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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출연자 정곡 찌르는 한혜진 ‘비장의 무기’는?

등록 2012-05-21 19:57수정 2012-05-22 08:56

허미경의 TV남녀
“나는, 부여의 왕자 주몽이라 하오.”

“…?”

“내 신분을 밝힐 처지가 못 되어 숨겨왔다만, 나는 … 부여의 왕자다.”

“한심한 놈!”

고구려 건국 ‘설화’에 등장하는 두 남녀, 주몽과 소서노가 사극 <주몽>에서 처음 만나는 장면이다. 방금 도적떼한테 죽을 뻔한 고비를 소서노의 도움으로 넘긴 주몽이 인사치레로 자신이 누구인지를 조금 으스대면서 밝히는 참인데, 소서노는 압도당하는 기색이 없다. 그러긴커녕 ‘그게 어쨌다는 거야’라는 태도다. 5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했던 이 인기 사극의 초입에서 소서노, 그러니까 한혜진의 눈망울은 정말이지 당당하고 똘망똘망했다. 도톰한 입술과 심지가 굳어 뵈는 뺨과 턱선. 카리스마로 치면 외려 송일국의 주몽을 압도했다. 50회가 넘는 긴 드라마를 본방 시간을 지켜가며 보게 된 건, 소서노 역을 맡은 한혜진의 눈망울 때문이었다고 해도 과장은 아니다.

그렇게 ‘소서노’ 한혜진은 ‘될성부른 큰 떡잎’으로 드라마 팬들한테 다가섰다. 그런데, 밤 8시대 일일극 <굳세어라 금순아>의 억척녀 ‘금순’의 인기로 <9시 뉴스> 시청률을 높이고, 이른바 국민드라마에 이름을 올린 <주몽>을 통해 초반 성장가도를 달리던 ‘소서노’ 한혜진의 그뒤 행보는 신통찮았다. 미니시리즈 <떼루아>, <제중원>, <가시나무새>에서 그저 그런 주인공을 맡았을 뿐이다.

그러던 ‘소서노’가 토크쇼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의 ‘초짜’ 진행자가 되어 나타났다. 재기 어린 질문과 청량한 웃음 유발로 시청자를 끌어당긴다. ‘노회한 엠시’ 이경규와 ‘진지한 엠시’ 김제동한테도 별반 밀리지 않는다.

“좌약 아닌가요?”

가수 박진영 편에서, 하루를 분 단위로 쪼개 산다는 박진영이 아침마다 먹는다며 서랍 속 비타민약 뭉텅이를 보여주자 엠시 한혜진이 무심히 던진 질문에 웃음이 터진다. 기획사 대표 양현석을 초대한 날엔 “전 친구가 없어요”라는 양현석의 말에 “친구가 왜 없어요?”라고 진지한 얼굴로 묻는가 하면, ‘섹시 디바’로 자리매김해온 이효리에겐 “언제까지 섹시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직설의 질문을 던진다.

듣기에 따라 상대방이 거북해할 수도 있는 질문인데, 한혜진의 입에서 나오면 말 그대로, ‘언제까지 섹시할 수 있을지’를 진정으로 묻고 있다고 느껴진다.

진짜 궁금하지 않은가? ‘서태지와 아이들’의 일원이었으며 숱한 아이돌그룹을 키워낸 양현석은 왜 친구가 없는지, 이효리는 언제까지 섹시미를 유지할 수 있을는지.

이런 정곡 찌르기는 한혜진의 ‘듣기 능력’에서 나온다. 잘 보면, 초대손님의 말을 정말 열심히 듣는다. 토크 프로그램에서 ‘말하기’보다 중요한 것은 ‘듣기’라는 점을 ‘초짜 엠시’ 한혜진은 새삼 깨닫게 해준다. 드라마 캐릭터 바깥으로 맨얼굴을 내민 배우 한혜진의 면모는 ‘청량함’과 ‘진심’이랄까. 최영인 <힐링캠프> 책임피디는 “자신이 하는 이야기에 몰입한 채 똘망똘망 쳐다보는 그 눈 앞에서 초대손님(인터뷰이)들도 무장해제당하고 솔직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여자 엠시가 드문 국내 예능 현실에서 한혜진이 앞으로 엠시 활동 폭이 넓어지리라고 내다본다.

그 말을 듣자니, 걱정이다. ‘엠시’보다는 ‘성장하는 배우’ 한혜진을 더 보고 싶어서다. 다른 기회가 많다면, 배우로서 절박하지 않을 터이기 때문이다. 그의 선택이 벌써 궁금해진다.

허미경 대중문화팀장 carm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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