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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욕쟁이 엄마·진상짓 동료…‘막영애’ 8년 이끈 원년멤버 4인방

등록 2015-09-13 19:27수정 2016-05-01 23:22

‘내가 주연이다’라는 콘셉트로 포즈를 요구하니 “우리는 들러리”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더니 ‘찰칵’ 소리에 맞춰 표정부터 달라진다. <막돼먹은 영애씨>(티브이엔)의 윤서현, 김정하, 송민형, 정지순.(왼쪽부터)  당당한 표정처럼 드라마계를 뒤흔들 날이 오기를.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내가 주연이다’라는 콘셉트로 포즈를 요구하니 “우리는 들러리”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더니 ‘찰칵’ 소리에 맞춰 표정부터 달라진다. <막돼먹은 영애씨>(티브이엔)의 윤서현, 김정하, 송민형, 정지순.(왼쪽부터) 당당한 표정처럼 드라마계를 뒤흔들 날이 오기를.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조연이 주연이다 /
주연만큼 빛나는 조연들을 만난다. 첫 순서는 2007년 시작해 시즌14가 방영중인 <티브이엔>(tvN)의 장수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의 원년 멤버들이다. 이 드라마가 호평을 받은 데는 내 주변에 있을 법한 사실적인 연기로 공감을 산 조연들의 역할이 컸다.

“지순아, 아빠랑 나가서 담배 좀 피우자”는 송민형(61)의 말에 정지순(39)이 주섬주섬 따라 나선다. 송민형은 이어 도착한 윤서현(45)한테는 “아빠랑 바이크 타자”고 꼬드긴다. 정지순과 윤서현은 <막돼먹은 영애씨>(티브이엔, 월화 밤 11시)에서 송민형 딸 이영애(김현숙)의 직장 동료로 나온다. 극중에선 송민형을 ‘아버님’이라고 부른다. 그래서일까 송민형은 “아빠”라는 말이 자연스레 입에 붙었다. “8년을 나오다 보니 현실에서도 극중 호칭으로 더 많이 부르게 된다”는 세 사람은 김정하(61)가 도착하자 합창했다. “엄마 오셨네.”

시즌14가 방영중인 <막돼먹은 영애씨>의 터줏대감 송민형과 김정하, 윤서현, 정지순을 9일 서울 동교동 ‘미디어카페 후’에서 만났다. 이들은 시즌1(정지순은 시즌2)부터 각각 ‘영애 아빠’와 ‘영애 엄마’, 영애의 직장 동료인 영업부 ‘윤 과장’과 ‘정 대리’로 출연하고 있다. <막돼먹은 영애씨>는 ‘노처녀’ 이영애를 중심으로 직장인들의 애환과 30대 여성들의 삶을 그리는데, 네 사람은 실제 주변에 있을 법한 극중 캐릭터를 사실적으로 소화해내며 드라마 인기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시즌1~4를 연출했던 정환석 피디는 “영애의 주변 인물들이 연기를 잘했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영애의 고군분투기에 더 감정이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노처녀 부모 연기 송민형·김정하
‘이년아~’ 욕하며 영애 등짝 찰싹
“현숙이 엄마가 날 싫어해 상처도”

직장인 애환 대변 윤서현·정지순
“조연의 가치를 알아주는 게 기뻐
둘이 호흡 맞춰 애드리브 짜기도”

■ 영애씨 8년, 조연의 힘 이 드라마가 8년 동안 사랑받은 데는 주연 못잖은 이들 조연의 열정이 한몫했다. 이들의 지난 8년의 삶은 <막돼먹은 영애씨>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송민형은 “다른 드라마 섭외가 와도 <영애씨> 촬영 날짜와 겹치면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즌제 프로그램이라 제작진에 양해를 구하고 다른 드라마에 출연했다가 다음 시즌에 다시 참여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윤서현은 “오랫동안 함께해온 제작진에 대한 의리”라고 말했다. 원년 멤버라는 책임감과 이 드라마와 함께 늙어간 정도 있다. 시즌1 당시 윤서현은 30대 중반, 정지순은 30대 초반이었고, 송민형과 김정하는 50대 초반이었다. 정지순은 “극중 총각이었던 정 대리가 현실의 나처럼 결혼하고 애아빠가 된 과정이 파노라마처럼 녹아 있어서, 마치 내 삶을 보는 것처럼 울컥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정하는 “예전 화면을 보면 정말 많이 늙었구나, 추억의 앨범을 들추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기가 너무 사실적이다 보니, 처음에는 욕도 많이 들었다. 살만 찌고 시집도 못 가는 딸 영애한테 “이년아~”로 시작해 입에 착착 붙는 욕을 하며 등짝을 때리곤 했던 ‘영애 엄마’ 김정하는 “우리 아들한테도 욕을 해본 적이 없어서, 욕 대사가 입에 붙지 않았다”고 했다. “(주인공) 현숙의 실제 엄마가 날 싫어한다는 얘기를 듣고는 상처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극중에서 곰처럼 순하게 생겨서는 윗사람한테 아부하며 동료의 뒤통수를 치기도 하고, 폐휴지를 주워다 파는 등 공짜를 밝히는 진상으로 나오는 정지순은 “이영애한테 뚱뚱하다고 놀리고 돈 아끼려고 잔머리 쓰는 모습 때문에 초반에는 악플도 많이 달렸다”고 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 엄마와 똑같다” “직장 상사 같다”며 무릎을 치는 반응이 많다.

■ 타고난 연기력…실력은 주연급! 공감과 호감을 산 데는 진정성을 담은 이들의 연기력이 한몫했다. 이들은 조연배우라고 불리지만, 실력은 주연급이다. 시작도 화려했다. 김정하는 1972년 <문화방송> 공채로 데뷔했고, 송민형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직접 원서를 넣어서 방송사 탤런트 공채 모집에 단박에 붙은 아역 탤런트 출신이다. “어렸을 때 집에 티브이가 있었는데, 보면서 배우를 선망했던 것 같아요.”(송민형) 윤서현은 1993년 연극으로 데뷔해 극단 학전 등에서 활약했고, 김병욱 피디의 눈에 띄어 1996년 시트콤 <천일야화>로 티브이에 발을 디뎠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이 형사로 인기를 끈 이후 <하이킥> 시리즈에는 모두 출연해 ‘김병욱의 남자’로 불린다. 정지순도 고등학교 졸업 뒤 대학로 연극 무대에서 활약했고, 2006년 <누나>로 티브이에 출연했다. 정지순은 <베스트극장> ‘드리머즈’에서 몽유병에 걸리면 다른 사람이 되는 두 얼굴을 실감나게 연기했다. 김정하는 “고두심, 박정수 등 동기들 중에서 가장 먼저 드라마에 캐스팅됐다. 공채가 되면 바로 스타가 될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희로애락 없는 인생이 어디 있던가. 주연을 꿈꾸던 이들도 <막돼먹은 영애씨>의 극중 인물들처럼 우여곡절을 겪으며 ‘조연’이 됐다. 김정하는 “결혼하면서 시가의 반대 등으로 연기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고”, 송민형은 “군대에 있는 동안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동생들을 책임져야 하는 등 돈을 벌어야 해 24살에 연기를 그만두고 장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마음이 아파 티브이도 보지 않았다”고 한다. 그 끼는 어디 가지 않는다. 송민형은 돈 벌러 간 미국에서 우연히 시트콤 <엘에이 아리랑>(1995년) 스태프로 참여했다가 여행사 직원으로 출연하면서 마흔살에 다시 배우로 돌아왔다. 김정하는 1989년 드라마 <천명>으로 배우 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김정하는 “연기생활 40년 동안 슬럼프가 30년이었다”며 “연기를 못 하는 동안 우울증에 걸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 조연의 가치를 되새겼으면 <막돼먹은 영애씨>는 이들한테 다시 연기의 재미를 맛보게 한 작품이다. 시청자들과 제작진한테는 조연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한 작품이기도 하다. 송민형은 “다른 드라마와 달리 이 드라마에는 조연의 삶도 주연 못잖게 녹아 나와서 좋다”고 말했다. 8년 동안 호흡을 맞춘 베테랑 조연들의 활약이 드라마의 밀도를 높인다. 윤서현은 “장면이 심심하다 싶으면 극중에서 함께 호흡을 많이 맞추는 정지순과 둘이 알아서 애드리브(즉흥대사)를 짜기도 한다”고 했다. 주인공 이영애가 사장한테 혼나는 장면에서 졸다가 깜짝 놀라 깨어 일하는 척하는 식의 ‘깨알재미’를 첨가하기도 한다. 송민형은 “엄마(김정하)가 영애한테 잔소리하는 장면이 너무 강하다고 생각해 ‘거 사람 참’이라고 되받아친 게 고정 대사가 됐다”고 말했다. 윤서현은 “리허설 없이 바로 촬영해도 한번에 끝낼 수 있을 정도로 호흡이 잘 맞고, 돈독해서 오랜 세월 같이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막돼먹은 영애씨>에 8년간 출연하면서 이미지가 강해져 배우로서 다양한 변신을 하지 못하는 아쉬움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생활연기자로서 꾸준히 기회를 준 이 작품에 감사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언젠가 찾아올 기회를 위해 더 좋은 연기를 위한 채찍질을 하고 있다. 김정하는 “매너리즘에 빠진 것 같다는 생각”에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며 지난해 <여보 나도 할 말 있어>라는 연극에 출연했고, 정지순은 퀴어영화인 독립영화에 출연하는 등 “드라마에서 못 하는 변신을 다양한 공간에서 시도”하고 있다. 송민형은 가수 김희진과 함께 음반도 준비한다. 윤서현은 “<막돼먹은 영애씨>가 조연의 가치를 알아주는 것이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송민형은 “내친김에 영애씨가 시즌20까지 가서 이 드라마로 연기 인생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바랐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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