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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국카스텐 “방송은 모험을 하면 안 되더라구요”

등록 2012-11-25 19:38수정 2012-11-27 17:16

<문화방송>의 <나는 가수다 2>에 출연해 열광적인 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록그룹 국카스텐의 멤버들이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한 채 환하게 웃고 있다. 왼쪽부터 김기범(베이스), 하현우(보컬·리듬기타), 전규호(리드기타), 이정길(드럼)씨.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문화방송>의 <나는 가수다 2>에 출연해 열광적인 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록그룹 국카스텐의 멤버들이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한 채 환하게 웃고 있다. 왼쪽부터 김기범(베이스), 하현우(보컬·리듬기타), 전규호(리드기타), 이정길(드럼)씨.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한겨레가 만난 사람 ‘나가수’ 가왕전 첫주 1위 국카스텐
“우리조차 낯선 음악감성, 낯설지만은 않게 표현한 게 통했죠”
25일 방송된 문화방송의 <나는 가수다(나가수)-2>의 ‘디셈버 2012년 가왕전’에서 록그룹 국카스텐이 1위를 차지했다. 5~11월까지 매월 최고의 가수에 오른 7명의 가수가 자웅을 겨뤄 꼴찌를 한 가수가 탈락하는 ‘슈퍼스타케이’ 의 서바이벌 게임 형식으로 처음 치러진 이날 무대에서 ‘10월의 가수’ 국카스텐은 조용필의 <모나리자>를 자신만의 독특한 음악적 색깔로 편곡해 청중평가단의 열렬한 지지를 이끌어냈다.

지난 6월 첫 등장 무대에서 이장희의 <한잔의 추억>으로 객석을 뒤집어놓은 열광적 반응을 낳은 국카스텐 돌풍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소수 팬들에게 제법 이름이 알려지긴 했어도 결코 대중 친화적이지 않은 인디밴드가 주류 무대를 전복시키는 통쾌한 반란을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그것은 주류무대와 타협한 결과가 아니라 싸이키델릭한 사운드와 중독성있는 기타 리프·멜로디 라인, 중고음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개성적인 보컬 등 자기만의 음악적 독자성과 개별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얻은 것이기에 주류음악계를 뒤집는 그 반전의 묘미는 더욱 배가된다. 특히 지난 18일 나가수 가왕전 개막식 무대에서 “메스꺼운 색으로 이미 한쪽 눈을 잃어/괴상한 소리로 우는 넌 넌/음흉한 망상에/사정없이 너를 몰아세우고…”의 난해한 노랫말과 몽환적 사운드로 구성된 자신들의 곡 <매니쿠어>를 불렀는데도 4위를 차지한 것을 보면 국카스텐에게도 일종의 팬덤이 생긴 것 아니냐는 분석도 가능하다.

국카스텐 “우리 음악은 이미지 강한 시”

걸그룹 씨스타의 <나혼자>, 한영애가 아니면 그 맛이 날 것 같지 않은 <누구없소> 멜라니 사프카의 처연한 보컬이 돋보이는 <더 새디스트 싱> 등 나가수에서 국카스텐이 부른 노래는 원곡의 분위기를 해체하고 자신의 색채와 리듬으로 재구성해 마치 다른 노래를 듣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다시 원곡을 듣고 싶게 하는 비교하고 싶은 유혹을 갖게 한다.

애초 국카스텐이 나가수에 출연하게 됐다고 했을 때 나가수 무대의 분위기에 짓눌려 음악적 색깔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으나 자신의 색깔을 품은 채 대중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놀라운 확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2007년 신인 밴드의 경연무대였던 ‘쌈지사운드페스티벌 숨은 고수전’에서 국카스텐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다음해 열린 교육방송의 헬로루키 경연무대 출연을 권유했던 음악평론가 김작가씨는 국카스텐의 나가수 돌풍에 대해 “자신들의 음악적 색깔을 유지하면서 오디션 프로그램이 가질 수 있는 미덕을 잘 살린 결과”라고 해석했다.

그는 “헬로루키 경연 연말 결선에서 <거울> 1절이 끝나고 객석에서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발견의 환호성이 퍼져오는데 소름이 끼쳤다. 그 결과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카스텐의 음악적 특징에 대해 “아방가르드적인 성격과 대중적 성격을 동시에 갖춘 밴드”라면서 “소릿결에 숨은 싸이키델릭한 성격이 시적 느낌의 가사와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국카스텐의 성공 이면에는 대학을 중간에 그만둔 뒤 일용직 막노동판을 전전하면서도 12년간 자신들의 음악세계를 꾸준히 추구해온 세월이 있다. 그 과정에서 수백차례의 라이브 무대에 서서 관객과 에너지를 주고받으면서 음악적 토대를 튼튼히 세우고, 수백곡의 노래를 만들었다 폐기하거나 첫 음반을 다시 녹음하는 치열함이 있었다.

22일 한겨레신문사에서 하현우(31·보컬 겸 리듬기타) 전규호(33·리드기타) 이정길(32·드럼) 김기범(27·베이스) 씨 등 멤버 4명을 만났다. 나가수 출연 이후 첫 언론 인터뷰에서 하현우씨가 주로 질문에 답하고 전규호, 이정길씨가 덧붙였다.

인터뷰/김도형 기획위원aip209@hani.co.kr


-나가수가 국카스텐 덕을 본 건가요, 아니면 국카스텐이 나가수 덕을 본 건 가요?

“(하현우 이하 하) 나가수도 저희 덕을 봤죠. 그런데 저희가 더 큰 덕을 봤죠. 앞으로 6년 이상 걸릴지도 모를 시간이 단축된 것 같아요.”

-지난 18일 나가수의 ‘슈퍼디셈버 2112년 가왕전 개막식’에서 국카스텐의 <매니큐어>방송을 보는데 처음과 중간 간주 부분에 인터뷰 장면 등을 담은 인서트 화면을 넣어서 음악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기도 하는 등 아쉬움도 있는 것 같아요.

“(하) 모든 게 완벽할 수 없더라구요. 저희끼리 기획하고 준비한다고 해도 어설퍼요. 저희 음악에 대해 잘 모르는 방송국에서 합이 맞아서 잘 돌아갈 것이라고 기대는 안 해요. 그래도 그 정도로 될 수 있다는 것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방송에 나오는 게 내가 기른 콩나물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콩나물에 수많은 물을 뿌리면 물이 다 빠져나가는데 어느새 자라 있잖아요. 우리는 인디 신에서 수많은 도전도 해보고 실험해봤는데 방송이라는 것은 실험과 도전, 모험을 하면 안 되더라구요.

가사가 난해하다고 하지만
이미지 강한 시로 보면 쉬워
거기에 음악을 입히고나면
색깔이 직관적으로 전해져

-요컨대 나가수 미션곡 수행과정에서 자신들이 길러온 콩나물의 힘을 최대한 활용하는 건가요

“(하) 그 이상 밖으로 나가는 것은 무척 위험한 것이고요. 노래도 그래요. 한 시간 짜리 공연하면 그 안에 음 이탈도 몇십 번 날 수 있고, 연주도 실수할 수 있지만, 방송은 3분 동안 완벽하게 보여줘야 해요. 음 이탈도 안 되고 기타를 살짝만 잘 못쳐도 안 되거든요. 방송이라는 특수성의 압박감도 상당해요.”

-나가수 방송을 보면 약간 뻔뻔한 포즈도 취하고, 자신감도 감추지 않고 상당히 드러내던데 처음 방송에 고정 출연한 것치고 잘 적응하는 것같습니다. 그게 자연스러운 것인가요?

“(하)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거예요. 제가 더 심한 말도 했는데 잘 편집해준 게 감사해요. 저는 방송도 편하게 해요. 너무 편하게 해서 ‘내가 왜 그랬지’라는 생각도 들고요(웃음).”

-나가수 무대에 대한 공포는 없나요?

“(하)10년 동안 해왔던 자리에서 느낄 수 없었던 경험을 나가수 무대에서 다 느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영어를 진짜 싫어해요. 증오해요(웃음). 그런데 팝송(<더 새디스티트 씽>)으로 경연을 했어요. 외국인 앞에서 영어로 노래를 부르고 버튼을 부르게 하는 것인데 무대에서 처음으로 다리를 떨었어요. 그런 것도 저희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경험이에요.

그리고 일주일 안에 곡을 만들어야 하는데 어떻게 보면 뮤지션에게 모욕이지만 나가수하면서 곡을 만드는 속도나, 곡의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할 수 있는 절제력을 배울 수 있었어요. 일주일에 곡을 만들려면 이것저것 할 수 없고 10년 동안 해왔던 것으로 한방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거예요. 작곡가 하광훈 선생님이라고 제2의 멤버 편곡 작업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그분 아니었더라면 떨어지지 않았을까요? 정신적으로 압박감으로 젊은 것을 잃어버린 것을 빼고 나가수에서 모든 것을 얻었어요(웃음).”

-기존 곡을 부르는 나가수 방식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요?

“(하) 저는 아쉬움은 없어요. 저희 노래로 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기존의 노래를 편곡해서 부르는 것에 개인적으로 더 의미를 둡니다. 실제로 공연장에서 청중평가단이 아는 노래가 나와서 즐기는 모습을 보면 생각이 달라져요. 그들에게 친숙한 노래를 우리 색깔로 들려주는 게 재미있구요. 나가수 평생 할 것도 아니고 이벤트이거든요. 저희들은 즐기고 있어요.”

-현장 평가단의 평가 방식에 대해서는 어떤가요?

“(하) 재밌어요. 대중들의 평가는 정확하더라구요. 제가 생각한 것과 다를 바 없어요.” “(이정길 이하 이) 재미있는 것 중 하나가 ‘듣보잡’ 밴드였는데 갑자기 나타나 초토화시킨 거예요.”

-6월 나가수 첫 등장에서 부른 <한잔의 추억>으로 무대를 뒤집어놓으면서 1등을 했는데요. 시작하기 전과 후에 어떤 느낌이었나요.

“(하) 사람들이 좋아할 줄 알았어요. 나가수 나가기 전부터 출연하면 좋아할 줄 알았어요. 나가기 전에 나가수 무대를 많이 봤는데 감이 오더라구요”

도레미파솔라시도에서
모든게 이뤄지는 멜로디속
‘낯선 놀라움’ 찾으려 애써
그것이 없다면 뻔하게 돼

-1등하고 나서 사람들 반응 어땠어요?

“(하) 사람들이 많이 놀라더라구요. 너희들이 그렇게 될 줄 알았다는 사람도 많았고, 너희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었느냐는 사람도 있었구요.” “(이) 몇년 동안 연락 안하던 친구가 전화하고, 집은 월드컵 분위기였어요(웃음).”

-가왕전에 돌입했는데 솔직하게 최종 목표가 뭔가요?

“네. 가왕이 되는 게 최종목표예요(일동 웃음). 더 솔직히 말하면 계속 살아남는 게 목표예요. 제가 볼 때면 잘하면 안 떨어질 것 같아요.”

-그 자신감은 무엇인가요?

“(하) 저 원래 그런 게 있었어요. 20살 때, 아무 것도 모를 때도 제가 음악 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저는 소리도 타고 났지만 고등학교 때 피를 토해가면서 진짜 많이 불렀어요. 고교 친구들이 미안하다고 하더라구요. ‘네가 그렇게 잘 될 줄 알았다면 교실에서 노래하지 못하게 하지않았을텐데…’라구요(웃음).”

-12월30~31일 연말 공연 계획중인데 어떤 것을 보여줄 것인가요

“(하) 미디어 아티스트와 합을 맞추고, 새로운 회사에서 장비 지원을 많이 해주어서 그전보다 할 수 있는 표현을 더 잘할 수 있게 됐어요. 사실 계획에 없던 공연인데 나가수 했던 노래 조금 보여주고, 기존의 노래 보여줄 예정입니다. 정규앨범 늦어지면서 팬들이 목말라하는 것 같아서 가볍게 연말에 새해를 맞는 가벼운 기분으로 준비했는데 하다보니 커져버렸습니다. 보여줄 것 다 보여주자는 생각입니다.”

-2집 정규 앨범은 언제쯤 나오나요. 1집 앨범 이후 시간이 많이 지나 기다리는 팬들이 많은데요.

“(하) 내년쯤이에요. 사실 곡도 8~9곡 만들어 놓았어요. 녹음도 계속하고 있었구요. 나가수 하면서 정체성 변화도 일어나기도 하고, 시각도 변화했어요. 저희들이 ‘너무 욕심을 많이 냈구나’ 해서 바꿔야 할 것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구요. 정규앨범 전에 미니 앨범은 빠른 시일 안에 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2집에서도 지금까지 기조 유지하는 건가요.

“(하) 예. 저희 것이 무엇이라고 단정짓기는 힘들지만, 보이지 않는, 말로 설명하기 힘든 기운이 있어요. 저희가 표현할 수 있는. 그것은 끝까지 유지하면서 몸은 그대로인데 옷은 이것저것 갈아입는 느낌으로 할 거예요.”

-어느 방송 인터뷰에서 1집보다 더 난해하고 전위적으로 해보고 싶다고 했는데요.

“(하) 최근 나가수 출연하면서 싱글 형식으로 발표한 노래나 저희가 만든 <올림픽송>도 대중들을 고려하지 않은 노래 만들었는데요. 나가수 나올 때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더라구요. ‘이러다가 어떻게 되는 것 아니냐’고. 그런데 우리가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몇번 보여주었어요. 아무말 안하더라구요.”

-애초 활동했던 작은 기획사에서 현재 큰 소속사(예당)로 옮길 때 일부 팬들은 배신감을 드러내기 했는데요.

(하) 배신감을 따진다면 저희들이 더 커요. 배심감이라는 것을 함부로 드러내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경솔할 수 있어요. 팬들은 항상 감사한 마음이고, 저희에게 힘내서 음악 할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하지만 팬이라는 이유로 하나만으로 잘 모르면서 배신감을 드러내는 것은 경솔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부 평론가들은 인디음악 활성화 문제를 이야기하는데 그분들은 명분을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저희들에 얼마나 관심이 있었는지 묻고 싶어요. 저희는 뮤지션이지만 그 이전에 삶을 살아가는 한 인간이거든요. 그 안에서 겪어서 안될 것을 많이 겪었고요. 저희는 딱 믿는 사람은 네명이에요. 아는 사람도 이해하는 사람도 없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선택한 것은 백번 옳다고 생각해요. 누구보다 고민한 것은 당사자들이고요. 그렇지만 지금 저희들은 행복해요. 회사에서 저희한테 많이 해주려고 하고요”

“(전규호)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저희 입장이었으면 저희와 똑같은 선택했을 거에요. 그 입장이 아니니까.”

“(이) 제가 볼 때 배신감보다는 염려하신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왜냐하면 작은 데서 큰데로 옮기면서 우리가 음악적으로 변질될되지 않을까 하는…. 나가수 무대에서 저희 색깔을 입히면서 그런 말들이 사라졌어요.”

“(한) 궁금한 게 염려하는 글들을 진짜 많이 봤어요. 염려가 된데요. 그런데 그전보다 더 극적으로 가는 음악을 더 많이 들려주었어요. 그런데 평론가들은 다 어디 갔는지 모르겠어요. 칭찬이라고 해주던지….”

-국카스텐이 추구하는 음악세계는 무엇일까요. 록그룹, 인디밴드, 싸이키델릭한 음악을 추구하는 개성적 그룹이라고 쉽게 분류는 할 순 있으나 한마디로 쉽게 규정하기 힘든 것 같습니다.

“(하) 저희 국카스텐 음악은 지극히 개인적이면서 항상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그런 음악이고요. 그리고 형식적인 면에서는 사실 장르를 가르지 않고 항상 섭취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전반적인 음악의 뿌리가 되는 것은 언제나 싸이키델릭한 느낌과, 부드러운 음악을 하든, 신나는 음악을 하든 그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섬세하고 정확하고 치열하고 끄집어내려고 하는 그런 음악입니다.”

국카스텐 멤버들, 22일 오후 한겨레 본사. 박종식 기자
국카스텐 멤버들, 22일 오후 한겨레 본사. 박종식 기자

10년동안 느끼지 못한 경험
나가수 무대에서 다 느껴
영어 진짜 싫은데 팝송 선곡
공연때 처음으로 다리 ‘후들’

하현우씨의 진지한 설명이 끝나자 일동 웃음이 터지고 전규호씨는 “뭔가 복잡하다”고 했다. 그러자 이정길씨가 한마디 보탰다.

“이 친구는 내부적인 이야기를 한 것이고요. 록 기반으로 하면서 재즈 블루스, 힙합 부분까지 저희 색깔로 표현하고자 합니다.”

실제 국카스텐 음악은 실로 다양한 장르게 걸쳐있다. <붉은 밭>의 어쿠스틱 버전에서는 스패니시 음악냄새가 나고, <파우스트> 마지막 부분에서는 재즈 기타 리프가 이어진다.

-국카스텐이 추구하는 사이키델릭 음악은 어떤 것입니까?

“(하) 비현실적인 것이죠. 일상적으로 느낄 수 없는 감정이나 기운. 그런 게 사이키델릭이죠. 형태가 없어지거나 바뀌는 거죠.”

-외국의 경우 그것을 극단적으로 추구할 경우 엘에스디(LSD) 같은 약물을 복용하기도 하는데요.

“(하) 사실 그런 금지된 것이 합법적인 나라였다면 저희 음악이 더 멋진 음악이 됐을 거예요. 그게 너무 안타까워요” “(이) 위험해(웃음)” “(하) 난 그래도 떳떳해!”

-국카스텐 노래 가사를 보면 기괴하고 난해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현우씨가 주로 작사를 썼는데 책에서 얻는 영감을 바탕으로 하거나 꿈을 꾼 내용을 가사로 옮긴 경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서정적 내용을 위주로 하는 다른 가수들의 가사를 쓰는 과정과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하) 꿈은 많이 꾸고요, 책은 시간이 되는대로 항상 읽으려고 해요. 그리고 저 주변에는 현명한 사람이 별로 없어서요(일동 웃음), 제가 의지할 것은 그것밖에 없었어요. 책은 작가가 공을 들여 쓴 거잖아요. 책을 읽을 땐 작가와 대화를 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이 사람이 나에게 좋은 이야기 해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룹명도 독일어에서 유래했지만 괴테나 프로이트 등의 작품을 모티브로 해서 작사한 곡이 많은 것을 보면 독일 작가의 책을 많이 읽나 봐요?

“(하) 사실 다른나라 책들도 다양하게 읽고 싶은데 우리나라에는 그렇게 깊게 향유할 수 있는 책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많지 않은 것같아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읽고 있는 책들을 저도 읽는 것 같아요.”

-다른 멤버들은 어떤가요?

“(이) 저도 읽으려고 노력해요. 시간이 있을 때마다” “(전) 저는 책을 전혀 안 읽어요. 세 페이지 읽으면 자요. 요즘은 아이티 기계에 빠져서 그런 것 검색하고 다녀요. ” “(김기범) 몇년 전부터 저도 읽으려고 하는데 노력만 하고 있습니다. 노력하는 건실한 청년입니다(웃음)”

-곡 만들기 작업에 대해 여쭤보고 싶습니다. 현우씨가 쓴 가사에 대해 멤버들이 공감합니까?

“(이) 가사가 난해하고 그로테스크하다고 이야기하는데, 처음 보면 쉽게 오지 않지만 이것을 시라고 생각하면, 이미지적으로 생각하면 쉽거든요. 거기에 음악을 만들면 음악으로서 이해가 더 빨리 되기 때문에 이미지 냄새 색깔이 직관적으로 전해집니다. 사실 이해 안해도 돼요”

-자칫하면 곡하고 노래하고 따로 놀기 쉬운데….

“(하) 곡을 만들 때 낯선 느낌이 들지만, 들으면 되게 좋게 들리도록 노력을 많이 해요. 거기에 가사가 한몫을 하는 것 같아요.”

작사는 하현우씨가 주로 쓰지만, 작곡은 멤버 모두가 합주를 통해 의견 교환을 해서 공동 작업을 한다고 한다.

-기타를 통한 멜로디 라인은 국카스텐만의 독자성 개별성이 돋보이는 것 같습니다.

“(전) 거울 같은 경우는 되게 재미있게 만들어졌어요. 밴드 시작하기 전에 제일 많이 만들어졌어요. 새벽에 트로트 방송 나오는 것을 보고 ‘트로트 한번 만들어보자, 한번 놀아볼까’ 하는 생각에서 하다가 만들어졌어요.”

-팬들은 어느 층이라고 생각하나요.

“(이) 10~20대 뿐아니라 40~50대팬도 많아요. 60년대 도어스의 짐 모리슨이나 지미 핸드릭스, 우리나라 들국화 장사익 김광석의 감성이 묻어있어서 좋아하는 것 같아요. 짐 모리슨의 세기말적이고 염세적인 가사 등 그 시대에 굉장히 매력이 있잖아요. 그런 감성을 가지고 있어서 좋아하는 것 같아요.”

-가사를 보면 딱 떨어지는 서사 구조가 있는 게 아니라 추상적인 느낌이나 내면의 불안을 담은 곡이 많은데 그러다보니 사람들로부터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하) 저도 저의 가사를 보면서 약간 거부감 같은 게 있어요. 자연스럽지 못해서요. 저는 그림을 좋아해도 피카소 같은 그림을 좋아해요. 왜곡돼 있는 것들에 많이 매력을 느끼는데 제가 스스로 왜곡돼 있어서요. 저는 그것을 표현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피카소의 <파이프를 든 남자>를 보면 파이프를 든 남자 같긴 한데 절대 사람같지 않은 그림이잖아요. 그런데 전세계 사람들이 그런 그림에 열광을 하잖아요. 뭔지도 모르는데도 열광하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미지적으로 분열돼 있고, 잘못돼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그것이 자기 자신과 닮아있다고 느끼는 거죠. 저도 그렇게 쓰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대중에게 결코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노랫말인데 반해 공연을 본 대중들이 확 빨려들어가는 것은 무엇인가요?

“(하) 우리가 버릇처럼 느끼고 알고 있는 표현 방식이나 표현 방법이 너무 적응이 되고 익숙해져서 별다른 감흥을 얻지 못하는 것같아요. 그래서 내안에 있는 디테일한 감성들을 그전의 표현방식대로 한다면 이것을 온전히 표현 못할 것은 같은 거에요. 나조차 낯설게 오묘하게 느끼는 것을 그나마 가깝게 표현하려고 그 방식을 선택한 거에요. 음악도 마찬가지에요. 도레미파솔라시도에서 모든 게 이뤄지는 멜로디마저도 오묘한 감정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낯설게 하면서 사람들이 최대한 낯설게만 들리지 않게 해야 하는 것같아요. 그래야 그게 놀라움으로 들릴 것 같아요. 그것이 없으면 뻔하게 되어요. 놀라움마저도 낯선 놀라움은 우리가 합주를 하면서도 최대한 신경을 쓰는 부분이에요.”

-그게 내공이 없으면 안 되는건데…. 2000년부터 음악활동했는데 지금 음악이 그때에 뿌리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과거 12년 동안 시행착오의 결과인가요?

“(하) 우리는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어요. 의견 차이는 지금도 있습니다. 과거만큼 심하지 않은 것 같고요.”

-전규호씨가 어느 인터뷰에서 처음 현재 멤버들과 만났을 때 실력이 형편없어 그냥 돌아갔다고 하던데요…. “(전) 8마디가 합주가 안됐어요. 2001년말이었어요. 그때 문제였던 게 말을 거창하게 써놓은 거예요. 장비 30㎏를 매고 안산 합주실까지 찾아갔는데 그때 정말 실망이 커서 그냥 돌아왔어요.”

-현우씨 노래듣고 어떤 느낌이었나요?

“(전) 처음에는 현우가 노래 잘하는지 몰랐는데 노래방에 같이 갔는데 노래방에서 이런 소리가 나오는구나, 잘한다고 생각했죠.”

-규호씨의 기타 기타실력은 어땠어요?

“(전) 그때가 기술적으로 더 좋았어요. 지금은 관절도 아프고…(일동 웃음). 속주 위주로 트레이닝을 했죠. 그때의 잔재가 남아서 유지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이) 이형은 곡 부분부분마다 테크닉이 나와요. 저도 드럼 실력이 늘었지만,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은 예전의 에너지인 것같아요. 그것 때문에 관객들이 호응을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낯섦과 신선함은 종이 한장 차이잖아요. 관객들이 낯설어 하는 것을 신선한 것으로 이끄는 것이 가장 큰 힘이 우리 안의 에너지라고 생각해요.”

-2000년도 정길씨가 대전의 같은 대학 미대에 다니던 하현우씨에게 음악하자고 말 건 것을 계기로 국카스텐의 모태가 탄생했는데요. 그때 말을 걸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까요?

“(이) 그때 학교 동아리 그룹의 보컬 자리가 비어 있었는데 학교에서 지나가는 이 친구가 되게 멋있었어요. 그래서 말을 걸었죠.”

-현우씨의 느낌은 어땠어요?

“저한테 돈 달랄 줄 알았아요(일동 웃음). 입은 옷이 불쌍했어요. 이 친구가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는데 얼굴에 묻히고 먹는 거예요. 신발도 2천원짜리 신은 채. 나 돈이 없어서 어쩌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갑자기 ‘음악 좋아하냐’고 해서 얘는 뭘까 하다 ‘좋아하는데요’ 대답하고 음악을 같이하게 됐어요. 이 친구는 남자 여자할 것 없이 헌팅을 잘해요. 분명한 것은 이 친구는 저를 안 만나서 음악을 안했다면 이 친구는 지금 바텐더하고 있었을 거예요(일동 웃음).”

음악만으론 생활 힘들어
중국집·섬유공장 일도 해
삶에 대한 내공 생겼지만
‘우회’한 시간이 아깝기도

-베이스 주자인 김기범씨가 2007년 맨 마지막에 참가했는데요?

“(하) 그전에 베이스가 없어서 엠알(MR) 틀어놓고 공연했어요. 이 친구가 고등학교 때부터 알던 동생인데요. 고등학교 때 공연하는 것보니까 모션도 크고 참 멋있는 것을 알더라구요. 어릴 땐 음악성보다 멋있는 게 중요해요. 김경호 밴드하면서 세션활동도 하고 기본적으로 실력도 좋고 길이도 길고…(웃음). 세명은 어둡고 칙칙하고 극단적인데 이 친구가 합류하면서 사람 집단으로 변했어요.”

-과거 많은 고생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시간당 2천원짜리 음악학원 총무도 하고 막노동하고 그랬다면서요?

“(하) 23살 때 안산 와이엠시에이(YMCA)를 제가 같이 만들었죠. 교회 십자가 땜질도 하고요. 저는 사실 어릴 때부터 일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은 있었어요. 어머니도 중학생이 되니까 ‘너는 일을 해야 한다’고 했어요. 제가 남들보다 고생했다고 생각은 안 해요. 솔직히 어릴 때 그런 것은 아무리 힘들어도 재밌어요. 대부분 열심히 하는 사람은 되게 치열하게 열심히 살아요. 저희들도 치열하게 살았다고 하더라도 저희보다 말도 안되게 살며 음악 하는 사람도 많아요. 조금만 더 시간적·물질적 여유가 있었다면 더 빠른 시간 안에 잘될 수도 있을텐데 하는 마음이 있어요. 23살 때 일하다가 공업용 전류에 감전된 적이 있어요. 그때 내가 감전돼서 죽었다면 나는 유리섬유 공장에서 5만원을 위해 죽은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고생한 게 중요한 것 같지는 않아요. 주변에 더 힘들게 사는 사람들 너무 많아서….”

“(이) 저는 20살 때 한겨울 짜장면 배달도 했고, 염색공장도 다녔구요. 배고픈 과거의 삶은 크게 비참하게 생각은 안했어요. 삶에 대한 내공은 더 생겼지만 음악적으로는 되게 우회적으로 돌아가서 아깝더라구요. 음악 하는 사람들은 항상 악기가 손에 있어야 바람직한데 쟁반이 있고 삽이 있고 해서 요즘 되게 아쉽더라구요.”

-생계를 위한 노동은 언제까지 했나요?

“(하) 24살 때까진 그러다가 군대 갔다와서도 했어요. 국카스텐 하면서도 일은 조금 했어요.”

“ (이) 제대 뒤엔 음악학교 레슨 했는데 그것도 행복한 일이죠. 자격증도 없는데. 드럼 하는 입장에서 공간적 제약이 많아 합주실이라는 걸 너무 갖고 싶었는데 처음으로 가진 게 2010년도였어요. 예전엔 안산에서 있었는데 지금 소속사가 양재에 마련해줘 너무 환경이 좋아졌어요. 예전에 힘들 때는 핑계 댈 수 있었고 저한테 게을러질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렇지 못하면 제가 바보가 되잖아요. 과거 시간에 쫓겨서 하지 못한 아쉬움도 있어 과거보다 열심히 하고 있어요.”

-여러 번 같이 하던 밴드를 해체했다가 다시 모이게 된 계기는?

“(전) 제가 고향에서 포장마차를 하려는데 정길이가 놀러왔어요. 한번 더 해보고 싶은 의향 있다고 해서 다시 의기투합했어요. 현우도 하고 싶어했구요. 저도 10년 동안 뭔가 해오긴 했지만 결과물이 없는 거에요. 상상했던 꿈들이 이뤄진 게 하나도 없이 막일만 했어요. 한번 더 해보고 싶은 욕망이 있었어요.”

“(하) 군대에서 운동은 안 하고 생각을 많이 했어요. 군대에서 사회 있을 때보다 몇십 배의 책을 읽었어요. 그때 국카스텐 음악의 토대를 만들었죠.”

-혹시 가사 때문에 방송에서 문제가 된 경우 없었나요?

“(하) <꼬리>라는 노래에 ‘절름발이가 되어버렸네’ 라는 구절이 장애인 비하라고 해서 문제가 된 적이 있어요.”

“(전) 가비얼도 있잖아. 가사를 이해 못하겠다고 해서 방송 못나갔어요.”

<가비얼>은 하현우씨가 꿈속에 만난 악어를 모티브로 곡을 만들었다.

하씨는 “악어를 묘사한다고 그게 위험해 보였나봐요. 웃기지도 않아요”라고 말했다.

-어떤 팬은 국카스텐 가사를 일러 정신질환자나 재소자들의 음악을 표현하는 아웃사이더 아트에 빗댄 적이 있는데요?

“(이) 메이저, 마이너 음악 나누는 게 웃기는 것 같아요. 저희는 기쁨과 슬픔을 표현해보고 싶고, 보통 대하기 힘든 심연을 표현하고 싶을 뿐입니다.”

“(하) 그런 평가에 대해 한편으로 이해되기도 해요. 너무 바닥까지 가는 음악에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모두가 받아들일 수 없거든요. 그렇지만 우리가 항상 생각하는 것은 어두운 것을 단순히 어둡게 표현하지 않으려고 해요. 충분히 매력적으로 느낄수 있도록 표현하려고 해요. 왜냐하면 저도 거부감을 느낄 때가 있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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