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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제주엔

“제주는 중국인 마음속의 유토피아 같은 곳이죠”

등록 2016-10-18 16:00수정 2016-10-18 16:34

KCTV 제주방송 중국어 뉴스 앵커 왕옌씨
<케이시티브이>(KCTV) 앵커 왕옌.
<케이시티브이>(KCTV) 앵커 왕옌.
“제주도 하면 깨끗한 이미지가 떠올라요. 중국의 관광지들은 거대하고 웅장한 반면 제주도는 조용하고 깨끗해요. 중국인들이 제주도를 좋아하는 이유는 마음속의 유토피아(이상향)라는 이미지 때문이 아닐까요.”

<케이시티브이(KCTV) 제주방송> 보도국 중국어뉴스팀 앵커 왕옌(王?·43)씨는 제주의 매력을 묻자 이렇게 답변했다. 지난달 26일 오후 방송을 끝내고 제주시 연동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왕씨는 유창한 한국어로 인터뷰에 응했다. 왕씨는 2013년 5월부터 주 5일(월~금) 10분씩 중국어 뉴스를 진행하고 있는 앵커다. 케이시티브이 제주방송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한국 내 소식을 중국어로 정기적으로 방송한다.

제주도에 처음 왔을 때 왕씨는 제주도를 도연명의 시에 나오는 ‘도화원’처럼 느꼈다며 웃었다. 왕씨는 제주가 가진 장점을 <맹자>의 공손추 하에 나오는 ‘천시(天時) 지리(地利) 인화(人和)’를 인용하며 “천시는 기회, 지리는 환경적 요인, 인화는 사람의 화합을 의미하는데, 제주도는 이 세 조건을 갖췄다”고 했다. “천시는 무비자라는 기회, 지리는 비행기로 2시간 이내에 중국의 13개 도시를 연결할 수 있는 환경, 인화는 제주도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씨”라고 말한 왕씨는 “제주도는 작고 제한된 자원을 잘 활용하면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10년째 제주 거주하며 다양한 활동
국내 유일 중국어 방송 진행
“제주는 정이 넘치는 곳”
중국인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은
주상절리·수월봉·산방산·오름
너무 빨리 변하는 제주 모습에 실망도

왕씨는 맥주로 유명한 칭다오 출신이다. 칭다오사범대학 중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14년 동안 교사생활을 하던 왕씨는 2007년 제주도 한 대학교에 1년간 교환교수로 왔다가 제주도가 좋아 10년째 살고 있다. 대학 시절 만난 남편 왕톈취안(王天泉·45)씨는 제주국제대 교수로 있고, 딸(15)은 제주 시내 중학 2년생이다.

“제주도의 자연환경이 너무 좋았고, 집 구하는 것부터 일자리 소개까지도 주변에 있는 분들의 도움이 많았어요. 제주도민들의 따뜻한 정 때문에 눌러앉게 됐습니다.”

왕씨는 교환교수 임기가 끝나 귀국하려고 할 때 제주도교육청에서 중국어 원어민 교사를 모집하자 이에 응모해 교사로 근무했다. 그동안 공무원이나 항공사 직원, 택시기사 등을 상대로 중국어 교육을 진행했고, 지난해에는 제주도가 만든 중국어체험학습관 전임강사로도 활동했다. 제주도청 누리집 번역과 제주도립미술관, 제주해녀박물관 등의 안내자료도 중국어로 번역했다. 2013년에는 제주대학교 대학원 한국학 협동과정 박사과정을 수료한 학구파로, 제주 신화에 관심이 많아 <제주신화집>(제주문화원)을 중국어로 번역하기도 했다.

왕씨는 제주를 찾는 중국인들에 대해 “단체관광객은 면세점밖에 가지 않아 제주도에 대한 기억이 남는 게 없을 것”이라며 “자유여행으로 와서 며칠씩 머물며 힐링도 하면서 진정한 제주도의 매력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제주도 곳곳을 둘러본 그가 중국인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은 딱딱한 암석을 막대기처럼 세워놓은 듯한 서귀포시 주상절리와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받은 제주시 한경면 수월봉이다. 해안가에 있으면서 지질적 특성이 특별한 경치를 만들어낸다고 한다. 산방산과 숲길, 오름도 중국인 관광객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들이다.

왕씨는 10년 사이 제주 사람만큼이나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정말 많이 변했어요. 지금 사는 곳(제주시 영주고 부근)이 너무 조용해 아침에 일어나면 새소리가 들리고 가끔 노루도 보여 좋았는데 지금은 공사장 소음만 들리는 것 같아요. 차도 많이 막히고, 건물도 너무 많이 들어서고 있어요. 이상향이던 제주도가 조금씩 멀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는 중국인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중국인이 제주도 땅을 모두 사버렸다거나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는 등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지만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으로 제주도에 기여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 사람들의 따뜻한 정을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조금이라도 전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왕씨는 중국인을 위한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은 꿈이 있다. “유학생을 포함해 제주에 있는 중국인이 1만여명 가까이 되면서 자녀 교육 문제가 생기고 있어요. 제주에서는 화교학교가 활성화되지 않아 한국 학교에 보내거나 국제학교에 보내는 방법밖에 없어요. 그래도 중국의 전통 유가 문화나 중국어를 배울 수는 없지요. 중국 학생들한테 모국어를 가르치는 화문학교나 중한문화교류센터를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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