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강사 설민석(50)씨가 모든 방송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설씨는 최근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티브이엔·tvN))에서 ‘역사 왜곡’ 논란을 빚은 데 이어 석사 논문표절 혐의까지 제기됐다.
설씨는 이날 자신의 에스엔에스(SNS)에 글을 올려 “2010년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 역사교육과 석사 논문으로 제출한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서술에 나타난 이념 논쟁연구>를 작성함에 있어 연구를 게을리하고, 다른 논문들을 참고하는 과정에서 인용과 각주 표기를 소홀히 하였음을 인정한다”며 “책임을 통감하여 앞으로 출연 중인 모든 방송에서 하차하겠다. 겸손한 마음으로 다시 더 배우고 공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교육자로서,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안일한 태도로 임한 점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 제 강의와 방송을 믿고 들어주신 모든 분, 학계에서 열심히 연구 중인 학자, 교육자분들께 누를 끼쳐 죄송하다”며 “저에게 보내주셨던 과분한 기대와 신뢰에 미치지 못해 참담한 심정이다. 겸손한 마음으로 다시 더 배우고 공부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연예 전문매체 <디스패치>는 “설씨의 해당 연세대 교육대학원 석사 논문 내용이 2008년 서강대 교육대학원생이 쓴 논문과 50% 이상 같다”고 보도했다. 김도형 연세대 교수(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가 지도한 설씨의 석사 논문은 학교별 근현대사 교과서 선정에 있어 부당한 사회적 압력이나 이권을 막기 위해 그 선정 과정과 내용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설씨의 프로그램 하차 선언으로 그의 이름을 걸고 방송 중이던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 등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3회까지 방송된 해당 프로그램은 2회 클레오파트라 편에 관해 곽민수 한국 이집트학 연구소장이 “역사적 사실과 다른 내용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는 취지로 비판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설씨의 하차로 ‘프로그램 폐지’ 수순까지 밟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그가 2018년부터 출연 중인 <선을 넘는 녀석들>(문화방송) 역시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티브이엔과 문화방송 쪽은 아직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방송계는 최근 설씨 뿐 아니라 가수 홍진영의 석·박사 논문표절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조선대가 홍씨의 학위 취소를 위한 행정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설씨도 표절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후속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한편에선 스타성에만 의존해 사전검증 없이 대중을 상대로 한 강의를 맡기는 방송가의 풍토를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인 에듀테이너로 주목을 받은 설씨가 인기를 끌자 방송계는 그의 전공인 한국사를 넘어 세계사·음악사 등 다른 분야에까지 섭외하면서 “전문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재봉 선임기자, 남지은 기자
b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