는 식”이라며 “각 인물 이야기들을 퍼즐처럼 맞추다 보면 조선시대 사회 전체에 대한 이야기가 보이게 된다”고 분석했다.

‘책녀’의 내레이션을 독특한 매력으로 꼽는 이들도 적지 않다. 드라마 게시판에서 한 시청자는 “책녀의 위트 있는 멘트는 활력을 불어넣는다”고 치켜세웠다. 실제로 ‘책녀’는 “간첩용 내비게이션” “찔린 눈에 물파스 바른 기분” “세렝게티 초원만큼이나 광활한 오지랖” 같은 말들을 천역덕스럽게 내뱉어 시청자의 입꼬리를 올라가게 만든다.

황 피디의 ‘전매 특허’ 같은 영상미에 대한 극찬은 차고 넘친다. 창틀이나 기둥 같은 소품을 이용해 화면틀 안에 작은 화면틀을 또 만드는 미장센은 꽉 차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준다. 대만과 일본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한 자연 풍광이나 조선시대 마을을 세밀하게 재현한 세트장은 아름다운 영상의 밑거름이다. 강명석씨는 “아름다운 그림들을 모은 화첩 같은 드라마”라며 “기존 드라마와 차별화된 파격적 형식과 영상으로 흔치 않은 드라마 미학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일지매>는 이제 막 3분의 1 지점을 넘어섰다. 여기까지 일지매란 인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그렸다면, 8회부터는 복면 차림의 일지매가 탐관오리를 혼내는 등 본격적인 활약상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황 피디는 “복면 쓴 일지매의 활약이 극에 대한 밀착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봄이 오면 만개하는 매화처럼 일지매도 활짝 피어날 수 있을까.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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