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에서 다룬 크레용팝과 마찬가지로 에이오에이(AOA·사진)도 2012년에 데뷔한 신인 걸그룹이다. 이미 시장은 포화 상태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한, 수많은 신인 아이돌 팀이 후속곡 활동 한번 못 해보고 데뷔곡 발표와 동시에 사라져가는 상황이었다. 그 와중에 에프티 아일랜드와 씨엔블루를 성공시키면서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신흥 강자로 떠오른 ‘에프엔씨’(FNC)가 작심하고 내놓은 걸그룹이 바로 에이오에이다. 멤버는 지민, 초아, 유나, 유경, 혜정, 민아, 설현, 찬미, 모두 여덟명. 완전체와 유닛활동으로 구분해서 활동하는 요즘의 트렌드에 맞춰 여덟명의 완전체는 두개의 유닛으로 나뉜다. 지민, 초아, 유나, 유경, 민아로 구성된 밴드유닛 ‘에이오에이 블랙’과 혜정, 설현, 찬미로 구성된 ‘댄스유닛 에이오에이 화이트’. 거기에 멤버 유경을 제외한 7명의 완전체 댄스유닛 에이오에이도 있다. 헷갈리는가? 그래서 이 칼럼을 쓰는 거다. 이제부터 에이오에이에 대해 공부해 보자.
에이오에이라는 이름의 뜻은 에이스 오브 에인절스(Ace Of Angels). 천사 중에서도 최고의 천사들이라는 얘기. 멤버들 각각에 천사 이름도 붙어 있다. 신인 걸그룹답게 멤버들이 모두 90년대 생이다. 심지어 팀의 막내 찬미는 96년 생. 아직도 미성년자다.
에프엔씨라는 기획사는 색깔이 분명하다. 댄스가 아닌 록에 기반한 음악을 고집한다. 에프티 아일랜드도 씨엔블루도 모두 기타, 베이스, 드럼을 직접 연주하는 밴드 형태의 팀이다. 지금은 연기자 매니지먼트는 물론이고 드라마 제작에 아카데미까지 거느린 거대 기획사로 성장했지만 에프엔씨는 원래 시작부터가 밴드 음악을 내세운 에프엔씨 뮤직이었다.
여기서 한성호 대표의 뚝심이 읽힌다. 뭐 남자 아이돌이야 밴드 체제를 접목할 수 있다. 버즈라는 좋은 모델이 있지 않은가. 게다가 록이라는 장르는 남성미를 과시하기에 적절한 장르이기도 하고. 그런데 첫 걸그룹인 에이오에이에서조차 한 대표는 밴드 체제를 고집했다. 에이오에이도 팀 안에 기타, 베이스, 드럼, 키보드가 전부 있다. 바꿔 말하면, 실제 연주가 가능한 걸그룹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에이오에이 앞에 붙는 수식어를 ‘신인’에서 ‘대세’로 교체한 계기를 만들어 준 노래는 ‘천사’와 ‘밴드’를 다 집어치우고 섹시 콘셉트를 택한 노래 ‘짧은 치마’였다. 작심한 듯 작곡부터 걸그룹 최고 히트메이커 용감한 형제에게 맡겼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콘셉트와 비주얼만 ‘섹시’를 표방했지 음악적으로는 이 노래 역시 밴드 연주를 고수하고 있다. 반주를 들어보라. 아르앤비의 비트가 아니라 소프트록의 드럼이다. 기타와 브라스, 건반 연주까지 실제 밴드 연주로 구현이 가능한 반주다. 이러니 한성호 대표의 밴드 사랑은 참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밴드 음악에 대한 고집을 단순한 집착이라고 봐서는 안 된다. 이런 일관성이 알게 모르게 그 팀의, 나아가서는 그 기획사의 색깔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물론 일반 대중은 ‘짧은 치마’를 들으면서 컴퓨터로 뽑아낸 음원인지 실제 연주에 기반한 음인지 구별하지도 못하고 신경 쓰지도 못한다. 그러나 귀를 속일 순 없다.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안다. 자세히는 모르고 들으면서도 일렉트로니카 음악에 기반한 대다수 걸그룹들과 에이오에이의 노래가 어딘가 다르다는 느낌은 가지게 되는 것이다.
간만에 보는 단단한 걸그룹이다. 실력과 외모, 든든한 기획사까지 3박자를 다 갖췄다. 무리 없이 정상권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작사, 작곡이다. 모름지기 밴드는 직접 쓴 노래를 직접 연주할 때 진짜가 된다고 생각한다. 같은 기획사의 정용화나 주니엘처럼, 에이오에이가 만든 노래를 에이오에이가 연주하는 무대를 기대한다면 지나친 바람일까?
이재익 에스비에스 피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