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정리는 소담스럽게 펼쳐진 해변과 쪽빛 바다, 그리고 파도를 즐기는 서핑족들과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이국적인 풍경을 품고 있다. 그리고 해변 포토존엔 젊고 싱그러운 웃음이 가득하다.
지금은 제주에서 가장 떠오르는 카페촌이지만, 겨우 몇년 전까지만 해도 현지인들에게조차 낯선 해변이었다. 월정리가 있는 동부 지역은 바람이 세고 화산토가 많은 탓에 농사짓기가 어려워 서부 지역보다 개발이 더디게 이루어졌다. 그 덕에 오랜 시간 동부 지역은 제주다움을 간직할 수 있었고, 몇년 전부터 여행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월정리가 명성을 얻은 것은 월정리해수욕장(월정리해변)의 아름다움 때문만은 아니다. 월정리해수욕장이 있는 제주 북동쪽은 물빛이 좋은 제주 해안으로 유명하다. 김녕 성세기해수욕장(성세기해변)과 월정리·평대리·세화리 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에메랄드빛 바다는 어촌 풍경과 어우러져 더 정겹고, 더 아름답다. 해녀들의 쉼터인 불턱과 해신당 그리고 제주의 옛 등대인 도대불 같은 생활 문화유산도 만날 수 있다.
월정리를 지나 한동리에 이른 해안가엔 몽골과 왜구 그리고 육지 권력의 침략을 막으려고 쌓은 환해장성(제주도기념물 제49호)의 흔적을 볼 수 있다. 해변을 따라 더 가면 해녀박물관도 있다. 자연 풍경뿐만 아니라 제주 역사와 문화가 있는 북동쪽 풍경은 월정리해수욕장에 많은 이야기와 표정을 더해주었다.
월정리해수욕장에는 많은 카페가 도로를 따라 앉아 아름다운 바다를 응시하고 있다. ‘바미 아일랜드’ 또한 월정리해수욕장과 마주 앉아 있는 곳으로, 서울에서 이주한 부부가 디자이너로 일하는 딸과 함께 7년의 노력 끝에 만든 공간이다. 높고 넓은 하얀 공간 곳곳에는 식물과 함께 모던한 느낌의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자연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커다란 창문 밖으로 보이는 월정리해수욕장을 바라보며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는 여행객을 보고 있으면,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느리고 여유로운 자연의 삶을 즐기는 ‘킨포크 스타일’(가까운 사람들과 어울리며 느리고 여유롭게 자연 속의 소박하고 건강한 삶을 지향하는 현상)이 생각난다. 카페에 앉아 책을 보고 사색하며 낮잠도 자면서 온종일 시간을 보내고 싶은 그런 공간이다. 주인장이 만든 케이크와 브라우니가 맛이 좋아 커피와 함께하면 입도 즐거워진다.
‘월정리 로와(lowa)’는 월정리의 매력을 파노라마로 즐길 수 있는 카페다. 옥상을 변모시킨 공간은 여행객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청명한 제주 햇살을 받으며 편안한 안락의자에 몸을 기대면 외국의 유명한 해변에 와 있는 것 같다. 옥상의 인기가 워낙 좋다 보니 빈자리가 없을 때가 많다. 카페의 인기 메뉴는 ‘한라봉요거트스무디’와 ‘한라봉인절미토스트’. 인근 농장에서 딴 한라봉으로 주인장이 개발한 메뉴다. 새콤달콤한 한라봉이 입안에서 사람을 희롱한다.
월정리해수욕장에 사람이 너무 많다고 생각되면 옆 마을 세화리로 가보자. 세화리 바다는 한적해서 조용한 여행을 하기에 좋다. ‘카페 공작소’는 세화해수욕장을 아늑하게 바라보고 있다. 바다의 물빛도 예쁘고 하늘도 예쁘고 그 모두를 품은 카페 공작소도 예쁘다. 세화 바다를 다 담을 수 있는 커다란 창이 있다. 탁자와 원목 가구는 주인장이 만든 것이다. 가구와 어울리는 따뜻하고 아기자기한 소품들도 인상적이다. 바다를 마음에 담았다면 실제로 백일 뒤에 발송해준다. 카페의 외등이 켜지는 저물녘에 방문하면 석양이 아름답고 고즈넉한 풍경을 모두 담아 갈 수 있다. 커피와 음료와 유기농 당근잼이 들어간 수제 초코파이도 판다.
바미 아일랜드
위치: 제주시 구좌읍 해맞이해안로 474-1 영업시간: 9:00~22:00
월정리 로와
위치: 제주시 구좌읍 해맞이해안로 472 영업시간: 10:00~21:00
카페 공작소
위치: 제주시 구좌읍 해맞이해안로 1446 영업시간: 9:00~21:00(수요일 휴무)
글·사진 문신기 여행작가