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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낚시 천국’ 차귀도…“고기 하영 이시난 아무 걱정맙서!”

등록 2017-05-31 11:52수정 2017-05-31 12:00

[제주&]바다 배낚시 체험

해상풍력단지와 섬 풍경 절경
1시간 만에 둘이 9마리 낚아
너울 심한 날은 가급적 피해야
배낚시 체험에 참가한 여행객들이 낚시를 하고 있다.                                                                                                                            제주/허호준 기자
배낚시 체험에 참가한 여행객들이 낚시를 하고 있다. 제주/허호준 기자
제주도 서쪽 끝에 있는 수월봉과 자구내 포구는 앞바다에 있는 차귀도를 배경으로 제주에서 일몰이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이름나 있다. 차귀도는 죽도와 매바위, 와도 이 세 섬을 하나로 이르는 이름이다. 매바위는 마치 독수리가 날개를 접은 듯한 위용을 보여준다.

제주올레 12코스가 지나는 제주시 한경면 자구내 포구는 제주의 바다 풍광을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탄 렌터카나 관광버스로 붐빈다. 이곳은 또 제주도 최고의 배낚시 체험 어장이기도 하다.

노을이 아름답기로 이름난 차귀도 앞바다는 배낚시 천국이다. 차귀도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지질공원에도 포함돼 있는데, 부근의 수월봉과 차귀도 일대는 ‘화산학 교과서’에 나올 정도로 지질학적으로도 뛰어나다. 차귀도 바다에서 활동하는 배낚시 어선(유어선)은 30여 척이다.

지난 11일 낮 12시 자구내 포구 체험 배낚시 어선 안내소에서 간단하게 인적사항을 적고 직원의 안내에 따라 ‘진성호’에 올라 구명조끼를 입었다. 유어선 출항은 수시로 있다. 1인당 뱃삯 1만원만 내면 다른 건 필요 없다. 낚싯대, 미끼, 면장갑 등 모두 제공한다. 정원 11명을 태운 진성호는 10여 분 간의 항해 끝에 한경면 용수해안으로 이동했다.

너울이 심해 출렁거리는 배는 파도를 헤치며 나아갔다. 국내 최초의 해상풍력 단지가 눈앞에 있고, 차귀도 일대도 절경이었다. 낚시 장소에 다다르자 30여 년 동안 유어선을 운영하는 선장 서명수(67)씨가 닻을 내려놓은 뒤 낚싯대와 새우 미끼를 손에 들고 관광객들에게 익숙한 모습으로 설명해나간다.

제주시 한경면 자구내 포구에 낚시배가 정박해 있다.
제주시 한경면 자구내 포구에 낚시배가 정박해 있다.
“낚싯바늘은 땅바닥을 향해 내려주시고, 미끼는 꼬리에서 머리 쪽으로 바늘 3개에 다 끼워주세요. 바늘은 멀리 던지지 마시고 그냥 내려주세요.”

낚싯대와 면장갑을 하나씩 나눠주자 저마다 웃는 얼굴로 낚싯대를 드리웠다. 배는 너울에 꽤 흔들렸다. “고기 잡을 수 있어요?” 한 관광객의 물음에 선장의 대답이 걸작이다. “고기가 썩어지게 많으니까 아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선장의 말소리가 수십, 수백 번 해본 솜씨다.

일행은 네 팀이다. 미국 애틀랜타에서 온 재미교포 가족, 연인, 친구, 그리고 우리 일행이다. 낚싯대를 내린 지 1분도 채 안 돼 4박5일 일정으로 인천에서 제주 관광을 왔다는 젊은 여성 김아무개씨의 낚싯대가 팽팽해졌다. 손바닥만 한 우럭이 낚싯바늘에 걸려 올라왔다. “와!” 배에 탄 관광객들이 부러움의 탄성을 쏟아냈다. 이번에는 같이 온 친구 양아무개씨가 힘차게 낚싯대를 들어올렸다. 조그마한 놀래기다. 1시간 만에 둘이 9마리를 낚았다. 전갱이, 자리돔 등 종류도 다양했다. 양씨는 “체험관광 삼아 배낚시를 하기에는 차귀도가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너울에 휘청이는 배에서도 안정된 자세로 낚시하는 이들은 서해안에서 해루질(물이 빠진 바다에서 밤에 횃불이나 랜턴 등을 밝혀 불빛을 보고 달려드는 물고기를 잡는 어로 방식) 경험이 있다고 한다. 옆에 연인끼리 온 팀도 우럭과 자리돔을 잡았다.

중간중간 서 선장이 과거 차귀도에 사람이 살았는데 지금은 살지 않는다거나, 예전에는 소풍도 차귀도로 갔다는 설명으로 흥을 돋웠다. 서 선장은 “오늘은 너울이 조금 있다”고 했지만, 초보자에게는 조금이 아니라 심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너울이 있는 날 배낚시 초보자가 너울이 흔들리는 배에서 1시간 이상 낚시하는 것은 무리다. 30여 분이 지나자 하나둘 뱃멀미를 하는 낚시객이 나타났다.

1시간 남짓 지나자 서 선장이 미리 준비한 도마 위에 낚시객들이 잡은 우럭과 자리돔, 놀래미 등을 올려놓고 능숙한 솜씨로 횟감을 뜬다. 초고추장에 갓 잡은 횟감은 순식간에 없어졌다. 인천에서 여행 온 두 젊은 여성은 “역시 자연산 생선회가 최고야!”라면서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웃었다.

하지만 뱃멀미를 하는 낚시객들은 횟감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재미교포 임호석(47)씨 부인과 아들은 멀미가 심해 낚시를 하다 말고 먼 곳을 바라보며 참으려고 애썼다. 임씨의 부인은 배에서 내리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유어선에 탔던 관광객들은 “너울이 심한 날은 사전에 물어보고 피하는 게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배낚시 경험자에겐 최고의 어장이 차귀도 앞바다다. 출항에서 입항까지 1시간30분이다.

글·사진 제주/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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