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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독재 질식 시대’의 소리에 답했던 거리의 신부님

등록 2013-12-06 19:28수정 2013-12-06 20:38

[토요판] 세상의 모든 영상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인물을 말하다-지학순 주교’
http://goo.gl/nPVd8T

한국 현대사에서 지학순(1921~1993) 주교는 교회의 사회 참여라는 화두를 던진 인물로 기록된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kdemo.or.kr)가 만든 ‘인물을 말하다-지학순 주교’ 영상은 그의 삶을 담담하게 증언한다.

1952년 사제서품을 받은 지 주교는 1965년 원주교구가 서울교구에서 분리되면서 초대 주교를 맡았다. 당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에 따라 ‘아조르나멘토’(aggiornamento)라 불리는 교회 개혁운동이 한창이던 시절이었다. ‘세상을 향해 열린 교회, 세상의 소리에 답하는 교회’, 바티칸 공의회 정신은 지 주교 사목 생활의 나침반이었다.

유신 독재시대에 지 주교는 가난한 교구민을 구제하는 일에 앞장섰다. 광부들을 위한 신용협동조합을 만들었고, 농촌과 어촌에 생산자 협동조합의 씨앗을 뿌렸다. 그에게 가난한 사람들이 있는 현장이 곧 교회였다.

지 주교는 가난한 자를 등지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불의한 독재권력을 용서할 수 없었다. 민주주의가 짓밟히고 국민이 얻어맞을 때 교회는 앞장서 고난의 십자가를 짊어졌다.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것이 하느님의 나라”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싸우는 신부, 거리의 신부가 되었다. 1971년 부정부패에 항의하는 시위가 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원주교구에서 열렸다.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민주 인사들이 수난을 당할 때는 양심선언으로 맞섰다. “유신헌법은 진리에 반하고, 민주헌정을 배신적으로 파괴해 조작된 것이기 때문에 무효다.” 독재정권은 지 주교를 감옥에 가두었다. 전국적으로 지 주교 석방운동이 들불처럼 번졌다. 이를 계기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출범했다. 지 주교는 이후 인권과 민주화, 사회복지 운동에 평생을 바쳤다. 지친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교회와 세상을 이어주는 한줄기 빛으로 살았다.

2013년 겨울, ‘지학순 정신’을 이어받은 사제들이 ‘불의한 권력’에 맞서 다시 차가운 거리로 나서고 있다. 후보 시절, 지 주교의 묘소를 참배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사제들을 향해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 주교가 꿈꿨던 하느님의 나라는 아직 어둠 속에서 헤매고 있다. 박종찬 <한겨레티브이>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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