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도깨비’에서 불멸의 남자를 연기한 배우 공유. 매니지먼트 숲 제공
매주 금, 토요일 저녁 아내는 인기 드라마 <도깨비>를 본방 사수했다. 불멸의 남자, 공유를 보기 위해서란다. 불멸? 공유가 연기한 김신이 939살이니 불멸의 삶을 사는 남자가 맞다. 그런데 이 남자, 늙지도 않는다. 정기적으로 무슨 주사를 맞는지 피부는 백옥 같고, 큰 키 때문에 그가 입은 롱코트는 시원시원해 보이며,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활동력은 십대 못지않다. 신이 불공평한 건 그뿐만이 아니다.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구하고, 사람들의 간절한 바람을 이루게 해주며, 도깨비 신부인 은탁(김고은)을 지켜주는 그의 따뜻한 기사도는 여성들의 마음을 충분히 사로잡을만하다. 매화 방영이 끝날 때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드라마 관련 기사, 평들이 올라오고, 중국 인터뷰 사이트에서 진행한 인기투표에서 공유는 톰 행크스, 에디 레드메인, 베네딕트 컴버배치 등 할리우드 배우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드라마를 보던 아내가 그랬다. 김신은 기대고 싶은 남자라나 뭐라나.
영화 천만관객 배우 등극하더니
드라마 ‘도깨비’로 안방극장마저 점령
촬영 없는 날 제주도에서 만날 수 있을까?
확률이 높단다, 장소는? 비밀!
“한 번만, 딱 한 번만 말할 테니까 잘 들어. 너 좋아해. 네가 남자건 외계인이건 이젠 상관 안 해. 정리하는 것도 힘들어서 못 해먹겠으니까, 가보자 갈 데까지…한번 가보자.” 10년 전 출연했던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2007)에서 공유가 한 이 대사를 듣고 가슴을 부여잡지 않은 여자 시청자들은 없었을 것이다(손발이 다소 오그라들긴 하지만). 영화 <김종욱 찾기>(2010)에서 공유는 첫사랑을 찾아주는 흥신소를 운영한다. 김종욱이라는 첫사랑을 찾아달라는 고객 임수정과 함께 김종욱을 찾다가 결국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커피프린스 1호점>이나 <김종욱 찾기> 같은 로맨틱코미디든, <도깨비> 같은 멜로드라마든 공유는 여성들이 기대고 싶어하는 남자였다.
하지만 공유가 언제나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드라마의 남자 주인공만 맡은 건 아니었다. 특히, 각기 다른 장르의 영화 세 편을 선보였던 지난해는 그에게 배우로서 다양한 색깔을 보여준 해였다. 일단, <남과 여>(2016)에서 그는 출장 간 핀란드에서 우연히 만난 여성(전도연)과 사랑의 격정에 휩쓸리는 남자를 연기했다. 말랑말랑한 연애를 했던 20대의 공유와 달리 이 영화 속 30대 공유의 사랑은 현실적이다. 여성이 가정이 있음에도 이국에서 주고받았던 강한 끌림을 잊지 못해 그녀를 찾는 그다. 흥행은 처참하게 실패했지만, 스릴러, 범죄 액션, 블록버스터 사극 바람이 불고 있는 충무로에서 정통 멜로 제작의 숨통을 틔운 작품이었다. 여름 블록버스터 <부산행>(2016)은 칸 영화제 진출과 천만 관객 동원이라는 두 마리 토끼 모두 잡은 영화였다. 칸에서 만난 적 있는 공유는 무척 어리둥절해 했다. “칸에 가게 됐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웃음) 3천석 규모의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영화를 처음 봤는데 오랜만에 자극을 받았다. 나에 대해 아무런 정보가 없는 사람들로부터, 예의상 하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박수갈채를 받는 건 스타나 연예인이 아닌 온전히 배우로서 소중한 경험”이었다.
자극은 배우를 성장하게 한다. 배우는 자신보다 더 많은 경험과 능력을 갖춘 동료와 함께 작업할 때 더욱 크게 성장한다. 송강호, 이병헌 두 배우, 김지운 감독과 함께 작업한 <밀정>(2016)이 그런 경우다. 이 영화에서 공유가 맡은 의열단원 우진은 밀정 이정출(송강호)을 꾀어내 폭탄을 조선으로 안전하게 실어날라야 하는 역할이다. 우진과 정출, 두 남자가 서로의 속내를 감춘 채 상대방의 환심을 사는 게 이야기의 중요한 관건인 까닭에 공유는 송강호에게 밀리지 않게 보이기 위해 안간힘을 썼을 것이다. <밀정> 개봉 당시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김지운 감독, 송강호 선배 모두 완벽주의자에 내공이 어마어마하다. 두 고수 사이에서 정신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한 말을 보면 그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도깨비>가 신드롬을 일으킬 수 있었던 건 배우로서 성장한 공유에 대한 믿음 덕분이 아닐까. 참, 공유는 제주도에서 촬영한 영화나 드라마가 없다. 하지만 잡지 화보는 몇 있다. 그 이유를 얘기하긴 어렵지만, 제주도에서 그를 목격할 확률이 높다. 어디에 가면 볼 수 있냐고? 그건 비밀.
김성훈 <씨네21>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