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방송·연예

환생한 ‘악녀’ 여치의 운명은?

등록 2012-01-30 20:56수정 2012-03-14 16:23

배우 정려원
배우 정려원
허미경의 TV남녀
여 태후는 기원전 180년에 죽었다. 유방은 그 15년 전에 사망했고, 항우는 그보다 7년 앞서 우희와 함께 자결했다. 중국 역사서 <사기>와 <한서>에 등장하는 이 네 명의 남녀! 우리네 한국인들에게도 꽤나 유명하다. 넷 중에 살아 생전 최종 승자는 유방 사후 15년간 사실상 여씨 정권을 수립했던 여 태후가 아닐는지. 하지만 후손들에게 가장 미움을 받은 위인 역시 여 태후다. 측천무후, 서태후와 함께 ‘중국 3대 여걸’로 꼽히면서도 ‘3대 악녀’라는 식으로 훗날 (남성) 역사가와 호사가들에게 재단당했으니까. 국가 권력을 도모한 옛날 여자들의 일종의 숙명이 아니었을까.

어쨌거나, 여 태후의 이름은 ‘치’다. 여치다. 한데, 2200여년 만에 한국 땅에 ‘환생’한 여치가 인기 ‘짱’이다.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에스비에스)에서다. 한나라 유방(한고조)과 초나라 항우(초패왕)의 기싸움, 여치와 우희의 대결이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를 통해 오늘 한국에서 펼쳐진다.

진나라 말, 흐트러진 천하를 도모하는 일이 고대인들의 관심사였다면, 오늘날 저마다 직장에서 악전고투하는 봉급쟁이들에게 제1 관심사는 직장내 승승장구 혹은 생존 자체일 게다. <샐러리맨 초한지>는 ‘웰메이드’ 영상으로 재벌그룹 샐러리맨들의 ‘복마전’을 코믹과 눈물을 섞어 풀어놓는다. 20부작의 반환점을 앞둔 현재 시청자 반응이 화끈한 “인기 캐릭터는 뭐니 뭐니 해도 여치”란다.

맨 처음 그를 안방 화면에서 본 건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였다. 무난한 연기였지만 김선아와 현빈보다 더 빛난 건 아니었다. 그다음은 <자명고>였는데, 인색한 카메라 앵글 속에서 활짝 꽃피지 못하고 있었다. 그즈음 영화 <김씨 표류기>에서 ‘배우 정려원’(사진)을 보았다. 자기만의 방에서 별을 헤는 자폐적인 ‘여자 김씨’에게서 정려원은 놀라운 집중력을 발산했다. <샐러리맨 초한지>에선 3개국어로 욕을 해대는 ‘왕싸가지’ 재벌가 외손녀 여치 역에 몸을 던진다. 착 들어맞는 옷을 입은 것 같다. 연출자 유인식 피디는 “여치는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면 미워지는 캐릭터인데, 려원씨가 그런 여치를 치열하게 연구해서 훌륭히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미경 방송미디어팀장
허미경 방송미디어팀장
28일 오전, 붉은 스프레이로 ‘해고는 살인이다’란 글씨가 곳곳에 새겨진 경기도 연천 전곡리의 한 공장. 엄동 추위 속에 200여명이 몸싸움을 벌인다. 노동자와 노동자를 진압하는 용역꾼들이다. 그 가운데서 유방이 항우파의 공장 폐쇄 방침에 맞서 공장을 살릴 수 있다고 외친다. 고난이도 군중장면 촬영현장이다. 여치는 그런 유방을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다.

역사 속 여치는 유방 패권 강화를 위해 맹장 한신을 처단한 과단성의 소유자다. 드라마에선 천하그룹 부사장 자리가 내 것이라며 달려들었다. 환생한 ‘악녀’ 여치의 운명은 어찌 될 것인가. “빙의된” 배우의 대답은 이랬다. “여치는 모든 걸 다 가진 안하무인으로 보이지만, 가장 중요한 무언가가 결핍되어 있기에 표출방식이 엇나가는 거예요.” 정려원에게는 유방과의 사랑이 중요할까, 그룹 후계자가 되는 게 중요할까? “둘 다 성장과정이기에 중요하죠. 하지만 그녀가 자신을 진정 사랑할 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분명한 건 그는 점점 성장하는 배우란 점이다.

허미경 방송미디어팀장 carme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