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보도’ 대법서 무죄판결 받은 조능희 PD수첩 책임피디
취재 원본에 없는 내용
검찰이 ‘언론플레이’
문화방송 ‘사과’에 대해
정정보도 신청 검토
취재 원본에 없는 내용
검찰이 ‘언론플레이’
문화방송 ‘사과’에 대해
정정보도 신청 검토
2년 전 그때와 같은 장면이었다. 조능희 <문화방송>(MBC) 피디(PD)는 대법원으로부터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지난 2일 법정을 빠져나와 “언론인 여러분이 ‘피디수첩’ 제작진을 수사하고 기소한 전현준·박길배·김경수·송경호 검사와 수사팀을 지휘한 정병두 검사, 천성관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의 이름을 꼭 기록해 달라”고 말했다. 조 피디는 처음 검찰에서 48시간 조사를 받고 나왔던 2009년 4월29일 밤에도 검찰 출입기자들 앞에서 그들의 이름을 한번씩 호명하며 당부했다. “저는 피디수첩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광우병 편)의 책임피디를 맡았던 조능희입니다. 피의자인 제 이름을 실명으로 보도하는 것처럼, 수사를 맡고 있는 이들 검사의 이름도 역사에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2008년 6월20일 농림수산식품부가 피디수첩 제작진을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하며 시작된 3년3개월의 법정공방은 지난 2일 대법원이 제작진 5명 전원에 대해 무죄 원심을 확정지으면서 검찰의 패배로 끝났다. 일부 오류에도 보도의 공익성을 인정한 것이다.
조 피디는 6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느꼈던 소회를 털어놓았다. 제작진이 수사 과정에서 맞닥뜨린 가장 큰 고민은 ‘검찰의 정보 누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였다고 했다. 검찰이 정보를 흘리면 일부 보수언론은 앵무새처럼 대서특필했다. 2008년 4월29일 광우병 편 방송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 과정의 문제를 지적하려고 한 애초 의도는 사라지고 격렬한 흠집내기만 도드라졌다.
“아레사 빈슨이 인간 광우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보도한 미국 언론은 하나도 없었다, 이런 검찰발 기사가 나왔어요. 우리 방송에서도 (빈슨이) 인간 광우병 진단을 받았다는 미국 언론 보도가 엄연히 소개되었는데도, 검찰이 흘려주니까, 우리 언론은 ‘미국 언론에서 빈슨 광우병 진단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다’ 이렇게 보도했어요.”
그는 한 보수신문의 기사(“피디수첩, 빈슨 다른 병 알고도 ‘인간 광우병 의심’ 보도 의혹”)를 검찰의 대표적인 언론플레이 사례로 의심했다. 제작진이 취재 과정에서 빈슨의 사인이 다른 질병 후유증일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파악하고도 방송에 내보내지 않았다는 검찰발 기사였다.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인간 광우병일 가능성을 부각시켰다는 것이다.
“검찰이 압수해 간 취재파일을 샅샅이 보면 제작진이 사인을 의도적으로 은폐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검찰이 거짓 정보를 흘렸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검찰도 피디수첩 제작진에 대한 형사처벌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처벌이 불가능한 피디수첩에 흠집을 내려니 끊임없이 거짓말과 언론플레이를 일삼을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는 “‘정치검사’가 무서운 이유는 수사정보를 활용한 이들의 언론플레이와, 이런 정보를 ‘단독보도’라는 이름으로 받아쓰는 언론이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현 정권 출범 이후 모든 정치적 사건의 뒤편에는 검찰의 ‘피의자 망신주기’, 피의사실 공표 등이 있었죠. 피디수첩을 적대시한 일부 언론은 그런 검찰이 제공하는 ‘기삿거리’에 대해 어떠한 사실확인 작업도 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썼습니다. 피의자로서 당해보지 않으면 그 억울함을 모릅니다.”
조 피디는 문화방송이 5일 <뉴스데스크>에서 내보낸 사과방송에 대해서도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년3개월간 검찰과 거대 여당, 조·중·동 등 보수언론, 심지어 가스통을 들고 위협하는 우익단체와 맞서 싸웠는데, 문화방송이 이런 식으로 사과방송을 내보내는 것은 제작진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일”이라며 “문화방송 노조 등과 함께 정정보도 신청 여부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사진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조 피디는 문화방송이 5일 <뉴스데스크>에서 내보낸 사과방송에 대해서도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년3개월간 검찰과 거대 여당, 조·중·동 등 보수언론, 심지어 가스통을 들고 위협하는 우익단체와 맞서 싸웠는데, 문화방송이 이런 식으로 사과방송을 내보내는 것은 제작진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일”이라며 “문화방송 노조 등과 함께 정정보도 신청 여부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사진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