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필하모닉 상임 지휘자 키릴 페트렌코(오른쪽)와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피아니스트 조성진(29)이 세계 최정상 악단인 베를린 필하모니의 내년(2024~2025년 시즌) 상주 음악가(artist in residence)로 선택됐다. 2008년 일본계 피아니스트 우치다 미츠코(75)에 이어 아시아 연주자로는 두 번째다. 조성진은 6년 만에 한국을 찾은 베를린 필하모니와 1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협연했다.
베를린 필 대표 안드레아 쥐츠만은 지난 10일 예술의전당 간담회에서 “조성진은 매우 직관적인 연주자이며, 우리 악단과 특별한 관계를 맺어왔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조성진은 6년 전 피아니스트 랑랑의 대타로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하며 베를린 필과 첫 인연을 맺었고, 2020년에도 협연했다. 상주 음악가는 베를린 필과 1~2차례 협연하고, 여러 차례 실내악을 연주한다. 카라얀 아카데미에서 30여명의 음악가들과 함께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2019년 베를린 필 예술감독을 맡은 지휘자 키릴 페트렌코(50)는 “코로나로 오래 연주를 못 해 이제서야 진정한 여정을 시작한다는 느낌이 든다”며 “우리가 함께 꾸는 꿈을 같이 실행해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키릴 페트렌코는 지난 2017년 내한한 적이 있지만 베를린 필과 한국을 찾은 건 처음이다. 베를린 필의 통산 7번째 내한공연이기도 하다. 이 오케스트라는 한 지휘자와 오래 인연을 이어가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1882년 창립 이후 이 악단을 거친 지휘자가 키릴 페트렌코를 포함해 7명에 불과하다. 앞서 사이먼 래틀, 클라우디오 아바도,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등 명 지휘자들이 이 악단을 이끌었다.
베를린 필은 11, 12일 한국 공연에서 브람스 교향곡 4번과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영웅의 생애’를 주요 프로그램으로 선곡했다. 페트렌코는 “두 작품은 베를린 필의 사운드 완성에 매우 중요한 작품들”이라며 “카라얀 등 베를린 필의 주요 지휘자들이 이 곡들로 베를린필 사운드를 완성했다”고 선곡 배경을 설명했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을 협연한 조성진은 “페트렌코에게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존경하게 됐다”며 “이 악단과 협연하는 게 연주자들의 꿈”이라고 말했다.
단원들은 지휘자 페트렌코를 주관이 뚜렷하고 섬세한 지휘자로 평가했다. 한국인 단원인 비올라 연주자 박경민은 “작곡가의 의도와 세부 표현까지 꼼꼼하게 고려하는 섬세한 지휘자”라고 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에비-마리아 토마시는 “페트렌코는 음악에서 미처 몰랐고 보지 못했던 부분까지 발견하게 해주는데, 완전히 새로운 음악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