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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캐시 ‘마지막 사진-뉴욕’
이반 캐시 ‘마지막 사진-뉴욕’
“당신이 휴대폰에 저장한 마지막 사진은 뭔가요?”
미국 청년 이반 캐시가 뉴욕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물었다. 카메라는 물끄러미 그들을 응시할 뿐이다. 한 남자는 어그부츠와 반지 사진을 내밀었다. “크리스마스에 아내에게 선물했는데, 아내가 행복해했다.” 빨간 머리에 선글라스를 낀 여자는 “오늘 아침 내 고양이 박스를 찍었다. 내 친구가 고양이 똥 사진을 보내서 나도 똑같이 보내줬다”며 웃었다. 수염이 덥수룩한 젊은 남자는 주말 온천에서 목욕 가운을 입고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서 랩을 주절거렸다. “당신도 알지, 우린 주말을 위해 살잖아!” 노년의 신사는 200개가 넘는 구름 사진을 내밀면서 “이 도시의 한 조각이라는 영감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사람들의 휴대폰에는 상상할 수 없는 다양한 사진이 들어 있었다. 술 취한 밤 벌거벗고 기타를 치는 청년, 아이에게 뽀뽀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엄마, 창밖을 보려고 의자 위에 올라간 소녀, 공사 현장의 안전용 사다리, 치유를 위해 그린 문신, 망가진 케이크, 이모티콘, 반려동물, 여자친구, 셀카….
영상을 제작한 캐시는 누리집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창작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고 ‘쌍방향(인터랙티브) 예술가’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사람과 소통을 주제로 한 영상 작업에 관심이 많다. 캐시는 “카페에서 사람들이 휴대폰에 빠져 있는 것을 보고, 그들에게 말을 걸고 싶어서 이 프로젝트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캐시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해 로스앤젤레스와 뉴욕에서도 같은 형식으로 영상을 만들어 누리집에 공개했다. 캐시는 “꾸밈이 없고, 걸러지지 않은 본질적인 것이 마지막 사진이다. 사람들의 이야기에 푹 빠졌다”고 말했다.
캐시의 영상을 본 누리꾼들의 반응은 뜨겁다. “제 휴대폰 마지막은 늘 석양이에요.” “진짜 멋진 생각이네요.” “몬트리올 버전도 보고 싶어요.” 캐시는 “사람들이 휴대폰에 빠지지 않고 서로 소통하는 세상, 더 많은 사람이 낯선 사람들에게 말을 거는 세상에 살고 싶다”고 말했다. 낯선 사람을 따뜻하게 안아준 프리허그처럼 캐시의 마지막 사진도 낯선 사람들과의 소통 방법으로 퍼질지 모를 일이다.
조소영 <한겨레티브이> 피디
azu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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