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균(34)
‘응사’로 연기인생 3막 연 김성균
23살 연극 데뷔·서른 넘어 영화 진출
‘삼천포’ 뜬 뒤 광고 9개나 찍어
“배역과 함께 늙어가고 싶습니다”
23살 연극 데뷔·서른 넘어 영화 진출
‘삼천포’ 뜬 뒤 광고 9개나 찍어
“배역과 함께 늙어가고 싶습니다”
연기 인생은 연극으로 열었다. 고등학교 연극반과 교회 성극반 활동으로 연기의 맛을 알았다. 정식으로 무대에 데뷔한 것은 23살 때로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줄리엣 오빠 ‘티볼트’ 역을 했다. 첫 무대였지만 반응은 꽤 좋았다고 한다. “연극 무대는 칼날 위에 서는 것 같아요. 관객이 카메라가 되는 셈이니 항상 긴장되죠. 연습이 덜 되면 등골이 오싹해지기도 하는데 그게 무대에서 살아 있게 만드는 힘 같아요.”
김성균(34)이 진짜 카메라 앞에 서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11년 <범죄와의 전쟁>을 찍었다. 연기 인생 2막의 시작이었다. 서른 살이 넘어 연극에서 영화의 범주로 넘어왔으니 늦은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최근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난 그는 “빠른 것”이라고 했다. “기본적으로 연기를 하는 행위는 똑같은 것 같아요. 그런데 카메라 앞에 선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몰라서 하루하루 배움의 터였죠. (하)정우 형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살아있네’를 말하는데, 연극하듯 고음으로 ‘살아있네’를 외치기도 하고. 영화는 속삭이듯 말해도 되는데 몰랐던 거죠. 마이크 설치된 곳에 입을 갖다 대 말하기도 했고, 풀샷이어서 저는 점으로만 보이는데 온 힘을 다해 연기하고 있고, 주연 배우 클로즈업 잡았는데 저는 옆에서 막 연기하고 있고….”
그래도 <범죄와의 전쟁>으로 대종상 신인연기상을 받았다. 진심이 담긴 연기가 통했던 거다. 뒤이어 <박수건달>, <이웃사람>(이상 2012년), <은밀하게 위대하게>, <화이>(이상 2013년)에 차례로 얼굴을 보였다. 특히 <이웃사람>의 연쇄살인마 역은 강렬한 잔상을 남겼다. “연기자로서 능력은 많지 않기 때문에 작품을 만나면 열심히 캐릭터 분석을 해요. 그 인물이 관객들에게 설득력을 가지게끔 고민하죠. 잔머리를 굴리면서 연기하고 싶진 않아요.”
연기 인생 3막의 첫 장은 <응답하라 1994>(<응사>·티브이엔)의 ‘삼천포’가 열어줬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스비에스)에서 형사로 특별출연했지만, 드라마 고정 배역은 ‘삼천포’가 처음이다. 파릇파릇한 대학생 역이어서 처음 캐스팅 제의가 왔을 때는 당황스러웠다. 캠퍼스 커플 연기를 해야 했던 도희와는 실제로 14살 차이가 난다.
“대학생 역이 재밌을 것 같기는 했는데 영화에서 살인마였고, 깡패였고, 또 노안이어서 걱정이 많았어요. 북한군으로 나오는 영화 <용의자> 개봉 시기와도 겹쳤고요. 시청자들이 거부감만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어느 순간 ‘삼천포’로 봐주시더라고요. <용의자> 첫 등장 때 심각한 상황인데도 관객들이 웃으셨대요. 삼천포 힘이 그만큼 셌던 거죠.” 변화무쌍한 삼천포의 표정 연기는 대본에 ‘얄미운 표정’, ‘서운한 표정’ 등등으로 정확히 쓰여 있어 그리 힘들지 않았단다. 머리숱이 적어 가발은 써야 했지만 말이다.
방송은 연극·영화와는 또 다른 무대였을 터.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현장이 재밌기도 했지만, 연습이나 준비 시간이 부족하기는 했다. “더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는데 화면을 보니까 오히려 더 안 찍은 게 다행이다 싶은 장면이 있기도 했고요, 드라마에서는 거의 날것 같은 연기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큰 내공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는 <응사> 막판에는 촬영 일정이 빡빡해 “다들 좀비가 됐다”며 웃었다.
‘포블리’로 불린 삼천포의 인기 덕에 찍은 광고가 9개다. 귀여운 아역 연기자와 함께 광고에 출연한 핫초코는 매출이 많이 올랐다고 한다. 남들보다 조금 늦게 대중에게 알려졌지만 그는 모든 게 감사할 따름이다. “저는 행운의 사나이라고 생각해요. 늘 그렇게 생각하면서 살고 있죠.” 차기작은 영화가 될 듯하다. “요란스럽지 않게 묵묵하게 제 길을 가고 싶어요. 연기자가 연기하는 것은 이슈가 아닌 당연한 일이니까요. 어떤 역을 맡든 최선을 다하고 배역과 함께 늙어가고 싶습니다.” 곧 또 다른 캐릭터를 입게 되는 김성균은 ‘삼천포’에게 어떤 말로 이별을 고할까? “(삼)천포야, 너 때문에 많이 웃고 많이 울었다. 좋은 추억을 만들어줘서 고맙다. 그리고 넌 참 멋진 놈이야.” 그도 참 멋진 연기자다.
글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사진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