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스노클러가 제주도 서귀포시 서홍동 외돌개 황우지해안 선녀탕에 뛰어들고 있다.
7월, 본격적인 물놀이의 계절이 왔다. 함덕이나 김녕 등 유명 해수욕장에 뛰어들거나, 시원하다 못해 추위마저 느끼게 되는 돈내코 계곡 물에 발을 담가도 좋겠다. 해양 생물과 교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서귀포 유명 관광지인 외돌개에서 스노클링에 도전해볼 만하다.
주차장에서 외돌개 진입로를 지나 20여m만 걸어가면 ‘선녀탕 가는 길’이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유명 관광지이자 올레 코스로도 유명한 외돌개 산책로 동쪽에 있는 황우지해안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가파른 85개의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화산활동으로 생긴 천연 수영장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일반적인 스노클링 포인트와 달리, 검은 현무암 지형이 둥그렇게 둘러싸고 있어 파도나 조류에 떠밀리는 사고가 날 위험이 크지 않은 게 황우지해안의 특징이다. 여자친구와 함께 물놀이에 나선 박민식(28)씨는 “스노클링은 처음인데 이곳은 수영장 같은 느낌이라 별다른 걱정 없이 물에 들어갈 수 있었다”며 즐거워했다. 황우지해안 왼편으로는 새섬과 새연교, 문섬과 새끼섬의 풍광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했다는 전설이 전해져 ‘선녀탕’이란 이름도 얻었다. 원래는 지역 주민들만이 찾는 물놀이 장소였는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타다가 방송에까지 소개되면서 여행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장마가 시작된 흐린 날씨였지만, 황우지 선녀탕은 이미 스노클링을 즐기는 수십명의 여행객들로 빼곡했다. 구명조끼와 마스크, 스노클(숨대롱)은 인근 상점에서 탈의실과 샤워실 이용을 포함해 2만원대에 빌릴 수 있다. 오리발은 따로 빌려주지 않는다. 6월 말부터 하루에도 200~300여명의 여행객이 황우지해안을 찾아 스노클링을 즐기고 있다 한다. 대여료 외에 따로 입장료는 없다. 개인 장비를 갖추고 있다면 비용이 아예 들지 않는다. 구명조끼 대신 다이빙수트를 입어도 되고, 경험이 충분하다면 맨몸으로 수영해도 된다. 얕은 곳 수심은 약 1m, 깊은 곳은 4~5m쯤 된다. 성수기인 7~8월에는 안전요원도 배치된다.
스노클러들이 황우지해안에서 스노클링을 즐기고 있다.
스노클을 물고 가만히 수면 아래로 시선을 돌리니 제주 바다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펼쳐진다. 황우지 바닷속은 큰 물고기가 없는 대신 천적으로부터 자유로운 치어들의 천국이다. 검은 여밭-수심 30m 전후의 사니질대(모래나 뻘이 섞인 흙이 있는 지역) 속에 작은 돌들로 이루어진 돌밭-과 미역 줄기 사이로 새끼 쥐노래미와 용치놀래기 몇 마리가 몸을 웅크리다가 도망갔다. 수십마리의 주걱치 치어들은 제법 무리를 이루고 헤엄치고 있었다. 엄지손가락만 한 꼬마 범돔 두마리가 조류를 피해 바닥에 붙어다녔다. 인근의 유명한 다이빙 포인트인 섶섬이나 문섬, 범섬 바닷속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물고기들이었다. “생각보다 물고기가 많아서 깜짝 놀랐다”는 신아영(22)씨는 다음에 제주를 찾을 때에도 이곳에서 스노클링을 즐기고 싶다고 했다.
조금만 경험을 쌓으면 더욱 편안한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다. 8년 차 다이버이자 스쿠버다이빙 강사로서 몇가지 요령을 소개하자면 우선 코가 아닌, 입으로만 호흡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마스크의 구조상 코가 막혀 있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코로 호흡하려고 하면 마스크 안에 물이 들어오거나, 김이 서리기 쉽다. 물 밖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스노클을 입에 문 채로 몇번 호흡해보면 감을 잡을 수 있다. 숨은 천천히, 깊게 쉬는 게 좋다. 그리고 물에 들어가기 전에 마스크 안쪽에 침을 충분히 발라, 손가락으로 잘 문지른 뒤 바닷물로 가볍게 씻고 착용하면 김 서림 현상을 막을 수 있다. 스노클 안에 물이 들어왔을 때는 무리해서 몸을 일으키지 말고 입으로 강하게 ‘투’ 소리를 내며 폐 속의 공기로 물을 밀어낸 뒤 계속 호흡을 하면 된다. 먼바다로 쓸려갈 걱정도 없는 황우지해안 아닌가? 약한 조류에 몸을 맡긴 채 가만히 아기 물고기들과 인사를 나누는 쪽빛 바다. 외돌개 스노클링만의 사랑스러운 매력이다.
송호균 레저를 사랑하는 전업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