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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인간의 둥지’에 한계는 없다

등록 2013-12-20 19:32

이반 반(38)과 테드 영상 (TEDxNewyork 2013)
이반 반(38)과 테드 영상 (TEDxNewyork 2013)
[토요판] 세상의 모든 영상
<테드>, 이반 반 ‘예상치 못한 곳의 기발한 집들’
http://goo.gl/Jk1RSq
이반 반(38)은 네덜란드 출신 건축 사진가다. 그의 사진은 건축물이 아니라 사람에 포커스를 맞춘다. 이반 반은 건축물을 찾아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서 건축가가 아닌 사람들이 창조해낸 ‘기발한 집들’을 만났다. 그의 테드 영상(TEDxNewyork 2013)은 그에 관한 이야기다.

이반 반이 가장 흥미롭게 관찰한 곳은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토레 다비드’다. 카라카스는 시민 70%가 산동네에 산다. 살림집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도시의 한복판에는 45층짜리 빌딩이 유령처럼 서 있었다. 이 빌딩은 1990년대 초 베네수엘라 경제 붕괴와 건물 주인의 죽음이 겹쳐 뼈대만 남은 채로 공사가 멈췄다. 그런데 8년 전부터 버려진 건물에 사람들이 이사를 오기 시작했다. 짓다 만 건물 기둥 사이에 작은 집들이 들어찼다. 처음 이사를 올 때 천으로 자기 집을 표시하던 사람들은 버려진 건설 자재로 천장을 올렸다.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식료품점 등 서비스업이 생겨났고, 교회도 문을 열었다. 창조적인 무단 점거자들은 ‘방치된 거인’에게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

나이지리아 라고스의 마코코는 ‘물 위에 떠 있는 슬럼’이라고 불린다. 겉보기에는 호수 위에 판잣집들이 무질서하게 널려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위에서 내려다보면 마을 한가운데 부두를 중심으로 물길이 모든 집을 실핏줄처럼 이어준다. 상인들은 나무로 만든 카누를 타고 생필품과 먹을거리를 판다. 주민들은 육지와 다름없이 영화관이나 이발관, 사진관을 찾는다. 마을 한복판에 자리잡은 3층짜리 물 위의 학교는 수업이 끝나면 어부들이 그물을 고치는 마을 공동 작업장으로 변신하고, 회의와 축제를 여는 광장이 된다. 15만명이 넘는 주민들은 물 위의 생활 방식에 적응하면서 끊임없이 마을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반 반은 이밖에도 이집트 카이로의 넝마공동체 ‘자발린’과 중국 산시성의 동굴 주택 ‘야오둥’을 소개하면서 인간이 거주하고 일하고 노는 공간을 어떻게 창조적으로 만들어가는지를 소개한다. 이반 반은 “대규모 주택개발사업은 틀로 찍어낸 듯 똑같은 집을 수많은 사람에게 제공한다. 하지만 하나같이 똑같은 집들은 개개인의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똑같음이라는 전염병이 창의성이라는 인간 본성의 즐거움을 죽이고 있다는 것이다.

박종찬 <한겨레티브이>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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