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TV 제주방송 중국어 뉴스 앵커 왕옌씨
<케이시티브이>(KCTV) 앵커 왕옌.
국내 유일 중국어 방송 진행
“제주는 정이 넘치는 곳”
중국인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은
주상절리·수월봉·산방산·오름
너무 빨리 변하는 제주 모습에 실망도 왕씨는 맥주로 유명한 칭다오 출신이다. 칭다오사범대학 중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14년 동안 교사생활을 하던 왕씨는 2007년 제주도 한 대학교에 1년간 교환교수로 왔다가 제주도가 좋아 10년째 살고 있다. 대학 시절 만난 남편 왕톈취안(王天泉·45)씨는 제주국제대 교수로 있고, 딸(15)은 제주 시내 중학 2년생이다. “제주도의 자연환경이 너무 좋았고, 집 구하는 것부터 일자리 소개까지도 주변에 있는 분들의 도움이 많았어요. 제주도민들의 따뜻한 정 때문에 눌러앉게 됐습니다.” 왕씨는 교환교수 임기가 끝나 귀국하려고 할 때 제주도교육청에서 중국어 원어민 교사를 모집하자 이에 응모해 교사로 근무했다. 그동안 공무원이나 항공사 직원, 택시기사 등을 상대로 중국어 교육을 진행했고, 지난해에는 제주도가 만든 중국어체험학습관 전임강사로도 활동했다. 제주도청 누리집 번역과 제주도립미술관, 제주해녀박물관 등의 안내자료도 중국어로 번역했다. 2013년에는 제주대학교 대학원 한국학 협동과정 박사과정을 수료한 학구파로, 제주 신화에 관심이 많아 <제주신화집>(제주문화원)을 중국어로 번역하기도 했다. 왕씨는 제주를 찾는 중국인들에 대해 “단체관광객은 면세점밖에 가지 않아 제주도에 대한 기억이 남는 게 없을 것”이라며 “자유여행으로 와서 며칠씩 머물며 힐링도 하면서 진정한 제주도의 매력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제주도 곳곳을 둘러본 그가 중국인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은 딱딱한 암석을 막대기처럼 세워놓은 듯한 서귀포시 주상절리와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받은 제주시 한경면 수월봉이다. 해안가에 있으면서 지질적 특성이 특별한 경치를 만들어낸다고 한다. 산방산과 숲길, 오름도 중국인 관광객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들이다. 왕씨는 10년 사이 제주 사람만큼이나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정말 많이 변했어요. 지금 사는 곳(제주시 영주고 부근)이 너무 조용해 아침에 일어나면 새소리가 들리고 가끔 노루도 보여 좋았는데 지금은 공사장 소음만 들리는 것 같아요. 차도 많이 막히고, 건물도 너무 많이 들어서고 있어요. 이상향이던 제주도가 조금씩 멀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는 중국인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중국인이 제주도 땅을 모두 사버렸다거나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는 등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지만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으로 제주도에 기여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 사람들의 따뜻한 정을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조금이라도 전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왕씨는 중국인을 위한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은 꿈이 있다. “유학생을 포함해 제주에 있는 중국인이 1만여명 가까이 되면서 자녀 교육 문제가 생기고 있어요. 제주에서는 화교학교가 활성화되지 않아 한국 학교에 보내거나 국제학교에 보내는 방법밖에 없어요. 그래도 중국의 전통 유가 문화나 중국어를 배울 수는 없지요. 중국 학생들한테 모국어를 가르치는 화문학교나 중한문화교류센터를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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